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성화가 꺼졌다. 중국이 국력을 총동원하여 7년 동안 준비한 세계인의 축제는 어제 막을 내렸다. 중국은 개·폐회식을 통해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또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쾌적한 환경에서 차질 없이 대회를 치렀다. 베이징올림픽은 성공적인 대회로 스포츠 역사에 새겨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 선수들도 잘 싸웠다. 금메달 13, 은메달 10, 동메달 8개를 획득해 국가별 메달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서울 올림픽의 종합 4위보다는 뒤졌지만,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따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2위에 복귀했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는 국민들의 박수와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수영의 박태환, 역도의 장미란, 남녀 단체전을 휩쓴 양궁선수들, 배드민턴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사격의 진종오의 경기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폐막식 전날 우리에게는 거대한 벽이었던 쿠바를 누르고 세계 정상에 오른 야구팀의 투혼은 이번 올림픽의 대미(大尾)이자 백미(白眉)였다.
수영과 야구, 펜싱, 사격 등의 선전으로 한국은 레슬링, 권투 등 격투기 위주의 메달 경쟁에서 벗어났고, 메달을 획득한 종목도 14개로 늘어났다. 아울러 국민들의 관심도 선수들의 출전 종목에 따라 다변화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 올림픽의 또 다른 수확이다. 또한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영웅’ 문대성씨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1위에 뽑힌 것도 의미있는 성과이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반가운 것은 국민들이 ‘금메달 경쟁’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투혼’에 관심과 성원을 보냈다는 점이다. 발에 쥐가 나서도 바벨을 든 역도의 이배영, 다시 한번 ‘우생순’에 이야기를 보탠 핸드볼 팀, 협회의 분규에도 불구하고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탁구팀에 국민들은 금메달 이상의 격려와 환호를 보냈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고, 스포츠를 스포츠로 보는 새로운 물결이다. 금메달에 모든 것을 걸었던, 국가간 경쟁을 뜻하는 스포츠전쟁이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쉬운 것도 있다. 우선 남과 북의 공동입장과 공동응원이 무산되었다. 남과 북의 선수 간에도 찬바람이 돌았다. 화기(和氣)는 사라지고 남과 북은 10년 전으로 돌아가버렸다. 후진타오 중국주석이 주최한 만찬장에서 남쪽의 이명박 대통령과 북쪽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간단한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 것은 올림픽 정신에 비춰 참으로 민망한 일이었다. 또한 중국인들의 반한(反韓) 감정 표출이 심히 우려스럽다. 어느 경기장에서나 한국은 경계와 야유의 대상이었다. 야구 한·일전에서 중국관중들이 일본을 일방적으로 응원했음은 심상치 않다. ‘반한 응원’이 도를 넘었다.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올림픽 후에 어떻게 표출될지 모르겠다. 스포츠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될 ‘정치적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선수단이 오늘 개선한다. 그들에게 별도의 환영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귀국까지 미루게 하며 준비했다니 제법 거창할 모양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스포츠로 보는 국민들에게 스포츠를 다르게 보라는 ‘권유’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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