유학정보

요동치는 유학 시장을 들여다 보니…

설경. 2008. 8. 26. 17:07


[중앙일보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요즘의 유학시장은 마치 춘추 전국시대를 맞은 듯하다. 새롭게 뛰어든 대형 학원들이 기존의 유학원 중심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영어 캠프나 장기 유학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유학 상품이 출시돼 시장이 다변화되고 있다. 격동하는 유학시장 속에서 업체들은 선점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최근의 유학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양극화다. 대표적인 조기 유학은 연간 5만5000달러 전후의 관리 유학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관리유학이 과열되면서 고소득층은 차별화된 고급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고,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들은 저렴한 실속 유학 상품을 찾고 있다. 유학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상위 10%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고급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렉싱턴프랩스쿨은 일년 비용이 10만 달러에 이르는 프로그램을 출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파이도 일반 프로그램보다 1000만원 이상 비싼 아너스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여 조기에 마감하는 성과를 보였다. 초기 관리유학을 주도했던 글로벌페르마도 올해 하반기부터 학비가 2만 달러 이상인 명문 사립학교 관리유학을 선보일 계획이다.

반면 보급형 유학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브래인파트너스는 연간 2만5000달러의 공립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기존의 공립교환학생과 일반적인 사립학교 유학의 중간 성격을 지니는 프로그램으로, 공립학교에 다니면서 홈스테이를 하는 것이다. 청담어학원도 일반 사립유학보다 저렴한 재단관리 사립유학을 선보였다. 미국 재단에서 관리하는 홈스테이 생활을 하면서 학비가 저렴한 크리스천 스쿨을 다니는 신종 프로그램이다.

캐나다, 아! 옛날이여
영어를 배우기 위한 조기 유학의 최적지로 인기를 끌었던 국가는 캐나다.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고,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안전성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비자 발급이 완화되고 환율 상승으로 인해 가격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 밴쿠버 지역의 한국 유학생 급증도 인기가 줄어드는 이유다. 캐나다 지역으로 몰렸던 조기유학 수요가 양분화되면서 고급 시장은 영국과 미국으로, 보급형 시장은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영국 명문 사립학교 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BEC영국교육원의 신재은 실장은 “전년 대비 영국 유학에 참가하는 학생의 숫자가 2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롭게 유학사업에 진입하는 후발 주자들은 캐나다를 탈피, 미국이나 필리핀을 중심으로 유학을 진행하고 있다. 아발론교육은 미국 서부 사립유학과 필리핀 영어몰입교육을 주역 프로그램으로 유학시장에 진출했다. 캐나다 현지에서 관리유학을 진행하는 배형석교육원도 필리핀 1년 유학 상품과 필리핀과 캐나다 연계 상품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건 우리만 있어요
대형 영어학원들이나 입시학원들이 유학 시장에 뛰어들면서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글로벌페르마 박진용 본부장은 “지역이나 학교, 방과 후 수업 프로그램, 홈스테이 등 업체마다 정보가 대동소이하다 보니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이 숙제가 됐다”며 “학부모들이 인터넷이나 설명회 등을 통해 유학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른 업체와 똑같은 상품으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관리 유학을 진행하는 대형 학원들은 독자적인 유학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한 중소 도시 지역으로 진입을 꾀하고 있다. 밴쿠버의 경우는 한국 학생이 적은 지역의 교육청을 찾아 떠나고 있다. 업체별로 특화된 지역을 선정, 교육청과의 독점적인 계약을 통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보스톤에 소재한 HAS는 아이비리그 대학생들과의 버디 프로그램을 통한 현지 적응 프로그램과 미국 현지 수학경시대회 준비 프로그램 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분당 BIS 학원은 캐나다 공립학교 프로그램을 도입, 캐나다 학력인증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내는 방식을 탈피해 해외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한국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영어만 배우는 유학은 구식
최근들어 단순 영어 학습을 탈피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영어 캠프와 연계해 방과 후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 유명 관광지나 유적지 등을 둘러보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명문 대학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이 운영하고 있는 입학 사정관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학업 외적인 성취도가 중요한 입학 전형 요소로 대두됐다. 이에 따라 리더십과 봉사 정신, 글로벌 마인드 육성을 위한 교육과 연수를 복합한 체험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청담어학원은 영어학원 최초로 체험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체험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셀라비투어는 방학을 활용해 아프리카 문화 체험, 사하라 사막 체험, 프랑스 문화 체험 등 다양한 교육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 캠프의 경우도 미국 명문 학교 진학에 도움이 되는 존스 홉킨스 대학 영재 캠프 등 영어와 학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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