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과탐→고1, 사탐→고2 겨울방학 때 기초 다져야

설경. 2008. 11. 12. 15:42


[중앙일보 박길자.전민규] 2009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수능은 '벼락치기' 시험 준비로는 성공할 수 없다. 고교 1학년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야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다. '수능 마라톤' 출발점에 선 예비 고1뿐 아니라 고2, 예비 수험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주도학습법이다. 국내 최대 수험생 커뮤니티 '수만휘(수능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에서 학습멘토로 활동하는 육창현(서울대 경영학과 2·언어), 이성준(한양대 법대 4·논술), 류한승(연세대 의예과 1·수리), 장진환(서울대 경제학부 4·사회탐구), 엄태민(동신대 한의학과 1·과학탐구), 장현준(경희대 한의학과 1·외국어)씨에게 '수능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는 학습법을 물었다. 12월 중 『수만휘 공부법 2』를 내놓을 예정인 이들은 논술을 빼곤 해당 영역에서 각각 만점을 받은 '극상위권' 학생들이다.

문제집을 맹신 말라 장진환씨는 “수능 불안을 겪는 학생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 문제집에 대한 환상”이라고 말했다. 육창현씨는 “언어영역에서 감을 기른다며 문제 풀이만 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칸트의 사상을 달달 외운다고 실력이 늘지 않는다. 논리력 훈련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육씨는 “하루 두세 지문만 풀더라도 고민을 많이 하고, 일주일에 한차례씩 실전연습을 한 후 '총평' 격인 오답일기를 쓸 것”을 권했다.

문제지는 수능 기출문제>평가원 기출문제>EBS 수능특강·10주 완성·파이널 모의고사>일반 문제지, 사설 모의고사 문제 순으로 질이 높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수능을 다섯 차례 치른 장진환씨는 “수능·평가원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수능식 출제에 익숙해진다”고 강조했다. 육씨는 또 “해설이 짧거나 성의 없는 문제집도 많다”며 “아예 해설을 떼어내라”고 말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스스로 문제집 해설을 만들라”는 게 그의 충고다.

기본서로 회귀하라  이들은 '기본서로의 회귀'를 권했다. 류한승씨는 “수리영역 기본서를 3~5회는 읽어야 한다”며 “매 단원마다 교과서를 보지 않고 개념지도를 만든 후 나중에 대조해 보면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엄태민씨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듯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려면 개념이란 재료가 필요하다”며 “과탐 개념서나 자신이 만든 개념노트로 공부해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준씨는 “현대시나 고전소설의 경우 '나만의 참고서'를 한 권 만들고 고3이 되면 5회씩 반복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1등의 공부법을 좇지 말라  후배들의 '공부멘토'인 이들도 중학교 때부터 극상위권은 아니었다. 장현준씨는 중2때 전교생 575명 중 386등이었다. 고1 때 3월 모의고사에서 언어 4등급, 외국어·수리·과탐 각각 5등급을 받았다. 장씨는 “공부법은 10인10색”이라며 “공부서 3권을 골라 사흘간 집중적으로 실천한 후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엄씨는 종합일간지 2종을 열독했다. 과학교사들의 블로그에 올라 있는 실험동영상도 열심히 봤다. 엄씨는 “느릿느릿 한걸음씩 내딛는 공부법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인강에 중독되지 말라  류씨는 “인터넷 강의에 중독돼 복습까지 인강으로 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맛보기 강좌를 들은 후 내게 맞는 강사를 찾아 부족한 영역만 골라 듣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스타 강사 강의를 맹목적으로 선택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육씨는 “언어 문학이나 외국어 문법, 사탐·과탐 기본강의는 듣는 게 좋다”며 “특히 문학은 해석력을 길러주는 강좌를 택할 것”을 권했다. 이씨는 “논술은 배경지식을 달달 암기시키는 학원에 가거나 인강을 들어봤자 소용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는 “고3 때 논술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강평스터디를 하거나 독서모임을 만드는 게 학원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벼락치기' 공부 소용없어  엄씨는 초·중·고 12년간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과외도 전혀 받지 않았다. 엄씨는 '20분 공부, 5분 휴식'을 토대로 학습계획표를 짰다. '과학 20문제 풀기, 수학 5문제 풀기.' 공부 분량을 구체적으로 세워 실천했다. 류씨는 “인강은 학습효율이 떨어지는 밤10시대에 듣고 암기과목인 화학I·생물I은 집중력이 높은 시간대에 공부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과탐은 고3 봄부터, 사탐은 고3 여름방학 때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사·세계사는 사회문화와는 학습분량의 임계치가 다르다”며 “사탐은 고2 겨울방학 때, 과탐은 고1 겨울방학 때 수능 공부를 시작해야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슬럼프를 극복하라 엄씨는 고2 겨울방학 때 치른 모의고사에서 4개 영역 390점대를 받았다. 실제 수능에선 4개 영역 470점을 받았다. “곧 수험생이 된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는 엄씨는 휴일에 등산을 하고, 중국 여행도 다녀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씨는 “고2 겨울방학 때 슬럼프에 빠졌다”며 “극복하기 위해 2주일 동안 '책상 인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쉴 때도 책상에 앉아 만화를 읽었고, PC방도 끊고, 운동도 아예 하지 않았다”며 “슬럼프를 이겨내야 수능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