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6. 비판하기
■ 기출문제 유형 1 - 인하대 2008학년도 모의 2차 [난이도 수준-중2~고1]
상반되는 두 견해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시문의 논거를 적절히 활용하여 다른 견해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완성해 보시오.
(가) 개인적 속도가 이렇게 남의 나라보다 빠르다는 것이 흉이 될 수는 없다. 이른바 후진국에 갈수록 개인 속도는 느린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속 사회는 선진국의 가슴에 세워지는 훈장 같은 것이니, 크게 한숨 쉴 일은 못 된다. (…)
오랫동안 낮잠을 자 온 우리들이다. 남들이 뛸 때 날아가도 모자라는 것이다. 한 발짝이라도 빨리 가자는데 눈을 흘길 사람이 있겠는가. 빨리 갈 수만 있다면 장대 위에서인들 못 뛰겠는가.
(나) 생산을 과학적으로 조직하면 현대 세계는 노동력 중의 작은 일부만으로도 사람들을 아주 편안하게 지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쟁은 결정적으로 보여 주었다. 당초 사람들을 전투와 군수 노동에 투입할 목적으로 생겨난 그 같은 과학적 조직이 만일 전쟁이 종식된 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노동 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고도 모두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옛 혼란으로의 복귀였다. 일하는 사람들은 장시간 일을 해야만 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굶어죽게 방치되었다.
(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의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한 체코 격언은 그들의 그 고요한 한가로움을 하나의 은유로써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신의 창(窓)들을 관조하고 있다고. 신의 창들을 관조하는 자는 따분하지 않다, 그는 행복하다. 우리 세계에서, 이 한가로움은 빈둥거림으로 변질되었는데, 이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빈둥거리는 자는, 낙심한 자요, 따분해하며, 자기에게 결여된 움직임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사람이다.
(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 추종 속도도 빠르다. 새로운 폼팩터(Form Factor), 벨소리, 카메라, mp3 기능까지 신제품은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잠식했다. 또한 한국 소비자만큼 신제품 사용 소감과 제품 정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소비자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기 어렵다. 고객의 소리를 듣지 못해 안달인 기업들에게 한국 소비자는 알아서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고마운 소비자인 셈이다.
* (가)~(라)는 제시문의 일부만을 실었으며, (마), (바)는 생략합니다.
■ 해결 전략
여섯 개의 제시문 가운데 (가), (라), (바)는 빠른 속도와 노동의 가치 등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반면 (나), (다), (마)는 느림, 여가, 삶의 여유가 인간의 삶에 소중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역설한다. ‘속도’를 기준으로 제시문의 입장을 둘로 나눈 후 각 입장의 논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논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둘로 분류한 입장 중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선택에 따른 이익, 혹은 불이익은 없다. 수험생 자신의 가치관에 비춰볼 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선택하면 된다.
논제에서 상대방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완성하라고 했으므로, 상대방 입장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내 입장이 지닌 장점 또한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예를 들어, 느림의 가치를 중시하는 (나), (다), (라)의 견해를 택했다면, 오늘날 속도지상주의에 따라 나타난 삶의 부정적 변화 양상을 지적하며, 삶의 여유를 갖고, 성찰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신적 만족감 등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상대방의 반론을 들고, 그에 대한 재반론을 펴는 것은 사고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자료 검색
‘즐길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 생태 문제의 일부는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너무 적게 갖기 때문에도 발생한다. 우리는 식사를 즐기거나 부부 관계를 즐기고, 주위와의 관계, 친구 관계 전체를 즐기기에는 너무나 적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대상을 즐기기에도 너무 적은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을 너무 적게 즐기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많이 그리고 점점 더 빠르게 새로운 것을 필요로 한다. 생태적인 경제기적은 유기농업, 생태적 교통전환, 태양에너지 혁명, 생태적인 건축과 생태적인 주택 개축을 위한 수많은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
좋은 삶에 관한 자족적인 철학 같은 것들이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무위 혹은 게으름은 모든 문화의 시작이었다. 예를 들면 스콜라 철학자 아퀴나스는 아름다움, 단순함, 또는 진리와 같은 가치를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삶을 가르친 대스승이었다. 진정한 사치는 사치품 이상이었다. 진정한 사치에는 시간, 나태, 휴식, 즐김, 안전, 물건이 오래 가는 것이 속한다. 아름다움, 유일함, 진리라는 중세 신학과 철학의 삼화음에는 동시에 신의 본성이 담겨 있다. (…)
우리는 종종 소비하기 위해서 일한다. 하지만 이 소란스러운 소비 앞에서 우리는 생활과 사랑을 놓쳐버린다. 나태, 충족감, 느림, 삶의 기쁨, 우리는 무엇보다 이런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람쥐 쳇바퀴는 멈추는 일 없이 계속해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바퀴 한 가운데 있다. 다람쥐도 아마 계속 올라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프란츠 알트, <생태적 경제기적>에서 발췌.
