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인터넷 댓글을 지칭하는 악플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자 소위 선플 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악플의 해악성이 워낙 컸던 점에 비추어 보면 선플 달기 운동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십분 이해가 된다. 선풀 달기 운동을 일반화해서 보면,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 하자’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주장이어서 이런 주장에 대해 이의나 반론을 제기하는 게 쉽지 않다. 착한 일 하자는 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운동은 세상사를 착한 것과 나쁜 것으로만 나누어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그 저변에 깔고 있거나, 결과적으로 그런 사고방식을 유도하기 쉽다. 선악의 이분법은 세상에는 선 아니면 악만 존재하며, 선악과 무관한 영역이 있음을 은연중에 배제하고, 오로지 선한 일을 하는 것만이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선악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원형적인 사고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분법적 논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아 세력을 얻기 쉽고, 역사적으로도 그래왔다. 그러나 그런 역사가 주는 교훈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세상에는 이분법적으로 해석될 수 없는 영역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분법적 논리는 역사 속에서 그 내용을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해왔다.
선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은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오늘날 선한 일을 하는 것, 선하게 사는 것의 모습이 한결같을 수 없다. 전통 사회에서는 착한 일을 하고 착하게 사는 것이 단일한 가치체계에 근거하였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곧바로 옳은 것이 되었으나 오늘날에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떤 선한 행동과 삶이 옳은 것일까.
옳음 혹은 올바름은 공동체적 삶의 영역, 즉 공적 영역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 과거 신이 공적 영역이나 사적 영역 모두에서 주재자로 군림했을 때는 영역의 구분이 없이 옳음의 기준이 여일하게 적용되었지만, 오늘날은 옳음의 문제는 공적 영역에 국한되는 게 일반적이다(물론 사적 영역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공적 영역과 관련이 될 경우는 당연히 올바름의 판단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옳음은 공동의 선(common good)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착한 일이 공동의 선(착함, 좋음)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그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것이다. 착함(선함)이 곧 옳음이 아니다. 우리 일상인의 뇌리에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혹은 좋은 것이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박혀 있어서 좋은 일, 착한 일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옳은 것, 옳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최근에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를 두고 벌이고 있는 행태를 생각해보자.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우리는 광복을 맞았다. 좋은 일이다. 비록 남북 분단이 됐지만, 우리 남한은 북한에 비해 성공했다. 이 역시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 초석을 다진 소위 건국의 아버지나 박정희는 아주 좋은 일을 했다. 박정희는 참 착하고 좋은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정희가 착하고 좋은 일이 곧바로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혼돈이 있는 것이다. 그가 수많은 안 좋은 일, 착하지 않은 일 등 공동선에 위배되는 일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엄연하기 때문이다. 좋은 일로만 따지면, 이 땅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게 만든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이고 올바른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굳이 박정희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박정희는 좋은 일, 착한 일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올바른 일을 했다고, 아니 그의 행적 모두가 올바른 것이었다고 덧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이 존재하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1 선악의 이분법과 옳음에 대해 논의해 보라.
2 공동의 선과 개인적 선에 대해 논의해보라.
3 박정희 대통령의 좋은 점과 옳은 점을 논의해보라.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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