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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고교생 토론대회 1위 ‘현대高 3인방’의 우승 비결

설경. 2008. 11. 10. 15:14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고등학교에서 ‘제1회 고교생 토론대회’ 우승자인 정영훈, 임지연, 권은율(왼쪽부터) 학생이 우승 당시의 기분을 설명하며 밝게 웃고 있다.
전신 인턴기자
“충분한 자료수집과 끝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 토론의 핵심이죠.” 지난달 25일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열린 제1회 고교생 토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서울 현대고 2학년 권은율, 임지연, 정영훈 학생은 토론을 잘하는 비결로 철저한 준비와 침착성을 꼽았다.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고, 토론 중간중간 상대가 공격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고교생이었지만 입을 열면 자신의 생각과 함께 꼭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밝히는 ‘토론의 달인’으로 변신했다.

서울 고교생 토론대회는 9월부터 두 달에 걸쳐 예선과 본선으로 치러졌으며, 지구별 예선에서 우승한 23개 학교 재학생 69명이 본선에서 7개조로 나뉘어 접전을 펼쳤다.

결승전에는 외국어고 대표로 결승에 올라온 명덕외고 2학년 학생들과 현대고 학생들의 대결이 이뤄졌고 ‘인터넷 실명제 확대’라는 주제로 치열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현대고 3인방은 결승전에서 ‘반대’ 입장에 서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임양은 “본선에서 똑같은 주제를 두고 학교별로 토너먼트식 대결을 치러 올라갔는데 계속 찬성 입장에 서게 됐다가 결승에서만 반대 입장에서 토론하게 돼 사실 걱정이 앞섰다”면서 “그러나 본선 준비를 하면서 찬성과 반대 양쪽 입장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고 대회를 치르면서 반대 측 학생들의 의견도 귀담아들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말하기를 즐겼던 이들 세 학생은 지난 여름방학 학교에서 개설한 ‘논술토론 특강’을 함께 들으며 친해졌고 담당 교사의 권유로 토론대회에 나가게 됐다. 이들은 대회 출전을 결심한 직후부터 매일 학교 도서관에 모여 함께 독서하고 시사적 이슈에 관한 자료를 찾은 뒤 찬반 역할을 분담해 실전처럼 연습했다. 또 예선 주제가 정해진 뒤에는 각자의 특성에 맞게 순서를 정해 한쪽 입장이 돼 호흡을 맞췄다.

침착한 성격의 정군이 자료 수집과 정리를 맡았고 방송반 아나운서인 권양은 어떤 대목에 어떤 내용이 필요한지 원고를 구상했다. 토론의 시작과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할 땐 날카로운 주장을 잘하는 임양이 나섰다. 정군은 “지연이는 말을 논리정연하게 하고 목소리가 약간 낮은 편이라 설득력이 있고, 은율이는 발음이 굉장히 정확하다”며 “각자의 특징에 맞게 토론 순서와 역할을 분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연습하면서 서로의 토론 자세를 모니터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말이 길고 논리적 연결성이 떨어지는 등의 단점을 꼼꼼하게 지적했다. 그리고 지적받은 사항을 적어두었다가 다음 토론 때는 지적받은 사항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얼마나 개선됐는지도 평가해 토론자로서 보다 완벽한 모습을 갖춰 나갔다.

이들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일반계고 학생들이 특목고 학생들을 이겼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결승전 상대였던 명덕외고 학생들은 외고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지구 예선에서 이기고 올라온 학생들이었기에 부담이 컸다”고 현대고 3인방은 털어놨다.

사실 토론대회 참가 경험이 전무했던 이들이 쟁쟁한 상대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완벽한 팀워크와 관찰력 덕분이었다.

또 이들의 승리 이면에는 ‘세다(CEDA)’라는 이번 대회의 토론 방식을 십분 활용한 것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세다 토론 방식은 ‘입론, 교차조사, 반박’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상대의 답변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필요한 답변만 듣고 끊을 수 있다. 이들은 각자의 특성에 맞게 준비한 점을 최대한 활용해 임양, 정군, 권양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정했고 상대의 표정을 관찰해가며 답변을 제지했다. 그러자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평정심을 잃은 상대가 점점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권양은 “아무래도 특목고 학생들이고 실력도 출중해서 사실 못 이길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상대가 흔들릴 때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침착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좋게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심사위원 3인의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세 학생이 토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세 학생 모두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토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더욱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토론을 준비하면서 상식이 많이 늘었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주관도 갖게 돼 대입 논술 준비 등에도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정군은 “인터넷 실명제 확대의 경우 사안에 대해 잘 모를 때는 무조건 반대 입장이었는데 대회 준비를 하면서 찬성 입장으로 바뀌게 됐다”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알아가면서 내 주관과 입장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는 만큼 논술이나 면접 대비를 위해서는 토론 연습만큼 좋은 게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경희 기자 sorimo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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