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입력 2014.03.06 03:03
지난 1월과 2월 교육부 차관을 지냈던 김응권·김영식씨가 전북과 충남의 지방대 총장으로 선임됐다. 두 대학은 최근 2년 사이 교육부 대학 평가에서 하위(下位) 15% 대학으로 분류돼 '재정 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이들 말고도 2000년대 들어 교육 차관을 지낸 14명 가운데 설동근 우형식 서남수 이종서 이기우 서범석 최희선 김상권 이원우씨 등 9명이 대학 총장으로 갔다. 같은 기간 교육부 장관을 지낸 15명 가운데서도 김도연 이상주 한완상 송자 김덕중씨 등 5명이 퇴임 후 대학 총장이 됐다.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은 차관(2007~2008년)을 마치고 대학 총장을 거쳐 장관이 됐다. 그의 후임 총장직도 교육부 차관보 출신이 이어받았다.
지금 교육부의 최대 현안은 대학 구조조정이다. 고교 졸업생 감소로 대학 입학 정원은 현재 56만명에서 2023년 40만명 이하로 급격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부실 대학에 대해 세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강제 퇴출시켜야 할 입장이다. 이런 회오리 속에서 대학들이 교육부 고위직 출신을 모셔 가는 것은 그들이 뛰어난 경영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전관예우(前官禮遇) 관행에 기대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
2012년 교육부가 대학들에 연구개발비 등으로 나눠 준 국민 세금은 8조1000억원이나 된다. 총장 자리에 영입된 전직(前職) 고관들은 이 돈을 받아 가기 위해 과거 자기 부하였던 후배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된다. 장·차관이 대학 총장으로 가면 갑을(甲乙) 관계가 뒤바뀌어 후배들에게 애걸하고 감독을 받는 처지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장·차관이라 해도 현직에 있을 때부터 부하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윗사람의 영(令)이 서지 않는 부서로 유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은 퇴직 후 2년간 최근 5년 근무 부서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 등엔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러나 대학은 비영리 기관으로 분류돼 교육부 고위직들이 퇴직 후 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법조계 뺨치는 교육부의 전관예우 관행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대학 개혁은 고사하고 보조금을 둘러싼 부패(腐敗)의 연결 고리도 끊어내기 어렵다.
http://media.daum.net/series/112247/newsview?newsId=20140306030310680&seriesId=11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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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학 개혁 막는 교육부 총장 낙하산 끊어야
서울신문 입력 2014.03.06 03:22전문성 있는 관료가 대학 총장이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 관료들을 총장으로 선임하는 대학들이 거의 절반쯤 부실대학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부실대학들이 관료들을 총장으로 데려와 대학 재정 지원을 늘리는 등 반대급부를 요구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백석문화대나 우석대는 여러 가지 비리가 적발돼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이다. 2011년 재정 지원금이 33억여원이었는데, 교육부 차관 출신을 총장으로 선임한 2012년에는 지원금을 121억원으로 늘린 지방대학 사례도 있다. 수억원의 연봉을 주고 교육 관료들을 대학총장이나 고위직으로 경쟁적으로 모셔가려는 부실대학들의 의도는 자명해진다. 전직 관료와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명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고교 졸업생 수가 계속 줄어드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전국 339개 대학을 평가해 5단계로 나누고 최우수를 뺀 나머지는 정원을 차등 감축할 계획이다. 부실이 심한 대학은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어떤 교육 관료가 총장이 된 부실대학이 있다면 이 대학에 대해 과연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 총장은 연봉 값을 하려고 어떻게든 지원금을 유치하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기를 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실대학에서 탈피한다손 치더라도 속은 여전히 썩었고 평가를 잘 받으려고 겉만 정상 대학으로 분장한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공공성과 형평성,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는 대학 평가는 불신과 반발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교육부가 관료들을 총장으로 보내면서 공정한 평가를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치권이나 모피아의 낙하산에 대한 반대 여론은 비등하나 대학은 사각지대다. 공직자윤리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모르되 대학 구조조정 10년 계획을 앞둔 마당에는 낙하산을 내려보내선 안 된다. 당사자들 또한 총장 자리를 사양하는 게 마땅하다. 그도 어렵다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서 퇴직 후 일정 기간 총장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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