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수시모집으로 본 2009학년도 입시 향방

설경. 2008. 9. 22. 17:55

[동아일보]

전문대학원 가는 ‘우회로’ 자유전공학부 약진

2009학년도 2학기 수시모집 지원이 지난주에 마감됐다. 논술이나 면접 등 전형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2009학년도 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올해는 각 학교가 학교별 특성에 맞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전형을 다수 신설했다. 이 때문에 중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나 수시모집 선발 인원이 전체의 60% 정도까지 상향 조절됐다. 여느 해보다 다양한 전형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학생부 성적이나 모의고사 성적이 조금 뒤처지는 수험생도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경제난 반영 전문직 진출-취직 쉬운 전공 강세

1학기 수시의 경우, 대부분 학교에서 상당히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건국대의 ‘KU입학사정관전형Ⅱ(자기추천)’, ‘KU예술영재전형’은 무려 7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나타냈다. 가톨릭대의 ‘적성평가우수자전형’도 50 대 1을 넘어섰다. 중앙대의 ‘다빈치인재전형’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전형들은 학업성적이 다소 불리해도 타 전형에 비해 합격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별다른 자격제한 요소가 없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이러한 점이 중상위권 수험생의 관심을 크게 끈 것으로 보인다.

2학기 수시의 경우, 논술과 관련된 전형(논술우수자, 일반우수자 등)의 인기가 높았다. 상위권 학교들을 살펴보면 연세대 48.81 대 1, 고려대 30.91 대 1, 성균관대 39.3 대 1, 한양대 49.63 대 1, 중앙대 40.72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런 현상은 수시모집 인원이 늘어나고 수시에서의 논술 비중이 강화되자 미리 논술을 준비한 수험생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1학기 수시 에 비해 보다 현실화·구체화된 전형안에 수험생들의 발길이 쏠렸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2009학년도 수시 지원 경향을 살펴보면 ‘수험생이 선호하는 전공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인문계열에서는 경영학과 정치외교학 등이 전통적 강세를 이어갔다. 교육학을 비롯한 사범대의 인기도 여전했다. 국제학이나 신문방송학 등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자연계열에서는 매년 높은 인기를 누리는 의·치·한의예과를 비롯하여 간호학, 보건학이 강세를 보였다. 생명공학, 화학공학, 생물학의 경쟁도 치열했다. 특히 의·치·한의예과는 학과가 개설된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내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두산그룹의 인수로 기대치가 높아진 중앙대의 논술우수자 전형은 주요 대학 의예과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186.5 대 1)을 기록했다. 생명공학, 화학공학, 생물학 관련 전공의 인기가 상승한 것은 현재 성적으로는 의대에 합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향후 의·치의학 및 약학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원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자유전공학부’의 높은 경쟁률이다. 각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하기 위해 만든 자유전공학부는 타 학부나 학과에 비해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법학, 의학, 약학 관련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수험생들에게 자유전공학부는 법학과와 약학과가 사라진 빈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대체학과로 인식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몇몇 학교에서는 자유전공학부를 ‘프리 로스쿨’ 개념으로 홍보하는 전략을 펼쳤고, 응시생의 수를 통해 이런 홍보 전략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음이 입증되기도 했다.

2009학년도 수시모집 응시생은 ‘전문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공이나 취직이 쉬운 전공 선택’이 두드러졌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제난 때문에 안정적인 전문직을 원하는 풍토가 그대로 반영됐고,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그나마 취직에 용이한 전공을 선택하려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 정시는 물론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기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이라면 이런 경향을 감안해 성적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정선 ㈜엘림에듀 평가연구원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