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나는논술한다] 내각책임제 도입 필요한가

설경. 2007. 12. 5. 11:25

[중앙일보] (1) 대통령제란 미국에서 만들어진 정치 제도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 동안 행정권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제도다. 반면 의원내각제는 영국 같은 입헌 군주국에서 주로 시행되는 제도로, 행정권을 맡는 내각이 입법부인 의회의 신임으로 구성되는 정부 형태다. 즉, 의원내각제에서는 의회의 다수당 대표가 자연스럽게 총리가 돼 대통령 역할을 하고 행정부인 내각도 구성한다.

 (2)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시행한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이 행정부의 대표를 뽑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명확히 분리되며,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은 의회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이 임기 동안 행정부를 이끌므로 안정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의회 다수파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의회에 대해 책임이 없어 자칫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있으며, 의회와 행정부가 대립할 경우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따른다.

 (3)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수의 정치인들이 진정한 여론을 대변하기보다는 권력에 영합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파벌주의에 기대어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할 뿐이다. 이 상황에서 내각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내각제 장점은 의회와 행정부가 연결되므로 독재 가능성이 적고, 보다 책임 있는 정치가 가능하며, 다수당 대표가 총리기 때문에 의회의 지지를 얻기 쉬워 능률적인 정책 실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정치의 문제점 해결책과 크게 관련이 없는 장점들이다. 더 큰 문제는 정치인들의 권력영합주의가 우려되는 마당에 군소정당이 난립해 연립내각을 구성할 경우 정국 불안정이 불가피하고 의회와 내각을 한 정당이 독점할 경우 다수당의 횡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 총리의 결정에 간접적 영향밖에 끼치지 못해 의회가 부패할 경우 행정부까지 함께 부패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정치인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현 상황에서 새롭고 능력 있는 행정부를 국민의 선택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대통령제가 더 낫다.

 (4) 바람직한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와 효율성이 조화를 이룬 체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비전 있는 결정을 내리지만 그 지도자는 항상 국민의 감시하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체제보다 체제를 이끄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정치를 자질과 소신이 있는 사람들이 주도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체제도 빛을 보기 힘들다.

 최은별(민족사관고 2년)

총평과 첨삭

이번 논제의 핵심 개념인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학생이다. 자신의 배경지식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 글을 통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장단점은 확실히 공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에 대한 설명에 지나치게 치우쳐 자신의 주장과 대안이 상세하게 드러나지 못했다.

 이 글은 기본을 달성한 글이다. 대통령제의 장단점을 잘 고려했고, 정치인들의 자질이 문제가 되는 현 정치 상황에서 내각책임제가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자신의 의견도 드러냈다. 또 바람직한 정치 체제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자질이 우선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문제가 요구한 내용을 글 속에 포함시켰다. 그렇지만 논술할 내용의 논리적 체계가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자신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논거가 마련되지 않아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1)은 논제의 핵심 개념을 풀이하면서 글을 시작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논제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것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1)이 서론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논술문의 서론은 ‘문제 상황이 이러하고, 이러한 요인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어떤 관점과 방향으로 이 논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라는 현안과 논제를 연결시킨다면 더욱 관심을 끄는 내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에서는 대통령제의 장단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글 속에 자신의 관점이 반영되지 않아 글의 방향을 짐작하기 힘들다. 논술문의 모든 내용은 자신의 주장이 무엇인지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관점으로 기술해야 한다.

 (3)에서는 학생의 관점에서 본 정치 현실을 힘 있는 문장으로 드러냈고 이를 논제와 연결시켜 내각제가 현 정치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한 가지만 제시했는데 더 다양하게 살펴봄 직하다. 또 자신이 어떤 이유로 ‘정치인의 자질’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했는지 읽는 사람에게 공감시켜 줄 필요가 있다.

 (4)는 결론 단락이다. 체제도 중요하지만 체제를 이끄는 사람의 자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매듭짓고 있다. 그런데 지도자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세세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주의와 효율성이 조화를 이룬 체제’라는 대안도 이상적이고 막연하게 들린다.

 

노미라(중앙일보NIE연구소 첨삭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