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키워드] 고리이론

설경. 2008. 11. 6. 15:19

취업 땐 친척보다 '친구의 친구'가 도움된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계적인 실물경제 위기로 옮겨 붙었습니다. 이번 위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진원지입니다. 언제 터질 지 모를 한국경제의 뇌관이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혹자는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를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고 말합니다. '약한 고리'는 위기관리시스템의 취약한 연결 지점들을 의미합니다. 연결이 '강한 고리'로 맺어진다면 위기를 이겨낼 수 있지만 '약한 고리'는 언제든지 국가시스템을 망칠 수 있습니다.

현재 지방 중소도시는 아파트 미분양 등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우성입니다. 60조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물론 300조원이 넘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급격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우려하기도 합니다. 약한 고리를 하루 빨리 강한 고리로 대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약한 고리가 반드시 나쁜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아요. 경영학에는 '약한 고리 이론'이 있습니다. 마크 그래노비터는 1973년 한 사회학저널(american journal of sociology)에 '약한 고리의 강한 힘(strength of weak ties)'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개인적 인맥을 통한 취업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을 담고 있어요. 취업과 인맥의 상관관계를 따질 때 이른바 '강한 고리'의 인맥이 아니라 '약한 고리' 인맥이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한 강한 고리는 강한 관계로 얽힌 인맥을 말합니다. 아주 친한 친구나 학교 동기동창, 부모나 형제, 사촌처럼 가까운 친척이 바로 강한 고리지요. 반면 약한 고리는 훨씬 약한 관계로 얽힌 인맥입니다. 친구의 친구이거나 파티에서 잠시 스친 사이, 가벼운 목례 정도만 하는 사이로 약한 고리로 묶어 부를 수 있지요.

연구결과, 실제 채용 결정 순간에는 강한 고리보다 약한 고리가 훨씬 더 강한 힘을 발휘했어요. 약한 고리는 공식적 지원서보다도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MIT 슬론스쿨에서 MBA학위를 받은 이원재씨는 저서 'MIT MBA 강의노트'를 통해 그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강한 고리 인맥이 추천한 사람의 경우 채용 담당자는 추천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 회사 직원이 자기동생을 추천했다면 일단 참작을 하고 심사대상에는 올릴 것이다. 그러나 동생에 대한 형의 평가는 도저히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약한 고리는 다르다. 회사 마케팅 담당자가 파티에서 만나 5분 동안 나눈 최신 마케팅기법 관련 대화에서 좋은 인상을 받으면 아주 좋은 입사 후보자로 일단 평가된다. 친분이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오히려 객관적 평가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고리이론은 교육학에서도 중요합니다. 조셉 렌줄리 미국 코네티컷대 석좌교수는 지난 2월 내한, 자신이 고안한 영재 판별도구인 '세 고리(three ring) 이론'을 소개했어요.

그는 "영재는 상위 15~20%에 해당하는 수행능력을 보유한 평균 이상의 능력(지능)과 과제 집착력, 창의성 등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세 고리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창의성이라고 주장했어요.

창의성은 후천적이기 보다는 선천적인 능력을 말합니다. 사실 영재성 판별은 전문가조차 어렵다고 말합니다. 타고난 것인지, 훈련을 통해 키워질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서울교육대 과학영재교육원 강완 운영위원은 "영재성은 5~6세 이전에 보일 수도 있고, 청소년기에, 혹은 바이어스트라스 같은 수학자는 40대가 돼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학원에서 배운 후천적 실력으로 영재원에 들어갔다고 영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해 100시간 훈련을 받고 100점을 받은 학생과 1시간 훈련해서 80점을 받은 학생이 있다면 누가 더 영재일까요. 훈련을 통한 재능보다는 타고난 재능의 자연스런 발현이 더 가치 있다고 영재학자들은 말합니다.(참고 이원재의 'MIT MBA 강의노트', 한국과학재단의 '영재선생님들의 비밀노트')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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