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
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은 올해 수시2학기 전형에서 논술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대학이 고교의 내신성적을 100%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실시되는 수시2학기 전형은 규정상 수능 성적을 점수로 반영할 수 없다.
결국 당락을 좌우하는 건 내신과 논술 정도인데, 중위권 학생일수록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므로 논술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 소장은 “대학 논술문제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므로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논술시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모의논술 등을 검토해보면 올해 제시되는 논제들은 예년에 비해 정교화·세분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년 논술은 적게는 1200자, 많게는 2500자 분량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수능 점수로 한 단계 걸러진 수험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시논술은 여러 개의 문항이 나올 확률이 높다. 1번은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비교·설명하는 이해력 평가 문항, 2번은 특정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비판하는 논리력 평가 문항, 3번은 도표와 그래프 등 분석력 평가 문항, 4번은 제시문을 종합해 자신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창의력 평가 문항과 같은 식이다. 이른바 ‘단계별 심화학습형 논술’이다.”
몇 년 전 등장했던 통합논술의 흐름은 변함없이 유지되는가. “그렇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 바뀌었다. 초기 통합논술은 계열통합 방식, 즉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을 뭉쳐놓은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계열 내에서의 통합이 주를 이룬다. 같은 자료분석 문항이라도 예전엔 수리적 연산까지 도출해내야 했지만 요즘은 자료가 의미하는 걸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제시문은 쉬워지고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예전 같았으면 지문 자체의 수준이 너무 높아 사전학습 없인 이해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요즘은 평이한 제시문을 주되 제시문 간 관계 파악이나 논리 비판, 특정 주장에 대한 반론 제기 등과 같이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졌다.”
논술학습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수준 차이가 심하다. 이해력 단계에서부터 막히는 학생도 많다. 창의력의 경우 99%의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 논술 채점위원들은 매번 학생 답안이 붕어빵식이라고 비판하는데,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쳐서가 아니라 원래 창의력이 부족해서다. 제시문에 나와 있는 논리적 체계를 분석하고 허점을 발견하는 논리력에도 문제가 많다. 최근 논술 유형은 자신의 생각을 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글에 대한 논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의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는가. “한양대에서 출산율 저하와 관련된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천편일률적 답안을 방지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이나 영유아 보육시설 강화 등 일반적 대책은 제시문에 미리 알려주고 그걸 비판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서울대는 동성동본 금혼 규정의 문제, 즉 개인의 행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문으로 주고 동성동본의 족보를 제시한 후 ‘헌법의 정신은 논외로 하고 동성동본 금혼법이 왜 타당하지 않은가’를 밝히라고 했다. 뻔한 내용이 제시문에 다 나와 있는 상황에선 누가 보다 정교한 비판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게 좋은 점수를 받는 관건이 된다.”
문제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그렇다. 대학들이 출제하는 논술 문제만큼은 이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를 넘어섰다는 게 이쪽 업계 사람들의 생각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문제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까. 문제는 공교육 현장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논술 평가에 적합하게 편성돼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학교 논술 교육은 국어과와 사회과 정도만 참여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효율 면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논술은 시사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올해 예상되는 주제가 있다면. “상반기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일 것이다. 그러나 촛불집회 자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보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민주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든가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의 장단점, 선거를 통한 인재 선발 방식의 타당성과 같은 주제로 변형돼 제시될 확률이 높다.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문제도 나올 수 있다. 대중을 ‘우매한 군중’으로 평가해 중우정치의 위험을 경고했던 플라톤과 달리 최근엔 ‘스마트 몹(smart mob·똑똑한 군중)’이라는 개념이 활발히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촛불집회 사태에서 나타난 엘리트와 대중의 관계를 물을 수도 있다. 글로벌 푸드의 문제점이나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줄임말, 건강과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의 역기능, 바이오디젤의 경제학 등 환경 문제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3 논술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은 대학들도 서비스가 좋아져서 자기 학교 논술 대비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입학처에 신청하면 보내주기도 한다. 자료집을 받아 시험 출제교수의 변이나 출제 경향, 핵심 평가 내용, 기출문제 및 해설, 우수 학생 답안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적어도 30회 정도는 반복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지원하려는 학교의 최근 3년간 기출문제도 빠짐없이 풀어봐야 한다. 수준이 비슷한 대학의 경우, 3년 정도를 주기로 문제 경향이 겹치기도 하므로 여유가 된다면 다른 학교의 문제도 들여다보는 게 좋다.”
논술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사이트를 소개한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논술 교재는 대부분 주제별로 구성돼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고 유형을 단계별로 마스터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수험서보다는 ‘요약의 기술’(2004, 와다 히데키 지음, 하연수 옮김, 김영사)이나 ‘논증의 기술’(2004, 앤서니 웨스턴 지음, 이보경 옮김, 필맥)과 같은 단행본을 읽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논리적 사고가 이뤄지는 과정, 그것을 글로 완성하는 과정을 탄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이트 중에선 현직 고교 교사가 무료로 운영하는 ‘강호영의 논술교실(my.dreamwiz.com/ghdud99)’이 방대한 자료를 탑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강상식 학림논술연구소장은 올해 수시2학기 전형에서 논술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해 “대학이 고교의 내신성적을 100%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에 실시되는 수시2학기 전형은 규정상 수능 성적을 점수로 반영할 수 없다.
