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대한민국은 '맘'공화국③]육아박람회 잘못된 정보 범람...정부 '뒷짐'

설경. 2013. 11. 27. 08:15

"책 안사면 아이 지능 발달 멈춰?" 육아박람회 '공포마케팅'

[대한민국은 '맘'공화국③]육아박람회 잘못된 정보 범람...정부 '뒷짐'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입력 : 2013.11.26 06:15|조회 : 6213
 
편집자주|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맘' 공화국이다. 아이들은 태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맘'들이 기획한 인생을 살고 있다. 특유의 '맘문화'와 '맘경제'가 속속 출현한다. 정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을 맘들이 대신하면서 나타난 기이한 현상이다. 머니투데이는 신세대 '맘'들의 행태를 통해 대한민국의 육아 및 교육 현실을 고민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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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어 전시경 전경

 

 

"베이비페어(육아박람회)에서 영업사원이 아이 태교 검사를 해서 책 전집을 들이라고 부추기더라고요. 태아 시기나 유아기나 지능발달이 급속도라 지금 사주지 않으면 아이 스스로 발달을 차단해서 크지 않는다면서…책 한 질 안 들인다고 아이 머리가 나빠지고 학습에 대한 자극을 스스로 차단한다니 아이가 뱃속에 있는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잖아요". (임신 6개월 차 예비 맘)

육아용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베이비페어'가 호황이다. 알뜰한 부모들은 베이비페어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육아용품 정보와 쏠쏠한 이벤트 상품을 챙기려 베이비페어를 찾는다. 올해 들어서만 크고 작은 베이비페어가 전국에서 13번 기획됐다.

◇육아용품 업계 '공포 마케팅', 잘못된 육아정보 세뇌

베이이페어가 득세할수록 '육아 정보'는 쪼그라 든다. 각종 베이비페어는 '어린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열린 교육의 장을 펼쳐나가기 위해'라는 홍보문구를 내걸지만 '육아 철학'을 찾아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업체들의 '공포 마케팅'은 잘못된 정보를 주입하며 부모들을 불안에 떨게 한다.

"베이비페어에서 제대혈 업체 영업 사원이 지금 안해 주면 아이가 병에 걸렸을 때 속수무책이라고 겁을 주더라고요. 아는 분은 그 자리에서 160만원 주고 계약 했는데 전 안했어요. 근데 계속 찜찜하고 아이 건강을 걸고 이야기 하니까 마음에 걸렸죠". (3살배기 아들은 둔 9개월 차 임신부)

베이비페어에서 상품 구매는 '선택'이 아니다. 교육용 교재를 사지 않거나 보험에 들지 않으면 '부모 자격이 없다'는 식으로 매도한다. '우리 아이만 뒤쳐질까'하는 걱정에 부모들은 지갑을 연다.

업체들의 주입식 교육은 전방위적이다. '부모교육'이나 '예비산모교실'이라는 이름을 건 '교육적'인 프로그램 상당수가 유아용 교재나 태아보험 등 관련 업계에서 마련한 것. 육아용품 업체들은 다각도로 '부모교육'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 친구와 함께 한 교육업체의 부모교육을 찾은 B씨는 "첫째 날에는 강의를 해주더니 둘째 날 부터 노골적으로 상품광고를 시작했다"며 "타사 제품을 비하하면서 그런 걸 사주는 엄마는 이상한 엄마라고 하는 걸 보고 도망쳐 나왔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행복한 '진짜' 육아정보 찾아나서야

전문가들은 '부모교육'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하고 공부할 시간이 충분한 임신부 시기에 시장이 주입한 '공포'를 학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정보들은 엄마들을 따라 다니며 더 경쟁적이고 더 물질적으로 아이를 키우라고 권한다.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도 베이비페어의 편향된 마케팅 앞에 뒷짐만 지고 있다. 두 부처는 다수의 베이비페어에 '후원사'로 이름을 내어주지만 잘못된 정보 앞에는 눈을 가린다.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 담당자는 "후원 승인은 국가 정책에 반하지 않으면 대체로 해주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관련이 없고 요건에 반하지 않으면 각 과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베이비페어가 영리적 공간인 만큼 정부가 나서 별도의 '교육'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서는 각 구에 있는 보건소를 통해 모유수유 등 임신부 교육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부모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경영지원국은 "예비부모교육을 통해 가족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예방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서는 전국 151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교육을 진행한다. 원 관계자는 "결혼준비교육이나 예비부모교육으로 시작해 노령기 부모교육까지 생애주기 단계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이 웃는 세상 백현정 연구소장은 "정부 부처들은 '마더하세요' 캠페인처럼 이슈가 되는 사안이 있을 때 베이비페어에 나와서 홍보하는 정도"라면서 "마치 '홍보비를 어떻게 사용했다'고 보고서를 쓰려고 캠페인에 나온다는 인상도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소장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라면서 "정책적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만큼 부모로서의 의무도 함께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출처: http://stock.mt.co.kr/view/mtview.php?no=2013112210142792595&type=1&outlink=2&EV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