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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입학땐 학력저하 눈총 졸업땐 금융위기 취업난
中企희망 7% → 27%… 대기업-금융사 포기
“합격만 시켜주면 뭐든…” 취업 눈높이 낮춰
대학 4년생 699명 설문조사
“선호하는 회사나 분야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함께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국제대학원에는 원래 외국계 회사의 원서가 많이 들어오는데 요즘에는 뚝 끊겼어요. 이 때문에 중견기업,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추는 졸업자가 많습니다.”(서울대 국제대학원 A 씨)
“얼마 전 유명 대기업 계열의 통신회사 면접을 봤습니다. 5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제일 먼저 소개를 한 친구가 ‘저는 합격만 시켜주시면 제가 지원한 분야가 아닌 분야의 일을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하는 거예요. 저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도 다 똑같이 그렇게 얘기했습니다.”(한양대 4학년 오모 씨)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대학생들의 취업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회사나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인 대기업과 금융권 등의 취업을 포기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진출 희망자가 늘고 있다.
동아일보 사회부가 온라인 취업사이트인 ‘사람인’에 의뢰해 지난달 말 전국의 대학 4학년 학생 6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는 ‘금융권’과 ‘대기업’ 취업 희망자가 각각 33.1%와 50.3%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뒤에는 각각 22.3%(금융권)와 37.4%(대기업)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소기업은 7.2%에서 27.3%로 크게 증가했다.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중학교 시절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여서인지 경제위기와 취업난에 훨씬 민감하고, ‘눈 낮추기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 4학년생 중에는 2002년 이후에 대학교에 입학한 이른바 ‘이해찬 세대’가 많다.
올해 50여 곳의 기업에 지원했지만 아직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연세대 4학년 홍모(25) 씨는 “요즘 02학번들 사이에서는 ‘이해찬 세대=글로벌 금융위기 세대’라는 농담이 유행”이라며 “대학 입시 때도 힘들었는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하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 재학 중에 군 복무를 마치고 이제 취업 문 앞에 선 02학번은 ‘한 과목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며 1999년부터 자율학습 폐지, 0교시 수업 폐지 등이 이뤄지면서 학력 저하로 혼란을 겪었던 2001년 수능시험자들이다.
경기 침체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 목표를 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거나,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서강대 02학번인 한모(25) 씨는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둔 상태에서 휴학을 결정했다. 그는 군 제대 이후 지금까지 진로 수정만 세 번째다. 한 씨는 제대 직후에는 공기업을 희망했지만 그 뒤 공무원시험을 1년 정도 준비했고, 이제는 일반 기업체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는 “취업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솔직히 어느 곳에 들어가야 나에게 적합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익대 4학년 정모(25) 씨는 공무원시험을 1년 넘게 준비하고 있지만, 공무원시험에 계속 도전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는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을 외치는 상황에서 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예전 같은 안정성과 편안한 근무환경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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