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영역/비문학 제재별 독해-과학

[동아일보]

《많은 수험생이 비문학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을 묻는다. 비문학 제재의 독해는 꾸준한 연습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비문학 지문을 독해하려면 평소에 문장의 연결구조나 글의 논리구조를 바탕으로 소문단의 주제를 찾아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최고다. 전체의 요지는 각 소문단의 요지의 합이기 때문이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소문단별 주제 메모 → 요지 파악 → 글 전체 요지 찾아라

과학제재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수학 의학을 기본으로 과학철학, 과학사 등에서 출제한다. 순수기초과학 분야 중 과학의 본질이나 실생활 적용 관련 문제를 주로 출제하는데, 대상이나 개념에 대해 설명한 지문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독해가 중요하다. 다른 지문도 마찬가지지만 과학지문은 특히 정교하고 치밀하다는 특성이 있다. 문장 하나 조사 하나로 과학적 사실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제재는 독해 자체가 크게 어려운 편은 아니기 때문에 집중만 하면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 지문은 수능 초기에는 ‘신과학 운동, 과학적 패러다임’ 등 과학철학, 과학사에 관련된 원론적인 글의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에는 ‘양자역학, 피의 순환 이론’ 등 개별 분야를 다루는 글이 주로 출제되고 있다. 특히 물리학은 과학의 본질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분야라 출제가능성이 늘 높은 편이다.

지구과학도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환경문제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을 다룬 시의성 있는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많이 나왔던 수학적인 글은 최근 뜸하니 역시 주목해야 한다. 매년 이들 주제는 순환되며 설명문답게 출제되는 문제는 정보의 확인, 반응의 적절성 평가, 구체적 사례 적용 등의 유형이 많다. 수능과 평가원 모의평가가 물리학과 생물학 제재를 주로 다룬 데 비해 서울시교육청 학력평가는 다양한 분야의 글을 출제한다. 수능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화학 관련 지문을 시교육청 평가에서 다룬 것이 특이하다.

■ 과학제재 독해 원리

과학제재는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는 글이 주로 출제됐다. 제재의 성격상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기보다는 개괄적이고 일상적인 제재가 많다. 지문에 어려운 과학용어가 나와도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서와 관련된 내용이 출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학제재 지문을 잘 읽으려면 우선 과학 교과서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과학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생활과 과학’(한국교원대 교육연구소) 교과서도 유용하다. 만약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문제가 나와도 고교에서 배운 내용을 확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제재는 생소한 용어 때문에 심적인 두려움이 생겨 독해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하는 데 과학 교과서가 좋다는 것이다.

과학지문에는 가끔 그림 문제가 나온다. 그림은 수험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주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과학지문은 치밀한 정보를 제시하거나 정보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그림이기 때문이다.

과학 지문을 잘 읽으려면 과학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유리하다. ‘현상→현상의 원리→개념·원리의 설명→예시(현실 적용) 요약’으로 이어지는 지문의 흐름에서 전반부를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까다로워 보이는 물리학이나 지구과학 관련 지문도 원론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고, 설명하는 글이 대다수이므로 지문의 난도가 그리 높지 않다. 시간을 내서 과학 관련 서적을 읽기가 어렵다면 과학시간에 집중하거나 과학 교과서를 정독하는 것이 좋다.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나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 같은 교양서나 과학 월간지를 정독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

사회제재와 마찬가지로 과학제재는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사회적 주목을 받는 과학 이론과 관련된 글이 지문으로 종종 제시되므로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서 의미 있는 과학 기사가 나오면 꼼꼼히 읽어 정리해 두면 도움이 된다.

<표2> 외에도 최근 각종 모의평가에서 신기루, 빙하형성과 기온변화, 동물의 호흡, NMR분광계, 생명체의 신비, 아이슬란드의 지질학적 특성, 샤이블러의 실험, 원소의 생성기원, 생물 다양성의 가치, 초끈이론의 개념과 의의, 인공생명론, 과학적 지식의 생성 과정, 과학에서의 역사적 지문과 서술, 홍길주의 제곱근 풀이법, 변화무쌍한 물의 성질, 동물의 의사표현 방법, 열과 빛의 정체 등 다양한 제재에서 출제되었다.

그러면 실제로 과학제재의 예시문제를 풀어 보도록 하자.

<예문>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평가원 모의평가 41∼43번 지문

『남극의 빙하는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기온 변화에 관한 기초 자료를 생생하게 보존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를 분석함으로써 지구 온난화 등 지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하여 중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

