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상위 0.1%의 공부이야기] "선생님 말투 떠올리며 가르치듯 공부해요"

설경. 2008. 11. 3. 18:32

전남 목포고 2학년 박재승

전남 목포고 2학년 박재승(17·사진)군은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받는 모범생이다. 아들 삼고 싶다는 농담을 자주 할 정도다. 우수한 학생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교무부장 선생님은 망설임도 없이 그의 이름을 꺼냈다. 박군은 스스로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끈기와 노력으로 보완한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가장 좋은 친구이자 상담가

박군은 중학교를 전교 3등으로 졸업할 만큼 공부를 잘 했다. 하지만 늘 괴롭히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영어를 싫어해 영어성적이 들쑥날쑥 했다. 당연히 선행학습을 한 친구들에 비해 성적이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영어를 담당하던 1학년 부담임 선생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선생님이 추천한 방법은 매일 외국어영역 독해문제 풀기. 박군은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 독해문제를 4개씩 풀면서 모르는 것은 따로 질문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았고 꾸준히 공부습관을 들였다. 그러자 영어공부 재미에 빠져 들었다. 자연히 성적도 올랐다. 모의고사 외국어영역에서 한 문제 이상 틀리지 않을 정도로 점수가 좋아졌다. 또한 1학년 때는 영어에세이와 영어회화 실력을 겨루는 '목포시 영어 활용대회'에 나가 금상을, 2학년 때는 전남도 주최 '영어 표현력 경시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대회준비를 위해 읽은 원서들은 부족했던 영어문법 기초를 쌓는데 도움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군이 성적때문에 힘들어하거나,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그의 곁에는 늘 조언을 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공부습관을 바로 잡았다. 박군은 "때론 친구나 부모님처럼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을 해준 선생님 덕분에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목 편식은 금물

박군은 가장 좋아하는 과목도, 싫어하는 과목도 없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며, 재미를 붙이면 모든 과목이 좋게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부터, 공부도 꺼려진다고 믿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여러 과목을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좋아한다, 싫어한다와 같은 가치판단이 아니라, 이 과목들이 나의 어떤 능력을 향상시켜 줄 것인지를 염두해 즐거운 자세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부를 시작하기 전 그 과목의 공부 필요성부터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학은 공부 스트레스로 인해 메말라가는 정서를 키워주고, 수학은 문제 해결력을 높여주며, 영어는 앞으로 해외에 나갔을 때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식이다. 평소 귀찮고 싫어했던 과목도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스케줄 관리가 가장 중요

박군의 책상 위에는 항상 '재승이의 생활계획표'가 붙어 있다. 공부할 때 시간관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 바로 생활계획표. 세심하고 차분한 성격과 어울리는 방법이다.

생활계획표는 크게 주간과 일일 계획으로 나뉜다. 주간계획은 일요일에 다음주를 어떻게 보낼 지를 생각하고 대략적으로 짠다. 일일계획은 자기 전 일기를 쓰면서 다음날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 구체화하는 형태다. 그리고 다음날 계획표대로 실천한다. 계획표대로 실천한 것은 동그라미, 못한 것은 가위, 불완전한 것은 세모로 표시해뒀다. 박군은 "너무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면 못 지켰을 경우 좌절감이 커질 수 있다. 실천할 수 있을 정도로 목표를 세우되 미흡한 부분은 주말이나 쉬는 시간에 꼭 보완한다"고 말했다.

일일계획표를 짤 때 반드시 빼놓지 않는 시간이 있다. 바로 선생님께 질문하는 시간이다.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고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 매일 20분 정도 선생님께 따로 질문을 한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것을 표시해뒀다가 이때 몰아서 학과 담당 선생님께 질문을 한다. 박군은 "각 과목별로 친한 선생님을 각각 한 분 이상 만들어 모르는 내용을 정기적으로 물어본다"고 말했다.

선생님께 질문을 하면, 수업의 핵심을 보충학습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선생님과도 친분이 생겨 일석삼조의 공부효과가 생긴다.

그는 공부할 때도 늘 수업장면을 떠올린다. 혼자 조용히 공부하면 잠이 오기 때문에 스스로 선생님 위치에서 배운 내용을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형태로 공부한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투나 수업방식을 떠올리면 좀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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