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뉴스

'좋아하는 일' 아닌 '잘 하는 일' 직업 삼아라

설경. 2008. 11. 10. 14:26


진로적성 계발가 정효경 박사

자신의 적성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또한 적성에 맞게 진로를 택한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누구나 적성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발견하게끔 도와주는 교육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진로적성 계발가이자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직업적성평가프로젝트' 한국대표인 정효경(45·사진) 박사는 "성공은 자신의 적성을 아는 데서 비롯한다"며 "특히 청소년기는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푸시 버튼(Push Button)을 찾자

정 박사는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된 이유를 방황했던 청소년기에서 찾는다. 그녀는 고3 초까지 피아노로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입을 준비하며 평생 음악에 빠져 살 만한 적성과 재능이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음대 입시학원에 같이 다니던 음악적 재능이 타고난 친구가 있었다"며 "예체능의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음대 진학을 포기하고 연세대 영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MIT에서 금융공학으로 석사, 하버드에서 사회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적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기도 했다.

하버드 교육학과 가드너 교수와의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순식간에 바꿔 놓았다. 가드너 교수가 만든 MI(Multiple Intelligence·지능 계발)이론을 통해 자신의 적성이 컨설팅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덕분에 뉴욕 월가 증권사에서 금융기업 컨설팅 일을 하다가 5년 전 귀국, 커리어 컨설팅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 지금까지 거의 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진로상담을 받았다. 그녀는 "청소년기에 적성을 찾지 못해 헤맸던 경험과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적성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며 "자신의 적성과 재능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의미 없는 헛된 행동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고교 입학 전 진지하게 자신의 적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적성에 맞게 문과와 이과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진로상담 책이나 직업상담 정보, 진로상담 사이트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적성을 발견한 뒤에는 대학진학 및 커리어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녀는 "적성은 마치 푸시 버튼(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 유발 요소)처럼 작용한다"며 "목표가 생기면 막연히 공부할 때보다 시간대비 효과가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잘하는 일, 두 번째가 좋아하는 일

정 박사는 진로상담을 할 때 "잘하는 일을 찾으라"고 조언하곤 한다. 프로의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강점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담을 하면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혼돈하는 사람이 많다"며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경우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고 말했다.

두드러진 재능이 없는 사람의 경우 빨리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 특화할 수 있도록 서둘러 직업군을 정해서 그 분야에 관한 정보를 섭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례로 성적은 중위권이고 특별한 재능이 없었지만 대기업 식품개발 부서에 들어간 P씨의 경우를 든다. "P씨는 대인관계 지능과 감각지능이 다른 분야에 비해 좋아 요리전문가를 추천했더니 그 분야에 관심을 가져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자녀들이 진로를 못찾는 원인 중 하나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든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녀가 적성이나 소질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그녀는 "상담할 때도 자녀의 의견을 무시하고 본인의 바람만 얘기하는 부모가 많다"며 "있는 그대로 객관적인 관점에서 자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나는 어떤 재능이 있을까

정 박사는 MI이론에 근거해 진로상담을 한다. 기본틀은 유지하되 한국 현실에 맞도록 자기이해 지능을 제외시키고 감각지능과 봉사지능을 추가해 약간 변형시켰다. 9가지 핵심지능을 400개에 달하는 객관식 문항으로 측정한다. 그녀는 "인간지능은 IQ 테스트처럼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지능은 어떻게 계발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