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자유주의 위협하는 ‘사회 불신’

설경. 2007. 11. 27. 10:28
자유주의의 비조라고 하는 존 로크가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와 행정부의 권력을 분립시키자고 한 것이나, 몽테스키외가 국가의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의 3권으로 분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 그리고 홉스가 리바이어던이라는 절대 권력을 내세워 질서를 교란하는 자를 엄격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 등의 배경에는 모두 인간에 대한 불신(distrust)이 깔려있다. 불신은 홉스처럼 인간의 이기적 본성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고, 로크처럼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에 생겨나는 실수 가능성(fallibility)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을 이렇게 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진리임은 자기 자신을 잠깐 반성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지배적인 이념이 된 자유주의(혹은 자유민주주의)는 이런 바탕 위에서 형성된 것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사회적 신뢰(trust)를 창출하고 확대하고 확충하며 발전해온 것이 바로 자유주의다. 불신과 신뢰라는 상충하는 성질이 교차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조화하고 발전을 이룩해온 것이 자유주의의 본질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불신은 인간의 본성의 영역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찍이 인간의 본성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모두 실패하였다. 그렇다면 본성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을 조절하고 조율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 법과 제도, 규범과 도덕,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정의와 가치관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자연적이고 본성적인 불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뢰가 확보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위에서 살펴본 것들이 그대로 타당하게 적용될 수 있다. 자유주의는 직설적으로 말해서 인간을 믿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믿는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신뢰의 위기가 모든 분야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제도의 신뢰가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불신하는 데서 출발한 자유주의가 제도마저 불신되는 상황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법의 지배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사회·경제적으로 유력한 기업의 소유자라 해서 사법적 대우가 달라지고, 국민적 인기가 높다는 것을 빌미로 특별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실수할 수 있다. 정보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할 때에는 항상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 우리는 언제나 이기적이기 때문에(즉 우리의 이기적 본성 때문에) 현상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사회와 떨어져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런 본성적 측면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여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살아갈 때는 그런 특성 때문에 나 자신이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제도 역시 사람이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제도 자체를 불신하고 외면한다면 무정부주의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도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자는 필요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사회를 합리적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국민 모두가 해야 한다. 예컨대 제도 운용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은 제도(법, 규범 등을 포함한)를 이기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려 하겠지만, 이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또 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용되도록 감시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제도가 무너지면 모두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만을 들이대는 홉스적 ‘만인에 대한 만인의 늑대’ 상태에 우리를 몰아넣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1. 자유주의 원리와 인간의 본성간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2. 신뢰의 사회는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지 논의해보라.

3. 우리 사회에서 신뢰의 위기의 원인을 논증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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