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성선설, 성악설

설경. 2008. 10. 21. 17:13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6. 비판하기

관련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성선설, 성악설

■ 기출유형 1 (견해 분류·선택 및 비판) 제시문 (가), (나) 중 한 입장을 선택하여 다른 견해를 비판하며 자신의 입장을 지지하시오. (400자 내외)

(가) 사람의 본성은 악하며 그것이 선한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지금 사람의 본성은 나면서부터 이로움을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쟁탈이 생겨나고 사양하는 것이 없어진다. 나면서부터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잔적이 생기고 충과 신이 없어진다. 나면서 이목의 욕망을 갖고 있어서 소리와 색깔을 좋아하는데, 이것을 따르기 때문에 음란이 일어나고 예의와 문리가 없어진다. 그러므로 사람의 본성을 따르고 사람의 정을 따른다면 반드시 쟁탈로 나아가게 되어 분수를 무시하고 이치를 어지럽히는 데로 합쳐져 난폭함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반드시 장차 사법의 교화와 예의의 도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사양으로 나아가고 문리에 합치되고 다스림으로 귀결된다. 이것으로써 살펴본다면 사람의 본성이 악한 것은 분명하며, 그것이 선하게 되는 것은 인위적인 것이다.

어떤 이는 “사람의 본성이 악하다면 예의가 어떻게 생기는가?” 하고 묻는다. 무릇 예의란 성인의 인위에서 생기는 것이지 사람의 본성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성인은 사려를 축적하고 인위적인 일에 익숙하여 예의를 만들고 법도를 일으킨다. 따라서 성인은 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인위를 일으키고, 인위가 일어나자 예의를 만들었고, 예의가 생기자 법도를 제정하였다.

-순자, <순자> 중 ‘성악편’에서

(나) 사람에게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차마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뜻이다. 지금 누구든 한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본다면 다 놀라며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것은 그 아이의 부모와 교제를 맺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의 비난을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보면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워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마음이 없어도 사람이 아닐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풍년에는 선한 일을 많이 하고, 흉년에는 포악한 행동을 많이 한다. 이것은 하늘이 그런 본성을 각각 다르게 주었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고, 그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인도 나와 같은 인간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이 본래 서로 같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치와 의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이 서로 같다는 의미이다. 다만 성인은 이러한 마음의 본성을 먼저 깨달은 사람일 뿐이다.

-맹자, <맹자>에서


시장경제와 국가의 역할

■ 기출유형 2 (견해의 문제점 비판) 제시문 (나)의 주장을 참조하여, (가)에서 설명하고 있는 입장의 문제점을 비판하시오. (300자 내외)

(가) 시장 경제란 오로지 시장만이 통제하고 조정하며 방향을 결정하는 경제 체제이다. 재화의 생산과 분배의 질서는 이 자기조정 매커니즘의 손에 맡겨진다. 이런 종류의 경제는 인간은 가장 큰 화폐 이익을 얻기 위해 행동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태어났다. 이는 정해진 가격에서 주어지는 재화(용역을 포함한다)의 공급이 그 가격에서의 수요와 일치하게 되어 있음을 가정한다. 또 구매력의 기능을 갖는 화폐의 존재를 가정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을 지휘하는 이들의 이윤이 가격에 의해 결정되므로 가격이 생산을 통제하게 된다. 게다가 소득을 형성하는 것은 가격인데, 생산된 재화는 이 소득의 힘을 빌려서 사회 성원들에게 분배되므로 재화의 분배 또한 가격이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자기 조정 시장을 전제한다면, 오로지 가격을 통해서만 재화의 생산 및 분배 질서가 보장되는 것이다.

(…)

국가와 그 정책에 관해서는 한 묶음의 전제가 더 따라붙는다. 시장 형성을 위축시키는 것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며, 소득은 오로지 판매를 통해서만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또 재화의 가격이나 토지, 노동, 화폐 그 어떤 것의 가격이 변화된 시장 조건에 발맞춰 변하는 것도 결코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산업의 모든 요소들에 시장이 형성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시장들의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정책이나 법안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에서 발췌.

(나) 사회적·문화적 통합의 위기를 조장한 원인은 바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구조적 요인과 동일하다. 지난 세기에 개별 국가들은 자국의 문화적 토양이나 역사적 경험, 혹은 계층 간의 타협 등에 근거해서 비교적 독자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었다. 개별 국가는 세계화 경제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자국의 임금과 환율, 금리 등의 미시경제적 조치들을 통해서 경제적 자율성의 공간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별 국가들이 경제의 자율성을 보조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양한 양식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국가는 경기 변동에 따르는 불확실성이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화폐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거나 군비나 공공 정책의 집행을 통해 경제 주체로서 행위해왔다. 이 점에서 시장과 국가의 관계는 간섭/방임, 통제/자율 등과 같은 단순한 개념들 간의 대립적 구도를 통해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근대 국가의 정치적 과제가 지닌 중첩성으로 인해서 근대의 기본적 원리인 사회 체계들의 기능적 분화 과정을 넘어서 국가와 시장의 원리들은 개별 체계의 내부에서 상호 조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행위나 제도는 그 자체로서 효율성과 생산성의 범주에 의해서도 평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의 방식과 역동성 역시 교육과 교통, 통신, 환경 등에 대한 국가(들)의 투자와 효율적인 자원 분배의 방식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자율성은 맥락 의존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근대 국가들은 시장 경제의 자율성을 인정함으로써 대량 생산과 자본의 증식, 대량 소비 사회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가는 동시에 시장경제 자체가 본질적으로 경기 변동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 기술 자체의 발전 과정에서 노동 자체를 배제할 수밖에 없음을 발견하고, 시장에 대한 적극적이며 선택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임홍빈, <세계화의 철학적 담론>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