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익숙한 주제였으나 상당한 독해능력 요구…2009 주요대 논술경향

설경. 2008. 12. 1. 15:48


연세대·고려대·서울대가 최근 2009학년도 수시2-2모집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지난해 수준이거나 쉬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의 유형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논술 출제 경향을 온라인교육업체 ‘메가스터디’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 인문계열

연세대·고려대 모두 교과서 지문을 활용하지 않은 대신 고교 과정에서 다루는 익숙한 주제를 활용했다. 난이도가 높아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문항이 정교해지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보는 게 맞다. 긴 문장의 관념적인 제시문을 사용한 고려대 문항이 연세대 문항에 비해 조금 더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연세대

지난해와 동일한 1개 문항 3개 논제의 문항구성을 취했다. ‘갈등상황을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라는 비교적 익숙한 주제와 까다롭지 않은 제시문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난이도가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각각의 논제들은 제시문들에 나타난 세 가지 문제해결 방식들의 차이점을 설명하라는 논제로 시작해 수험생의 주관적인 견해를 묻고, 최종적으로 구체적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문제해결 방식들 중 하나를 택해 선택의 근거를 물은 후 다시 자신이 선택한 방식의 문제점을 찾아 대안을 제시하라는 2번 논제에서는 상당히 복합적인 사고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보통 이상의 독해능력을 갖추고 틈틈이 논술을 준비한 수험생들이라면 충분히 완성도 높은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번 논제는 수험생들이 논제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꼈을 듯하다.

고려대

올해 실시한 모의논술에서와 같은 수리논술 논제가 출제되지는 않았으나, 풀이 과정에서 수학적 지식(기대값)을 활용하여 답안을 작성한다면 더 명쾌하고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가 출제되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답안 평가 결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된다.

‘자유’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제시문의 수준이 높고 긴 편이어서 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시 상당한 독해능력이 요구됐다. ‘자유’라는 관념에 대해 제시문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두 가지 주장들이 내세우고 있는 각각의 논리적 근거를 추론하라는 3번 논제는 기존의 기준으로는 분류하기 어려운 새로운 논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주제와 제시문의 내용이 상당히 관념적이어서 답안을 변별해 내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대

1개의 논제와 2개의 제시문을 출제해 지난해 수시논술과 동일한 문항 구성을 취했다. ‘현대 사회에서의 종교 의미와 국가 권력과의 상관관계’라는 비교적 익숙한 주제를 바탕으로 독해·추론·논리분석 및 창의력을 평가했다. 연세대·고려대의 문항과 비교할 때 난이도가 높지 않다. 문항의 난이도가 쉬워진 대신 논제에서 세부적으로 요구하는 바가 지난해 2개에서 올해 4개로 늘어났다. 지난해에 비해 표현능력이 조금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가)와 (나) 두 개의 제시문은 5개의 작은 제시문으로 구성됐다. 제시문 (가)에서는 종교가 근대 및 근·현대 사회의 안정과 통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제시되어 있다. (가)-[1]의 요지는, ‘근대적 국가에서 시민이라는 공적 영역이 종교를 포함한 사적 영역에 우선한다. 따라서 종교와 같은 개별적 영역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반면, (가)-[2]에서는 ‘이성의 능력에 기댄 계몽주의, 시장의 합리성 등은 사회를 안정시키지 못했으며, 여전히 종교가 사회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가)-[1]은 3인칭의 관점에서 인용을 하고 있으며, (가)-[2]는 1인칭의 관점에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서로 상반된 견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종교가 사회의 통합 및 변화에 미친 결과를 세 국가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1]은 프랑스에서 상정된, 종교적 정체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상징과 의복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종교적 차별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나)-[2]는 태국 라마 6세가 불교적 도덕성을 준수하는 것이 강력하고 번영된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해 국가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려고 했다는 내용이다. (나)-[3]은 과거 세속주의를 표방했던 터키에서 최근 이슬람 정당 출신의 개혁주의자들이 지지를 얻고 있다는 내용 등이 소개됐다. 언뜻 관념적이고 난해하게 보이지만 평소 시사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답안 작성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심층적 배경지식 원해…일부 선행학습 필요했다-

■ 자연계열

올해 초 모의논술 경향을 비교적 유지했다. 수리문항을 따로 출제하고, 물리-지학, 화학-생물 교과 간 통합 문항을 출제하고 있는 것도 공통적인 출제 경향이다. 일부 문항은 대학 전공 기초과정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수학 또는 과학 선행학습이 가능한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나 심층적인 교과지식이 비교적 풍부한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논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

모의논술에서와 같이 총 3개의 문항에 8개의 논제를 출제했는데, 각각 수리형, 물리+지구과학 통합형, 화학+생물 통합형 문항들이었으며, 모의논술과 동일한 배점을 유지했다. 그다지 쉽지 않은 논제들이지만, 제시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필요한 단서들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으므로 평소 기본적인 교과 지식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추고, 이를 창의적으로 활용 또는 응용하는 연습이 되어 있다면 의외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들이다. 특히 1개의 문항에 충 4개의 논제가 출제된 수리논술의 경우 공식을 단순 암기했거나 응용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어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과학 문항에서 제시문은 대부분 과학I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나, 지구과학II, 화학II에서 배우는 내용들도 일부 등장하고 있다. 특히 3번 문항 2번 논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의견을 서술해야 하는 논제여서 주장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표현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하는 문제였다.

고려대

5개의 문항에 13개의 논제를 출제했으나, 문항의 성격은 수리형(2문항), 물리+지구과학 통합형, 화학+생물 통합형, 생물형으로 연세대의 문항 구성과 유사하다. 다만, 고려대 문항들은 그 심층적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경향이 조금 더 강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고교 교과영역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주어진 논제들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선행 학습을 한 수험생들이 좀더 유리했을 것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수리문항의 경우 짧은 제시문, 간단한 등식과 정의만을 사용하도록 요구, 과거 본고사에 출제되었던 극한값 구하기 등의 문항들이 상당한 난이도를 보였다. 과학 문항들은 평소 난이도가 높은 응용형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의약품이나 식물의 구조 등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과학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학생들이라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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