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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학문 탐구 열정 아이비리그는 ‘준비된 학생’ 을 원한다

설경. 2008. 12. 25. 17:45

[중앙일보 박정식.오상민] 2009학년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한 국내 학생들은 합격 비결로 성적보다 학업 열정을 꼽았다. 대학들이 SAT(대학수학능력시험), GPA(내신) 등 기본 점수만 갖추면 학생들의 학업 목표와 전공 관련 활동과의 연관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교내외 활동을 통해 전공 분야에 대한 도전과 성취력을 갖춘 준비된 학생임을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코넬대 백두산군

“독한 공부 끝에 최하위권 성적 상위권으로”


코넬대 재료공학과에 합격한 백두산(민족사관고 3년)군은 '역전의 용사'로 불린다. 민사고 입학 당시 바닥이던 성적이 상위권으로 뛰었다. 백군은 그 비결로 '독한 공부'를 꼽았다. 고교 신입생 때 독해 속도가 느려 영문학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고통이 컸다. 1년 동안 주말을 모두 영어 공부에 투자했다. 단어는 기본이고 교과서를 통째로 외웠다.

그 노력이 2학년 때 영문학 중간고사 1등, 단어시험 100점으로 나타났다. 다른 교과들은 '교사 지도 내용+교과서 핵심+친구들의 필기'로 만든 자신만의 참고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최하위였던 내신이 3학년 때 상위권에 올라섰다. 백군은 이런 경험을 봉사활동에 활용했다. 교내에서는 후배들의 학업 상담과 학습시간 운영 학생자치위원으로, 교외에선 초등과학 보조교사로 활동해 지난해 최우수 또래상담자로 선정, 강원도지사 표창도 받았다.

백군은 “학점이 짜고 공부량이 많다고 소문난 코넬대가 학업에 대한 나의 열정을 높이 산 것 같다”고 말했다.

다트머스대 김동윤군

“전공 활동으로 '준비된 학생'임을 보여줘”


김동윤(민족사관고 3년)군은 다트머스대에서 정치행정학을 전공하기 위해 일찌감치 국제이주노동자와 생태 보호와 관련된 활동으로 자신의 이력을 채웠다.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1 때 자원봉사로 참가한 이주노동자축제 때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생각과 그들이 겪는 현실 간의 괴리를 깨달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군은 이주노동자 연구동아리를 만들어 국가청소년위원회 지원으로 2학년 여름방학 때 국제이주기구·국제노동기구 등 국제기구들을 방문했다. 이후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하면서 국제 이주노동 문제를 국내 상황과 연계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 보고서를 만들었다. 3학년 땐 하버드대와 아시아 국가가 공동 주최하는 HPAIR에서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받았다. 또 제인 구달 박사의 생태환경보호모임인 '뿌리와 새싹' 동아리에 가입해 선후배들과 전국청소년환경회의를 이끌었다.

김군은 “다트머스대는 재학 중 1년 이상을 인턴십·교환학생 등 학교 밖 활동을 강조하는 대학”이라며 “전공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준비된 학생'임을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브라운대 구성은양

“의료봉사활동 통해 전공 동기 구체화”


브라운대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할 구성은(대원외고 3년)양은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특기를 찾게 됐다. 그 뒤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서울 종로의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10여 년 동안 의료봉사를 해오는 아버지를 따라 고1 때부터 무의탁 노인과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방치료인 침과 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외국인 환자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질병 증상을 통역하면서 검진을 돕거나 뜸 시술을 보조했다. 재학 시절 몽골로 봉사활동을 떠나 고아원에 옷과 비상약을 기부하고 봉사를 한 경험도 있다.

2개 과목만 선택해도 되는 교과시험(Subject Test)에서 수학·화학·물리·세계사 4개 과목을 응시해 모두 700점(800점 만점) 이상을 받은 것도 합격에 도움이 됐다. 구양은 “다양성과 협력을 통한 배움을 중시하는 브라운대 특성에 따라 고교 때 국제과학캠프에 참여한 체험을 소개했다”며 “외국인 학생들과의 과학 교류 경험을 보고 전공에 적합한 학생으로 평가해준 것같다”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대 김영진양

“병원과 대학 실험실서 아르바이트”


펜실베이니아대에 합격한 김영진(대원외고 3년)양은 앞으로 7년 동안 생물학과 의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고(故) 슈바이처 박사처럼 오지를 찾아다니며 의료봉사를 하는 것이 꿈이다.

김양은 고1 때 지역 어린이공부방으로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후 김양은 아르바이트로 병원 일을 도와주며 의료 현장을 관찰하고, 대학 화학실험실에 자청해 실험을 보조했다.

김양의 공부법은 노트 정리에 있다. 수업 시간엔 교사의 말을 모두 받아 적는다. 수업 뒤 이를 자신이 이해한 내용으로 풀어 쓰고 부족한 내용과 문제를 추가해 노트를 만든다. 그 결과 SAT에서 물리 770점, 수학과 화학 각 800점 만점을 받았다.

김양은 “공부방에서 가르쳤던 한 아이가 좋은 성적으로 고교에 진학하는 모습을 보고 나눔의 가치를 깨달았다”며 “전공과 대학 선택의 이유를 묻는 대학 측의 질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었던 게 비결”이라고 말했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