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교과서 / 22. 해결방안 제시
■ 기출문제 유형 1-한양대 2008학년도 모의 [난이도 수준-중2~고1]
다음 <가>, <나>, <다>에 내포된 공통의 문제를 추출하고, <라>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념을 참고하여 이 문제의 원인의 원인을 분석한 후, <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현재의 맥락에서 논술하시오.
(가) “문제의 실상을 파고들라”는 마키아벨리의 주장은 곧 사회의 유력한 인사들이 자신들의 말이 ‘사실’이며 ‘객관적’이라며 자신들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할 때 쓰는 상투적인 언사이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우리의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의 사실은 우리의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현실 세계는 무한할 정도로 복잡하다. 현실에 대한 어떤 설명도 부분적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현실의 어떤 부분을 택해 설명할 것인지부터가 선택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종종 그 같은 선택 뒤에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에게 유익한 뚜렷한 이해관계가 놓여 있다. 우리에게 현실 세계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준다는 주장의 배후에는, 우리 모두가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에게 세계를 설명해 주는 사람을 믿어도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우리와 진정으로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 만적은 법명이요, 속명은 기, 성은 조씨다. 금릉서 났지만 아버지가 어떤 이인지는 잘 모른다. 어머니 장씨는 사구(謝仇)라는 사람에게 개가를 했는데 사구에게 한 아들이 있어 이름을 신이라 했다. 나이는 기와 같은 또래로 모두가 여나믄 살씩 되었었다. 하루는 어미(장씨)가 두 아이에게 밥을 주는데 가만히 독약을 신의 밥에 감추었다. 기가 우연히 이것을 엿보게 되었는데 혼자 생각하기를 이는 어머니가 나를 위하여 사씨 집의 재산을 탐냄으로써 전실 자식인 신을 없애려고 하는 짓이라 하였다. 기가 슬픈 맘을 참지 못하여 스스로 신의 밥을 제가 먹으려 할 때 어머니가 보고 크게 놀라 질색을 하며 그것을 빼앗고 말하기를, “이것은 너의 밥이 아니다. 어째서 신의 밥을 먹느냐?” 했다. 신과 기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며칠 뒤 신이 자기 집을 떠나서 자취를 감춰 버렸다. 기가 말하기를 “신이 이미 집을 나갔으니 내가 반드시 찾아 데리고 돌아오리라.” 하고 곧 몸을 감추어 중이 되고 이름을 만적이라 고쳤다.
(다) 옛 성인(聖人)이 세금을 거두는 법을 세운 것은 단지 백성들에게 취하여 받들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백성이 서로 모이게 되면 음식과 의복에 대한 욕구가 외부에서 공격하고, 남녀에 대한 욕망이 내부에서 공격하여 상대할 만하면 싸우고 서로 죽이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윗사람은 법을 가지고 이를 다스려 다투는 자로 하여금 평화롭게 하고 싸우는 자는 화해하게 한 후에 민생이 안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농사를 짓는 자가 겸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백성이 생산량의 1/10을 내어 윗사람을 봉양하는 것이다. 그 취하는 몫이 큰 만큼 윗사람이 봉양하는 자에게 보답하는 것 역시 중하다. 후세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입법의 뜻을 모르고는 말하기를 “백성이 나를 공양하는 것은 그 직분상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가렴주구를 하면서도 오히려 남보다 뒤처질까 걱정하고 백성도 역시 이를 본받아 쟁탈하니 화란(禍亂)이 생기게 되었다. 성인이 법을 세운 것은 천리(天理)이지만 후세에 그 폐단이 생긴 것은 인욕(人欲) 때문이다.
(라) 우리에게는 단순한 눈앞의 이익보다 오히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선택할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meme : 문화 전달의 단위)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가 없고 세계의 전 역사를 통해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교육하는 방법도 의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어 있고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다.
■ 해결 전략
논제의 요구사항은 공통 문제 추출, 원인 분석, 해결 방안 제시 등 세 가지이다.
(가)에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이해관계를 완전히 초월한 것은 아니며, 그 점에서 특정인이 지목한 현실은 모든 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에서 장씨는 낳은 자식과 기른 자식에게 다른 밥을 먹인다. 낳은 자식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는 혈육을 향한 이기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다)에서는 세금 제도의 본래 취지는 화해와 민생 안정에 있는데, 관리의 탐욕으로 입법 의도가 변질되어 가렴주구의 방편이 된 것을 비판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통으로 추출할 수 있는 문제는 인간의 ‘이기심’, 또는 ‘탐욕’이라 할 수 있다.
■ 자료 검색
본성도 진화하는가? 사회생물학에는 위험한 함정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비판 없이 존재의 당위성을 규정하는 윤리학의 자연주의적 오류다. 그것은 지속적인 경계를 통해서만 피할 수 있다. 인간 본성의 대부분은 구석기 수렵채집인의 유산이다. 그러나 어떤 유전적 편향의 증거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며 미래 사회에도 지속될 관습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우리들 대부분이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상, 그러한 관습을 따르는 것은 생물학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 안에 존재해 온 원시적인 유전자들은 미래에 훨씬 더 많은 문화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아직은 모를 일이지만 우리는 인간 본성이 좀더 이타주의와 사회정의를 많이 포함하는 방향으로 적응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유전적 편향은 사라질 수 있고, 갈망도 다른 방향으로 돌려질 수 있으며, 윤리는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사회계약을 만드는 인간의 천재성은 더 건강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성취하기 위해 계속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정신이 무한정 융통성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인간 사회생물학은 계속 탐구될 것이고,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은 정신의 진화사를 추적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에드워드 윌슨,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
■ 관점 넓히기
2008년 경제난국과 부의 패러다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아찔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10월 한 달이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우리나라도 경제난국으로 치닫고 있다. 펀드 한 계좌, 주식 한 주, 땅 한 뼘도 없는 대한민국의 서민들까지 그 여파로 숨이 막히게 되었다. 어떤 명의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운명론적으로 나는 올 것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선택한 문명과 제도가, 무한정으로 써버리는 자원, 무한정으로 부를 확장해 나가면서 무한질주한 인간의 욕망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는 머니 게임이 전세계 경제의 주역이 된 지 오래고,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국경 없는 돈이 세계시장을 돌아다니면서부터 경제학자들은 이런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예측보다 실제 상황은 더욱 심각하고 전세계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또 그리고 전 인류가 2008년 10월을 보내면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나 부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부를 아무리 확장해 나가도 그것이 분배의 증대와 연결되지 않으면 사회는 불안해질 뿐 아니라, 부의 확대가 인류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한 금융위기고 경제위기에 지나지 않지만,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인류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쪽으로 경제를 운용하지 않는 한 경제위기 이상의, 최악의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가 순위가 올라갈 기회라고 했다. 집은 안 팔리고 대출금은 갚을 길이 없고 연금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이번 겨울을 어떻게 날지가 당장 급한 국민들에게, 지금 국운 융성의 계기를 맞았다는 것은 현실을 호도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반성 없이 아직도 세계 최강이니 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김선주, <한겨레>, 2008년 11월4일치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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