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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관고 서로 가르치고 배워 ‘학습효과 2배’

설경. 2008. 9. 17. 09:49

[중앙일보 정유진.오상민]  민족사관고에서는 요즘 방과 후 개인 과외를 받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멘토로부터 학습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다. 2003년 민사고 8기 학생들의 학습 상담으로 시작한 학습튜터링제를 전교생이 이용하면서 학습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박혜선 담당교사는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주도적 공부 습관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 학습튜터링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교생이 배우미 겸 도우미”=4일 오후 6시 민족사관고 충무관 2층 강의실. 교복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국제부 2학년 박지호군과 고서우군이 머리를 맞대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지호야, 수학 시간에 적분을 이용해 부피를 구하는 것을 배웠는데 적분 방식이 복잡해.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적분 개념을 익힌 후 교과서에 나오는 예시 문제를 먼저 풀어보자.”

학습튜터링제는 도우미와 배우미가 1대1 혹은 1대2로 만나 공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2학년 매니저 김수지양은 “전교생이 때론 배우미가 되고 도우미도 된다” 며 “선후배끼리 자신 없는 과목에 SOS를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튜터링 매니저는 매년 5~6월에 선발한다. 박 교사는 “입학해서 두 달 동안 학습 지도를 받은 뒤 튜터링제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매니저를 신청한다”고 말했다.

매니저는 학생들이 과목을 신청하면 성적 우수자나 특정 과목 특기자와 연결시켜 준다. 프랑스어·컴퓨터 자바·물리·포토샵 등을 신청하면 매니저가 특기자를 소개한다. “화학이나 물리·지구과학 등은 올림피아드나 전국경시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배우미가 되길 권한다”는 게 3학년 김다은양의 말이다. 튜터링이 매칭되면 도우미가 학습계획서를 제출한다. 튜터링이 끝나면 배우미는 소감문을 내고, 이를 바탕으로 우수팀을 선발한다.

◆서로 상의해 학습 자료 결정=학습 자료는 배우미와 도우미가 상의해 결정한다. 컴퓨터 자바를 배울 땐 노트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화학은 토론과 실험을 하면서 배운다. 컴퓨터 '자바' 강사인 박지호군은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 학습효과가 2배로 커진다”고 말했다.

김수지양은 튜터링을 하면서 일어를 배웠다. 김양은 “멘토가 권하는 대로 일본어 노래 가사를 한국어로 받아 적으면서 일어 실력을 쌓았다”고 말했다. 고서우군은 “중학교 때 벼락치기 공부를 자주 했는데 멘토를 만난 뒤 매일 공부한 덕분에 벼락치기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열정파' 도우미들은 다큐영상자료로 선후배들의 학습을 돕는다. 이렇게 학습계획을 잘 세워 효과를 본 학생이 적지 않다. 고군은 “도우미와 배우미가 선후배 사이이므로 '눈높이' 교육을 한다는 게 장점”이라며 “수업 시간에 잘 몰랐던 내용을 친구들에게 배우니까 훨씬 이해가 빠르다”고 자랑했다. 멘토-멘티는 학업이나 친구 관계 고민도 나눈다. 김다은양은 “튜터링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우정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횡성=정유진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