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유진.이찬원] “‘세 자리의 양의 정수를 생각하자. 세 개의 자릿수 a·b·c 중 어떤 두 개의 합이 나머지 하나의 두 배인 양의 정수 abc의 개수를 구하라’. 올해 출제된 올림피아드 중등부 시험문제야. 중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풀이법은 없을까.”
“각자 이 문제를 연구한 후 토론해 보는 건 어때?”
10일 밤 9시, 대전 KAIST 태울관 3층 3102호실. KAIST 수학문제연구회(이하 수문회) 회원들이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출제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수문회는 1988년 대학생수학경시대회에서 입상한 학생 4명이 만든 수학 연구 모임이다. 수문회 사이트(www.msquare.or.kr)를 통해 국내외 수학올림피아드 문제 풀이를 해주고 학생들의 질문도 받는다.
인터넷에서 ‘수학 멘토’로 활동 중인 KAIST 수문회 선배들에게 올림피아드 입상 비결을 물어봤다.
◆“수학의 개념과 공식 정복하라”=수리과학부 최범준(수문회 회장 ·2년)씨는 “수학의 기본개념만 이해해도 문제의 50%는 이미 푼 셈”이라며 “수학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원 넓이를 구하는 공식 등 엄밀한 공식으로 짜여 있으므로 공식만 이해하면 절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 및 시스템 공학과 김태우(3년씨도 “문제 풀이 과정을 공식에 짜 맞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예컨대 조합론 문제가 나오면 조합적인 방법론과 대수적인 방법을 응용해 풀라는 것이다. 김씨는 “올림피아드 기출문제를 다양하게 풀다 보면 응용력이 생기고 고난도 문제 풀이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는다”며 “수학교과서에 실린 증명문제나 예시문제부터 확실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림피아드 문제는 대부분 기하학·조합론·대수·정수·함수에서 나온다”며 “이 부문만 파고들어도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림피아드 시험은 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아프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유럽 등 6대주에서 치러진다. 각국 올림피아드 홈페이지를 통해 기출문제를 볼 수 있다. 수리과학부 이병찬(2년)씨는 “헝가리·폴란드 등 유럽의 동구권 국가나 동아시아 국가 올림피아드는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동구권은 수학 올림피아드 전통이 49년이고, 동아시아 국가는 특유의 교육열과 경쟁으로 인해 자연스레 문제가 어려워진 것 같다”는 게 이씨의 분석이다.
◆“동구권 올림피아드 공략하라”=지난해 마드리드 IMO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고 2위 러시아, 3위 미국, 4위 한국, 6위는 태국이었다. 생명과학부 이해준(2년)씨는 “동아시아 국가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는 편”이라며 “미국·캐나다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는 한국과 비슷한데 고교 정규과정 수준으로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유럽 국가의 올림피아드 사이트에서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올림피아드 대비 추천도서로 『올림피아드 수학의 지름길』 『평면의 기하학』 『셈본』 『평면 기하학의 아이디어』를 권했다. 이들은 특히 “문제풀이식 공부법은 도움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실력이 늘지 않고 정체된다는 것이다. 수문회 월간지 ‘Math letter’ 편집장인 수리과학부 이동민(2년)씨는 “수학은 기호와 정의로 이뤄져 있어 ‘과학의 언어’로 통한다”며 “개념과 정의를 정확히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정유진 기자
사진=이찬원 기자
◆KAIST 수학문제연구회
1988년 기숙사를 같이 쓰던 87학번 학생 네 명이 대학 생 수학경시대회에 입상하면서 결성 됐다. KAIST 2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국내외 올림피아드 출제 문제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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