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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네탓 타령’ 그만 접고 내각부터 쇄신해야

설경. 2008. 11. 12. 16:08

오기의 정치인가, 방향성 상실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연초 개각설에 대해 “어느 시점을 계기로 새로운 것을 내놓는 것은 과거식 방법”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이 대통령은 “국제 공조무대에서 경제팀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뀌어선 안된다”고 부연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요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적시(適時)에,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을 바꿔나가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말 자체는 틀린 게 없다. 국면 전환용 개각보다 필요할 때 하는 수시 개각은 내각에 긴장감을 불어넣음으로써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여론과 동떨어진 대통령의 기준이고, 현실 인식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이 내각으로는 안된다는데 대통령만 문제가 없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현 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외생 변수 탓으로 정부는 잘하고 있는데 정치권과 국민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까지 “일하지 않고 폼만 잡는 장관은 필요 없다”고 자탄할 만큼 내각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대통령이 절대 신뢰를 보내는 강 장관을 보자. 그의 경제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얼마 전에는 종합부동산세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헌재 접촉’설을 흘리는 등 자질마저 의심받는 처지다. 그래도 교체론이 비등하지 않았던 것은 여당이 제기한 연말·연초 개각설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강 장관을 다시 옹호하고 나선 것을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정말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게 아닌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이 대통령은 그제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싸워도 강도부터 잡은 뒤 싸운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초당적 협조는 타협을 모색하는 과정이 정직하고, 투명할 때 효과적이다. 나는 옳은데 너는 틀렸다는 접근으로는 야당의 협조도, 민심도 얻을 수 없다. 잘되는 집안은 늘 ‘네탓’보다 ‘내탓’에서 화목을 모색한다. ‘적시’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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