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립 서울대가 지금까지는 지원자격 요건으로만 활용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정식 전형요소에 포함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2010학년도 신입생 전형요강을 발표했다. 새 전형안은 정시모집 2단계에서 면접 20%를 반영하던 기존 전형방식과는 달리 2010학년도부터는 면접.구술 고사를 아예 없애는 대신 수능 성적을 20% 반영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실시해 온 면접.구술 고사가 까다롭게 출제돼 사실상 본고사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과 함께 수험생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 게 사실이어서 차제에 수능 성적으로 대체해 수능의 실질반영률을 높이겠다는 게 입시요강 변경의 취지다.
서울대측의 입장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통합논술과는 별개로 면접과 구술 고사에서 장문의 영어 지문에다 일선학교 교사들까지 고개를 갸우뚱 거릴 정도의 난해한 문제를 출제하면서 특목고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한 전형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에는 고난도의 문제에 대한 정답 외에 의미까지 부여하라는 출제 방식으로 과학고 출신까지도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이런 입시정책은 그동안 수능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수능만으론 우수 학생을 뽑기가 어려운데 따른 고육지책으로 여겨졌으나 본고사의 사실상 부활과 고교 등급제의 적용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너무 많은 종류의 시험 준비에 대한 수험생들의 부담'을 경감하는 차원에서 면접.구술을 수능 성적으로 대체하는 입시요강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입시체제가 수능 등급제에서 사실상 점수제로 다시 바뀐 뒤 어제 치러진 수능이 난이도 조절을 거쳐 변별력이 크게 확보된 시험이었다는 점에서 서울대의 이번 조치는 오해를 살만한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이상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것은 자명한데다 등급제가 아닌 표준점수와 백분위까지 표시하도록 한 점수제 실시로 수험생의 개별성적 파악이 가능해져 우수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수능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점에서 서울대의 입시요강 변경은 그런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면접.구술 고사의 폐지를 빌미로 한 또 다른 `고교 등급제'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고려대도 지난달 수시 2-2학기 1단계 전형에서 내신 등급이 훨씬 좋은 일반고 학생들은 떨어지고 등급이 더 나쁜 특목고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는 현상이 생기면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반발을 초래했었다. 오죽하면 정부의 대입 자율화 방침으로 개별 대학의 입시 전형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어진 틈을 노려 대학들이 내신 대신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특목고 학생들을 뽑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겠는가.
가능하면 우수 학생들을 뽑으려는 대학들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편법이나 꼼수가 스며들어서는 안 된다. 특목고 출신이라고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일반고라고 해서 특목고보다 평가절하당할 이유도 없다. 내신 등급제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특목고 학생들이 불리한 측면도 있지만 그렇다고 등급이 더 높은 일반고 학생들의 진학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엄연한 평등권 침해이면서 `고교등급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변별력이 확보된 수능 실시에 때맞춰 발표된 서울대의 입시요강 변경이 특목고 학생들의 선점을 위해 수능의 실질반영률을 높여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특목고 학생들의 불리함을 극복해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대입 자율화 취지를 벗어났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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