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남들과 다른 나’를 발견한다면 어떻게 극복할까

설경. 2007. 11. 29. 13:36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

장애는 두말할 나위 없고 피부색, 국적, 나이, 성별, 외모, 학벌, 정치적 지향 등이 차별의 근거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편하게 말하기 어려운 성적 소수자의 인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시종일관 따뜻하고 밝은 느낌으로 풀어간다.

주인공 동구(류덕환 분)는 어릴 적부터 엄마 립스틱을 훔쳐 바르고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이란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년이다. 아버지(김윤석 분)는 전 권투 챔피언이지만 현재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과거에 집착하며 술과 폭력을 일삼는다. 반면 17세에 동구를 낳고 동구가 17세가 되던 해 집을 나간 엄마(이상아 분)는 현재 주경야독을 하며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 동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응원한다.

동구는 사춘기가 되어 일본어 선생님(초난강 분)을 짝사랑하게 되자 여자로 몸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항구에 나가 하역 일을 하며 수술비를 모으지만 아버지의 폭행 사건 합의금으로 저축한 돈을 다 날린다. 그리고 씨름 대회에서 우승하면 500만원의 상금을 탈 수 있다는 친구 말에 귀가 솔깃해져 씨름부에 입단한다.


“소질 있어 뵌다. 오동구란 이름도 소질 있네!”라는 감독님(백윤식 분)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 하지만 선배들과의 연습을 통해 동구는 미처 몰랐던 잠재력을 발견한다. 헌 책방에서 씨름 교본을 뒤져 독학으로 밭다리, 배지기, 뒤집기 등의 기술을 독학으로 연마해 더욱 자신감을 얻는다. 하지만 일본어 선생님에게 던진 “당당히 설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는 고백은 “너희 부모가 너를 그렇게 키우던?”이라는 싸늘한 대답으로 돌아온다. 씨름 실력은 일취월장해 천하장사로 치닫지만 마돈나가 되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성적 소수자인 주인공이 현실에서 맞서야 하는 경계와 힘겹게 그 경계를 넘는 모습을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전달하는 방법이다. 동구는 씨름 대회 당일에 아버지 앞에서 커밍아웃 한다. 원피스까지 입고 나와 “이게 진짜 내 모습”이라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거대한 포크레인(굴삭기)을 위압적으로 아들의 머리 위에 들이대지만 동구는 피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두 팔을 벌리고 눈을 감는다. 포크레인에서 내려온 아버지가 주먹을 날리는 순간에도 성난 주먹을 맞으며 가만히 아버지를 응시할 뿐이다. 격분한 아버지가 동구를 코너에 몰아넣고 난타를 가할 때에야 본능적으로 아버지를 가뿐하게 들어 올려 ‘뒤집기’에 성공하고는 스스로도 놀라워한다.

출장 직전 감독은 긴장한 동구에게 “네 이름 한번 믿어봐”라고 코치한다. 동구는 한 경기 한 경기 침착하게 상대 선수를 제치고 같은 학교 3학년 선배이자 주장인 준우(이언 분)와 결승에서 맞선다. 이름 한번 믿어보라는 감독의 말은 동구에게 마법의 주문이 되어 버티기, 힘 빼기에 이어 책에 쓰여 있지도 않은 웃기기 기술로 승리를 코앞에 둔 상대방을 쓰러뜨린다. 막강 고수를 만나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번쩍 들린 순간, 애써 이기려 하지 않고 몸에 힘을 빼고 버티다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려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이다. 이것은 경기 전 아버지와의 투쟁에서와 마찬가지로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을 이기지 못한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리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된다.

천하장사와 마돈나, 두 가지를 성취한 주인공 오동구는 남과 ‘차이’가 나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려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게 누구든, 얼마나 다르든’ 모든 사람의 인권은 저마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 더 생각해볼 거리

① 남다른 면 때문에 주목 받는 인생이 되는가 하면 남과 다른 모습 때문에 다른 사람의 질시를 받는 경우가 있다. 자신은 어떤 경우에 차별을 받았는지, 그때 자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되짚어보자.


② 동구가 처음 씨름부에 들어가 허드레 일을 할 때 푸른색과 붉은색의 샅바를 한 곳에 넣고 세탁하다가 모든 샅바를 보라색으로 만든다. 영화의 주제와 관련하여 이 장면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③ 과연 ‘차이’란 무엇이며 차이를 둘러싼 배제의 정치는 왜 발생하는지, 이것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해보자.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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