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회에 관한 이론이나 교설은 특정한 인간관을 전제한다. 자연현상의 비밀을 천착하던 근대 자연과학은 현상의 배후에 놓인 근본원리를 하나하나 찾아냈고 그 성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영향으로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던 학자들 역시 사회현상의 배후에 놓인 근본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 핵심에는 인간이 있었다. 인간의 성격이나 본질을 어떻게 보느냐 혹은 어떤 식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근본원리가 달라졌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의가 근대에 이르러 처음 생긴 것은 아니지만, 근대 이후의 논의는 보편성을 찾고자 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연법칙은 보편성을 지향한다. 보편성이란 시공간을 초월해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자연법칙에 버금가는 사회의 법칙(혹은 원리)을 추구했던 사람들도 인간에 관해 그런 보편성이 있을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 찾아낸, 혹은 만들어낸 인간은 보편적 존재였고, 이를 전제로 한 사회의 근본원리도 보편성을 갖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 인간은 필연적으로 추상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상정하는 인간은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이 모두 그런 존재인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그리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이 작동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는 추상적 인간으로 만들어진 추상적 사회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현실과 괴리된 이상사회(Utopia)인 것이다. 추상화된 이상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다(정의롭지 못한 이상사회를 꿈꾸는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경쟁이 곧 선이요, 시장이 곧 만능이며, 능력과 재능이 분배의 가장 정의로운 기준일 것이다.
시장만능적 사고방식의 만연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권이 바뀐 후 시장만능주의가 우리 사회를 더욱 더 압도해나가고 있다. 시장주의라는 표현은 많은 것을 은폐하고 있다. 일정하게 가공된 사회에서나 적용될 법한 가치와 기준이 마치 절대적 선(善)이나 정의인 양 치켜세워진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걸맞은 인간은 현실에서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런 사람들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때로는 그런 사람들의 활약으로 덕을 볼 것이라고 자위한다.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에 진실 혹은 정의인 것이 다른 사람이나 계층에도 진실 혹은 정의라고 강요되는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발하고 있다.
인간에 관한 법칙은 자연에 관한 법칙과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이상 인간에 관한 법칙들 중 어떤 것들은 자연법칙적 성격을 갖는다. 어떤 자극을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이 따라 나온다는 법칙이 인간에 관한 법칙에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촛불시위 관계자들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벌이니까 촛불시위가 수그러들더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적 법칙을 넘어서 있는 것이 당위의 법칙이다. 인간에 관한 법칙에 있어서 우선인 것은 바로 이 당위의 법칙이고, 자연법칙에서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이 당위를 압도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가 그 대표적 사례다. 좀더 엄격하게 말하면 사실이 당위의 이름을 달고 본래적 당위를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은 사실과 당위를 혼동하고 있고, 이 틈을 타 사실이 마치 당위인 양 행세를 하고 있는 꼴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당위로서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너무 많이 빚어지고 있어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우리는 근본부터 새롭게 생각하는 자세로 현 상황을 돌이켜 반성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만 한다.
1 우리 사회가 전제하고 있는 인간관에 대해 검토해보라.
2 인간과 사회에 관한 법칙이 자연법칙과 다른 까닭을 논의해보라.
3 당위적 가치가 사실의 논리에 의해 훼손되는 예를 들어 비판해보라.
4 시장주의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일 수 있는가를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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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인간은 필연적으로 추상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상정하는 인간은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이 모두 그런 존재인 것은 아니다. 모두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는 자유주의 시장경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그리하여도 아무런 탈이 없이 작동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회는 추상적 인간으로 만들어진 추상적 사회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현실과 괴리된 이상사회(Utopia)인 것이다. 추상화된 이상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다(정의롭지 못한 이상사회를 꿈꾸는 예는 일찍이 없었다). 그곳에서는 경쟁이 곧 선이요, 시장이 곧 만능이며, 능력과 재능이 분배의 가장 정의로운 기준일 것이다.
시장만능적 사고방식의 만연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정권이 바뀐 후 시장만능주의가 우리 사회를 더욱 더 압도해나가고 있다. 시장주의라는 표현은 많은 것을 은폐하고 있다. 일정하게 가공된 사회에서나 적용될 법한 가치와 기준이 마치 절대적 선(善)이나 정의인 양 치켜세워진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걸맞은 인간은 현실에서 극소수에 불과함에도 사람들은 자신들도 그런 사람들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때로는 그런 사람들의 활약으로 덕을 볼 것이라고 자위한다. 특정인이나 특정 계층에 진실 혹은 정의인 것이 다른 사람이나 계층에도 진실 혹은 정의라고 강요되는 현상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만발하고 있다.
인간에 관한 법칙은 자연에 관한 법칙과 다르다. 아니 달라야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이상 인간에 관한 법칙들 중 어떤 것들은 자연법칙적 성격을 갖는다. 어떤 자극을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이 따라 나온다는 법칙이 인간에 관한 법칙에도 존재한다. 이를테면 촛불시위 관계자들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벌이니까 촛불시위가 수그러들더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적 법칙을 넘어서 있는 것이 당위의 법칙이다. 인간에 관한 법칙에 있어서 우선인 것은 바로 이 당위의 법칙이고, 자연법칙에서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실이 당위를 압도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가 그 대표적 사례다. 좀더 엄격하게 말하면 사실이 당위의 이름을 달고 본래적 당위를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은 사실과 당위를 혼동하고 있고, 이 틈을 타 사실이 마치 당위인 양 행세를 하고 있는 꼴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당위로서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너무 많이 빚어지고 있어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우리는 근본부터 새롭게 생각하는 자세로 현 상황을 돌이켜 반성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만 한다.
1 우리 사회가 전제하고 있는 인간관에 대해 검토해보라.
2 인간과 사회에 관한 법칙이 자연법칙과 다른 까닭을 논의해보라.
3 당위적 가치가 사실의 논리에 의해 훼손되는 예를 들어 비판해보라.
4 시장주의가 사회적 문제의 해결책일 수 있는가를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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