남극의 표층에 쌓인 눈은 계속 내리는 눈에 덮이면서 점점 깊이 매몰되고 그에 따라 눈의 밀도는 점차 증가한다. 일정한 깊이에 이르면 상부에 쌓인 눈이 가하는 압력 때문에 하부의 눈은 얼음으로 변형된다. 이때 눈 입자들 사이에 들어 있는 공기가 얼음 속에 갇히게 되고, 얼음이 두꺼워지면서 상부의 얼음이 가하는 압력이 증가하게 되면 클라트레이트 수화물*이 형성된다. 이 속의 기포들은 당시 대기의 기체 성분을 그대로 가지게 된다. 기포가 포함된 얼음을 시추하여 녹이면 원래의 상태로 바뀌고, 이때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같은 정밀 기기를 사용하여 그 속의 기체 성분을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빙하 속 기포 내의 대기 성분 정보를 통해 그 당시의 기온을 알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의 기온을 조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빙하를 구성하는 물 분자의 산소나 수소의 동위원소비를 이용하는 것이다. 동위원소란 원자번호는 같지만 원자량이 서로 다른 원소를 말하는데, 산소의 동위원소로는 원자량이 16인 산소(16O)와 원자량이 18인 산소(18O)가 있다. 남극 빙하를 구성하는 물 분자들의 산소 동위원소비(18O/16O)는 눈으로 내릴 당시의 기온 변화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여름과 겨울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그 증감은 일 년의 주기를 갖는다. 오늘날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산소 동위원소비의 증감은 기온 변화와 거의 정비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적용하여 빙하가 만들어진 당시의 기온을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빙하에 대한 최근 연구는 산소의 동위원소비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나 메탄의 농도 변화도 기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기체들의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농도가 감소하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빙하로부터 알게 된 과거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 변화 폭과 비교해 볼 때, 오늘날 이들의 농도는 우려할 만큼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클라트레이트 수화물: 고압과 저온의 조건에서 물 분자가 결합하여 생성된 빈 공간에 메탄, 이산화탄소, 질소 등 분자량이 작은 기체가 들어 있는 결정체.』

「41.위 글의 내용을 가장 잘 반영한 표제와 부제는? [1점]

① 남극 빙하의 가치 - 기후 변화의 기록 보관소

② 남극 빙하 이야기 -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실태

③ 빙하 연구의 현주소 - 과학적 연구 성과와 전망

④ 남극, 거대한 실험실 - 동위원소 연구의 현황

⑤ 남극 빙하의 과거와 미래 - 새로운 자원의 보고 」

과학지문에서 종종 나오는 주제 파악 문제이다. 이 글에서는 남극의 빙하가 과거 지구의 대기 성분과 기온 변화에 관한 기초 자료를 보존하고 있으며, 그것이 지구 온난화 등 지구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중요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약하면 ①과 같이 ‘남극 빙하의 가치-기후 변화의 기록 보관소’라 표현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그 실태는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②는 아니다. ③도 이 글은 빙하 연구의 수준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므로 답이 되지 못한다. ④의 ‘남극, 거대한 실험실’이나 ‘동위원소 연구의 현황’이란 말은 글 전체의 내용을 포괄하지 못한다.

『42.위 글을 바탕으로 과제를 수행할 때, <보기>의 ㉠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과제명: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 변화 양상

·조사 대상: 남극에서 시추한 빙하

·조사 방법 및 내용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한 기체 성분 조사

-산소 동위원소비를 이용한 기온 측정

-산소 동위원소비 증감의 주기성을 이용한 ( ㉠ ) 조사」

① 생성 연대 ② 오염 정도 ③ 평균 강도 ④ 결정 구조 ⑤ 전체 부피』

<보기>에는 남극의 빙하를 통해 1만 년 전부터의 기온변화 양상을 밝히는 것을 과제로 제시하고면서 이를 위한 조사 방법으로 기체 성분 조사, 기온 측정 등을 예시하고 있다. 3문단의 내용을 보면, 산소 동위원소비 증감은 일 년의 주기를 갖는다고 하고있다. 따라서 그러한 주기성을 이용하면 빙하의 생성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 빙하의 오염 정도에 대한 언급은 제시돼 있지 않다.

『43.위 글과 <보기>를 이용하여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그림은 시추한 빙하의 일부분과 그것을 확대한 것이다.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ㄱ. 시추한 빙하에는 화산재가 포함되어 있다.

ㄴ. 시추한 지점의 표층 부분 눈의 밀도는 0.3g/cm3이다.

ㄷ. 산소 동위원소비는 검은 띠 부분에서 증가하고 흰 부분에서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①A에 해당하는 시기에 화산 활동이 있었을 것이다.

②B 지점이 C 지점보다 당시 기온이 낮았을 것이다.

③시추한 빙하 하부의 밀도는 ㎤당 0.3g보다 클 것이다.

④시추한 빙하의 하부로 갈수록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증가할 것이다.

⑤깊이 50m인 지점보다 100m인 지점의 얼음이 먼저 만들어졌을 것이다.』

④의 내용처럼 시추한 빙하의 하부로 갈수록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할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3, 4문단을 통해 기체들의 농도가 증가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반대로 농도가 감소하면 기온이 내려간다는 내용만 확인할 수 있다. ① 시추한 빙하에서 화산재가 발견되었다는 것은 해당 시기에 화산 활동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② 지문의 3문단과 <보기>의 ㄷ을 고려할 때, 산소 동위원소비가 증가하는 검은 띠 부분(C)은 그것이 감소하는 흰 부분(B)보다 기온이 높았을 것이다. ③ 지문의 2문단과 <보기>의 ㄴ을 고려할 때, 빙하 하부의 밀도는 표층 부분보다 클 것이다. ⑤ 지문의 2문단을 통해 추론이 가능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