결국 당락을 좌우하는 건 내신과 논술 정도인데, 중위권 학생일수록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지므로 논술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 소장은 “대학 논술문제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므로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올해 논술시험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모의논술 등을 검토해보면 올해 제시되는 논제들은 예년에 비해 정교화·세분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년 논술은 적게는 1200자, 많게는 2500자 분량으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수능 점수로 한 단계 걸러진 수험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시논술은 여러 개의 문항이 나올 확률이 높다. 1번은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비교·설명하는 이해력 평가 문항, 2번은 특정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거나 비판하는 논리력 평가 문항, 3번은 도표와 그래프 등 분석력 평가 문항, 4번은 제시문을 종합해 자신의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창의력 평가 문항과 같은 식이다. 이른바 ‘단계별 심화학습형 논술’이다.”
몇 년 전 등장했던 통합논술의 흐름은 변함없이 유지되는가. “그렇다. 다만 그 형태가 조금 바뀌었다. 초기 통합논술은 계열통합 방식, 즉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을 뭉쳐놓은 형태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계열 내에서의 통합이 주를 이룬다. 같은 자료분석 문항이라도 예전엔 수리적 연산까지 도출해내야 했지만 요즘은 자료가 의미하는 걸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
제시문은 쉬워지고 문제 해결은 어려워진 것도 특징 중 하나다. 예전 같았으면 지문 자체의 수준이 너무 높아 사전학습 없인 이해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요즘은 평이한 제시문을 주되 제시문 간 관계 파악이나 논리 비판, 특정 주장에 대한 반론 제기 등과 같이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졌다.”
논술학습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수준 차이가 심하다. 이해력 단계에서부터 막히는 학생도 많다. 창의력의 경우 99%의 학생이 어려움을 겪는다. 대학 논술 채점위원들은 매번 학생 답안이 붕어빵식이라고 비판하는데,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쳐서가 아니라 원래 창의력이 부족해서다. 제시문에 나와 있는 논리적 체계를 분석하고 허점을 발견하는 논리력에도 문제가 많다. 최근 논술 유형은 자신의 생각을 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글에 대한 논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의 실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출제될 수 있는가. “한양대에서 출산율 저하와 관련된 문제가 나온 적이 있다. 그런데 천편일률적 답안을 방지하기 위해 출산장려금 지급이나 영유아 보육시설 강화 등 일반적 대책은 제시문에 미리 알려주고 그걸 비판한 새로운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서울대는 동성동본 금혼 규정의 문제, 즉 개인의 행복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문으로 주고 동성동본의 족보를 제시한 후 ‘헌법의 정신은 논외로 하고 동성동본 금혼법이 왜 타당하지 않은가’를 밝히라고 했다. 뻔한 내용이 제시문에 다 나와 있는 상황에선 누가 보다 정교한 비판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게 좋은 점수를 받는 관건이 된다.”
문제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그렇다. 대학들이 출제하는 논술 문제만큼은 이 분야의 선진국이라는 프랑스를 넘어섰다는 게 이쪽 업계 사람들의 생각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문제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할까. 문제는 공교육 현장이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논술 평가에 적합하게 편성돼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학교 논술 교육은 국어과와 사회과 정도만 참여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효율 면에서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논술은 시사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올해 예상되는 주제가 있다면. “상반기 최대 이슈는 아무래도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일 것이다. 그러나 촛불집회 자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보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민주주의의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든가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의 장단점, 선거를 통한 인재 선발 방식의 타당성과 같은 주제로 변형돼 제시될 확률이 높다.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문제도 나올 수 있다. 대중을 ‘우매한 군중’으로 평가해 중우정치의 위험을 경고했던 플라톤과 달리 최근엔 ‘스마트 몹(smart mob·똑똑한 군중)’이라는 개념이 활발히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촛불집회 사태에서 나타난 엘리트와 대중의 관계를 물을 수도 있다. 글로벌 푸드의 문제점이나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줄임말, 건강과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의 역기능, 바이오디젤의 경제학 등 환경 문제도 출제 가능성이 높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3 논술 수험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요즘은 대학들도 서비스가 좋아져서 자기 학교 논술 대비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입학처에 신청하면 보내주기도 한다. 자료집을 받아 시험 출제교수의 변이나 출제 경향, 핵심 평가 내용, 기출문제 및 해설, 우수 학생 답안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적어도 30회 정도는 반복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지원하려는 학교의 최근 3년간 기출문제도 빠짐없이 풀어봐야 한다. 수준이 비슷한 대학의 경우, 3년 정도를 주기로 문제 경향이 겹치기도 하므로 여유가 된다면 다른 학교의 문제도 들여다보는 게 좋다.”
논술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나 사이트를 소개한다면. “시중에 나와 있는 논술 교재는 대부분 주제별로 구성돼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고 유형을 단계별로 마스터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수험서보다는 ‘요약의 기술’(2004, 와다 히데키 지음, 하연수 옮김, 김영사)이나 ‘논증의 기술’(2004, 앤서니 웨스턴 지음, 이보경 옮김, 필맥)과 같은 단행본을 읽어보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논리적 사고가 이뤄지는 과정, 그것을 글로 완성하는 과정을 탄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이트 중에선 현직 고교 교사가 무료로 운영하는 ‘강호영의 논술교실(my.dreamwiz.com/ghdud99)’이 방대한 자료를 탑재하고 있어 참고할 만하다.”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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