잠들지 않는 도시 “현대의 도시는 결코 잠자지 않는 마녀 고르곤과 같은 존재이며 그곳에서는 정상적인 낮과 밤의 리듬에서 벗어나 일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프랑스의 <르 몽드>지는 쓰고 있다. 선진국의 야간 노동자 비율은 전체 노동자의 15~25%에 이르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1957년 불과 12%였던 야간 노동자의 비율이 1974년에는 21%로 상승하였다. 미국에서는 밤에 일하는 정규 노동자의 수가 1974~77년 사이에 13%나 올라, 시간제 노동자를 포함하여 전체의 수는 1350만 명에 이르렀다.
자유 근무 시간제, 시간제 근무 및 야간 근무제가 도입된 결과 9시~5시까지의 근무 시간(혹은 특정한 스케줄)에 묶이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더욱더 늘어나서, 사회 전체가 밤낮 구별 없이 활동하는 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에서 발췌.
■ 관점 넓히기
슬로시티, 인간답게 사는 마을
지난 2월5일 ‘느리게 살기 마을(슬로시티) 인증 선포식’이 열린 담양 창평면 삼지천 마을의 풍경이다. 이 마을은 전통가옥과 흙돌담, 전통음식과 인근 가사문화권의 유적이 잘 계승 보존되어 완도·장흥·신안의 마을들과 함께 국제슬로시티 연맹으로부터 아시아에서 최초로 슬로시티 지정을 받았다.
슬로시티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여유를 회복하게 하고자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1999년 이탈리아의 소도시 ‘그레베 인 키안티’에서 시작되었다. ‘빨리빨리 살 것을 강요하는 바쁜 현대생활은 인간을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한 파울로 시장은 느리게 살기를 실천함으로써 참된 삶의 평화와 행복을 찾자고 역설했다. 슬로푸드 운동을 바탕으로 시작된 이 운동은 처음엔 편리함에 익숙한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으나 도시공동체는 이를 극복해 지금 전세계 11개국 97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슬로시티는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기다림’을 주제로 한다. 느림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하면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간편하고 빠른 것에 길들여져 불편한 것은 불필요한 것으로, 느린 것은 참을 수 없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꽃이 피고 지는 일을 서두르지 않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명활동을 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인간적 규모’의 속도를 유지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가꿀 수 있다.
슬로시티의 등장은 이런 의미에서 우리 삶에 여유를 주고, 사라져간 전통문화와 따뜻한 인간적 연대를 찾아 마을공동체를 복원하여 도시와 농촌이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슬로시티를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유기 자연농법 등 친환경 농업을 추진해야 하고, 관광객을 빌미로 소득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하며, 지구 온난화와 환경호르몬을 유발하는 에너지 낭비를 없애고, 그 지역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존 육성하면서 반생태적이고 비교육적인 교육체계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해답은 이미 과거 속에 있으니 전통의 지혜와 생활방식 속에서 내일의 희망을 찾아 ‘인간답게 사는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이러한 생명운동은 이제 복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송남/전남 담양 한빛고 교감, <한겨레>, 2008년 3월3일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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