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한국사회의 좌파와 우파

설경. 2008. 10. 14. 15:27

좌파와 비좌파, 아니 좌파와 우파(right). 지금 대한민국에는 오직 이 두 종류의 인간만이 존재하는 듯싶다. 해방공간에서 좌우의 대결과 대립이 극심했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소위 대한민국 ‘건국’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에도 좌파와 우파의 대결이 날을 세우고 있다. 적어도 담론의 수준에서는 말이다. 해방 후 신생국가의 정체성을 두고 건곤일척의 대립을 마다하지 않았던 좌파와 우파의 대립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명백해졌다. 당시에는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을지언정 지금은 말이다. 좌파는 공산주의(넓은 의미로 ‘사회주의’)였고 우파는 자유민주주의자(혹은 시장을 근간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했다. 그 후로 우리 사회에서 좌파라는 용어는 불구대천의 분자를 지칭하였고 좌파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사회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런 흐름은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신생 독립국가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은 국가의 가치를 높이 내세우면서 국가 건설과 발전을 도모해왔다. 그 과정에서 보편적 가치라고 간주되는 민주주의적 가치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식민지 경험을 한 나라 중에서 민주주의적 제도와 가치에 충실하면서도 국가적 발전을 성취한 예가 세계사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민주주의를 억압하면서도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의 경제적 성장을 이룬 식민지 경험의 국가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예외다.

민주주의는 평등의 가치를 가장 중시한다. 이것이 가능할 때 자유도 의미를 갖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등한 자유’가 전제될 때 민주주의의 최고의 가치 즉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박정희가 주도한 경제발전의 과정 속에서 ‘이제는 그런 가치를 실현할 때’라고 생각한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무시되기 일쑤였다. 박정희가 충직한 심복의 총탄에 죽고 난 후(1979년 10·26사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져갔다. 하지만 박정희의 어느 한 측면만을 이어받은 전두환 체제는 국민들의 의식과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의 명분으로 좌익이라는 굴레를 씌우기 시작했다. 자신을 반대한 세력에 대해서는 ‘좌익용공 세력’이라고. 이러한 사상적 공세는 독재의 발톱을 숨기면서 반대세력을 억압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20년이 흘렀지만 사상적·이념적 공세의 틀은 변하지 않았다.

해방공간에서 횡행했던 좌익과 우익의 대결은 남북 분단으로 이어졌고, 6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좌익은 역사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좌파는? 실패한 역사의 패륜아의 부활인가. 독재체제에서 자유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의 외피를 입고 민주주의를 압살해온 집권세력의 철면피한 만행 때문에 60여년 전의 좌익적 정신을 이어받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해방 후 몇 세대를 거치는 동안 우리 국민의 DNA는 자유민주주의로 굳어졌으며, 이를 부정하는 돌연변이는 도태되는 과정을 거쳤다. 요컨대 해방공간에서의 좌익은 화석화되었던 것이다. 지금 소위 좌파를 당시의 좌익의 연장선상에서 본다면 그것은 정말로 시대착오다.

21세기인 오늘날 좌파·우파 혹은 좌익·우익의 개념은 시장 질서에서 국가의 개입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따른 것이지, 경제 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른 것이 아니다. 우리 역사에서 60여년 전의 좌우 대립은 분명 후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시장 질서를 전제로 한 오늘날 소위 좌파는 해방공간의 좌익이나 용공세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국의 좌파가 공산주의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그럼에도 아직 많은 국민은 좌익, 좌파 하면 공산주의를 떠올리고, 일부 세력들은 이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뀐 후 심심찮게 뉴스를 장식하는 좌파논쟁이 현란하다. 오늘 우리 사회의 좌우 이분법적 대립과 갈등 유발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1 소위 한국 사회에서 ‘좌파’는 어떤 의미인지 논의해보라.

2 해방공간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던 까닭을 설명해보라.

3 좌파와 우파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고 각각에 따른 사회의 모습에 대해 논의해보라.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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