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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운하 망령을 부활시킬 시국인가

설경. 2008. 9. 4. 08:27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어제 한국시장경제포럼 초청 강연에서 “하천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를 긍정 검토하자는 관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에 맞는 친수 공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전날 국회에서 “국민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할 수도 있다”고 공언한 데 이어 연일 논란거리를 제공한 셈이다. 부적절한 언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대선 공약으로 내걸렸던 대운하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6월 특별담화로 이미 종지부를 찍은 사안이다. 그런 마당에 대운하 망령을 다시 날뛰게 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자제가 요구된다.

정 장관은 국회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운하 사업은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경인운하 사업이 추진되긴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의 일환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그동안 운하와 관련해 정치적이 아닌 차분한 논의를 할 시간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큰 맥락에서 보면, 원론적 차원의 소신 표명으로 이해될 측면이 없지는 않다. 정 장관은 비판적 지적이 서운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 발언만으로도 ‘대운하 불 지피기’라는 의혹이 불거진 국면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런 일이 빚어지는 게 아니다. 이명박정부가 ‘대형 토목공사’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세상이 다 안다. 고위 공직자 발언에는 무게가 실리게 마련이란 측면도 있다. 대운하 재추진설이 번질 만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주식시장의 ‘대운하 관련주’들이 왜 요동을 치겠는가.

오해의 소지가 많은 발언은 삼가야 한다. 하물며 주무 장관이 연거푸 도발에 나서는 인상을 주어서야 되겠는가. 정부 여당에 부담만 안길 뿐이다.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는 옛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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