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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무원연금 땜질처방 이제 그만

설경. 2008. 9. 5. 09:02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에 공무원연금은 어떤 모습일까. 그해 연금 적자는 4조원, 5년간 쌓이는 적자는 합치면 14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이 돈은 세종행정복합도시 토지보상과 기반조성비를 더한 금액이나, 동탄2기 신도시 전체 사업비와 맞먹는다. 공무원연금을 이대로 두면 국민에게 돌아올 '부채상환 청구서'는 이처럼 천문학적인 규모가 된다.

공무원연금은 지난 93년부터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져 적자로 돌아섰다. 1995년과 2000년 두 차례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책을 만들었지만 땜질에 그쳤다. 매년 정부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고, 행정안전부는 내년에는 2조500억원을 떠안아달라고 요구했다.

새 정부 들어 개혁안 마련을 위한 논의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20회 가까이 회의를 열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이 만든 1차 안은 뒤로 밀어놓고 새 절충안을 협상 중이다. 지난 6월에는 28명 위원 중 공무원노조 등에서 6명이 포함됐다. 요즘 연발위 회의는 전문가들과 공무원노조 사이에 지루한 설전만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밥그릇을 줄이겠다'면서 밥그릇 주인한테 맡겨두고, 전문가들이 노조에 맞서고, 개혁을 주도해야 할 행안부는 심판을 보고 있는 꼴이다. 여러 여건을 따지고 보면 행안부 장관이나 국장에게 맡겨서 결론을 낸다는 게 역부족이다.

현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한ㆍ미 쇠고기협상처럼 참여정부가 해결했어야 할 일을 떠넘기는 바람에 골치 아프게 됐다고 설명할지 모른다. 옛 정권이 떠넘겼든 아니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현 정권이 풀어야 할 몫이다.

참여정부는 더 어려운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임기 마지막 해에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2036년 적자가 발생하고 2047년에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개혁내용이나 범위에서 국민연금이 훨씬 광범위하다.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한다는 측면에서도 공무원연금을 먼저 고치고, 국민연금을 손댔어야 하는 게 맞는 순서였다.

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10년간 50조원을 넘는 사상 유례없는 감세안을 내놓았다. 한쪽으로는 대규모 감세안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로 밑빠진 독처럼 예산이 들어가는 곳에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난제인 것은 맞다. 개혁 방식에 따라 퇴직 공무원과 현직 공무원, 공무원을 희망하는 예비 공무원 등 3자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으로 통합하고, 현직 공무원은 지금부터 '더 내고 덜 받는'구조로 개편하고, 퇴직 공무원은 '덜 받는'쪽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국민연금과 유사한 구조로 재설계해야 한다. 기본연금은 국민연금으로 하되, 일반 국민의 퇴직금처럼 퇴직급여를 주고 민간과 격차를 줄이는 저축계정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 중장기적으로 두 개의 연금이 통합되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또 가입 기간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늘리고 기준 소득도 차이를 좁혀야 한다. 국민연금은 생애 평균을 급여지급 기준 소득으로 잡는 반면, 공무원연금은 퇴직 전 3년 평균을 기준소득으로 잡고 있다. 국민연금의 기준소득은 공무원연금의 70%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40년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가입 기간이 33년이다.

기득권자인 퇴직 공무원들이 양보했으면 한다. 낸 기여금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고 있는데, 후배 공무원들이 낸 돈과 예산에서 보조를 받고 있다.

장기 로드맵을 만들어 공무원과 국민이 개혁의 과정과 단계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해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지금보다 정교한 공무원 평가시스템을 마련해 급여와 승진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보완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연금개혁이 성공하려면 통치권 차원의 결단과 국회의 논의가 시급하다. 공무원들의 하소연에도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공무원연금에는 국민연금과 달리 퇴직금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과거 박봉에 힘들게 일했던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공무원이 민간보다 복지나 급여 면에서 불리했더라도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20만 공시족이 공무원의 달라진 위상을 대변한다.

공무원의 노후생활을 위해 내가 낸 세금이 매년 수조 원씩 들어간다고 하면 국민이 얼마나, 언제까지 수긍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임시방편에 그친다면 몇 년 안에 개혁논의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조경엽 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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