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리더십의 문제

설경. 2008. 11. 24. 16:32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대체적인 국가운영 정책이 신자유주의적이고, 흔히 말하듯 1% 부자들을 위한 정부라는 비난이 출범 이전부터 쏟아졌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그래서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안다’와 같은 변명이 고위 인사들의 입에서 곧잘 튀어나왔다. 그때마다 필자의 마음속에서는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는 반문이 맴돌곤 했다.

짧은 기간 압축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장년층 이상 세대의 상당 수가 농촌 출신이고 대부분이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0여년 만에 가난한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탈바꿈하고, 40여년 만에 1인당 국민총생산(GNP) 100달러 미만에서 2만달러를 넘나드는 ‘부유한’ 국가로 성장한 우리나라에서 가난했던 경험은 더이상 특이한 경험이나 경력이 될 수 없다. 적어도 장년층 이상에서는 말이다. 그러니 대통령이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의 CEO를 역임하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었으며, 장관들이 자신 역시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성공했다는 말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조금 냉소적으로 보면 가난했던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부(富)를 순전히 자신의 탁월한 능력과 노력으로 일궜음을 자랑하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다. 나아가 그런 까닭으로 자신들의 현재 생각과 국가 정책 담당자로서 취하는 여러 언행에 대해서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종부세를 몹시 싫어하는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종부세를 두고 어느 의원과 논쟁을 하면서 자신 역시 가난을 이기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취지로 말을 하면서 부자들에게 대못을 박는 종부세는 정당하지 않다는 말을 했을 때, 그의 말의 진정한 의미는 현재 자신의 입장이 정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비판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칙상 비록 과거 속했던 계층에서 비루했던 경험을 했다 할지라도 현재 속해 있는 계층의 삶에 만족할 경우 과거의 기억은 ‘하나의 추억’일 뿐, 그것은 더 이상 현재적 삶의 기준이나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강만수 장관이나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 전체가 과거에 어려운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계층 출신으로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러한 과거의 삶이 현재에 투영되고 있는지 여부는 결국 현재 그들이 추구하고 실행하고 있는 정책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도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런 이해와 전혀 다른 입장과 정책을 취하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자신을 그런 삶과 구분하고 차별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잘 알기 때문에’ 적당히 조절하고 통제하는 데 있어서 테크닉을 잘 발휘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양 선진국의 역사에서 부유하고 유복하게 성장한 사람 중에서 오히려 약자와 가난한 사람을 위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더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처음에는 그 사람의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과연 그 사람이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해 어떤 언행을 하고 어떤 지향점을 향해 가는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때로 과거에 취했던 삶의 방향을 부정하면서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아무런 관점이나 가치관이 없이 현재 주어진 대로 들쭉날쭉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경우도 아주 많이 발견된다. 앞으로 우리가 지도자를 선택할 때 이런 점이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1 지도자의 ‘가난했던 성장 경험’이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해보라.

2 일관된 삶의 지향과 리더십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3 개인적 경험에 기초한 리더십의 한계를 논의해보라.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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