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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맹모 삼천지교? 서울 특목고 가려 이사할까

설경. 2008. 10. 14. 14:59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정미영 씨(가명ㆍ40)는 수 개월간 밤잠을 설치며 고민한 끝에 현재 사는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목동으로 11월에 이사를 가기로 최근 결정했다. 아직까지 갚지 못한 은행 대출에, 서울 곳곳에서 집값이 급락하는 등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아이의 특목고 진학을 위해 다소의 불안과 빠듯한 살림살이는 감당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정씨는 "중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는 현재 아이가 다니는 광명지역 초등학교까지 매일 운전해 통학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면서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는 두세 달 고생하는 게 낫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의 지역제한 정책에 따라 2010학년도 특목고 입시부터 서울지역 중학교를 나와야 서울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게 되면서 수도권 주변 학부모들의 '서울행(行) 러시'가 벌써부터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 16개 시ㆍ도 교육청 담당 장학관들이 "서울로 몰려 지역에서는 인재 유출이 심화되고, 서울은 입시 경쟁이 과열돼 사교육을 키우고 있다"며 2010학년도 입시부터 지역을 제한하기로 합의한 이후 서울과 경기교육청이 우선적으로 2010학년도 입시부터 지역제한 선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대상이 되는 2010학년도 특목고 입시부터는 졸업한 중학교가 소재한 지역 특목고에만 지원할 수 있다. 올해 중학교 3학년까지는 지역에 상관없이, 서울 중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서울권 특목고에 지원할 수 있었다.

입시 상황이 급변하자 아직까지 중학교에 입학하지 않았거나 현재 중학교 1~2학년생을 둔 학부모 중 아이의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학부모 상당수가 유명 특목고가 대거 포진한 서울로 자녀를 진학시키기 위해 이사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특목고 전문기관인 하늘교육에 의뢰해 학부모 128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23.4%가 '자녀의 서울 지역 특목고 진학을 위해 이사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특히 경기 지역 학부모는 응답자 가운데 47.5%가 '서울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했다.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승희 씨(가명ㆍ42)는 "대학 진학 결과를 보면 아무래도 서울이 낫다"며 "학부모들은 진학률과 학습 환경이 앞서는 서울을 경기보다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살고 있지만 아이가 진학을 희망하는 명덕외고 인근 서울 강서구 발산동 지역으로 올 겨울방학에 이사할 계획이다.

지방 또한 예외가 아니다. 대구 황금동에 살던 윤종일 씨(45)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서울 지역 과학고에 보내기 위해 최근 서울 녹번동으로 이사를 왔다.

임성호 하늘교육 기획이사는 "지방에 특목고 입시설명회를 하러 갈 때마다 2010학년도 지역제한 때문에 서울로 이사를 고려한다는 학부모들 문의가 쇄도한다"고 전했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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