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찬반과 대안] 사형제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설경. 2007. 12. 5. 11:28

[중앙일보]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1997년 12월이다. 올 12월 30일이면 만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가 된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의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실질적 사형 폐지국’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사형제 존폐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인다. 한쪽에선 국민의 법감정과 범죄 억제력을 들어 사형제 존치를 주장하고, 한쪽에선 범죄자의 생명권 보장과 확인되지 않은 범죄 억제력을 들어 사형제 폐지를 부르짖는다. 그렇다면 사형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사형제를 대체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래서찬성] "무슨 짓 해도 죽진 않는다”범죄의 유혹 더 강해질 것

  사형 집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 잔인함 때문에 사형반대론자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사형수가 저지른 범행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어떨까. 몇 달 전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유괴한 후 쌀 포대에 넣어 차에 싣고 다니다가 산 채로 저수지에 빠뜨려 죽인 사건이 있었다. 이 범행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과연 그 범인에 대한 사형이 잔인하다며 반대할 수 있을까.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형 방법이 비인도적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면 흉악범에 의해 무고한 사람이 살해당하는 일은 어떤가. 분명히 비인도적이다. 무고한 시민이 살해당하는 것이 범인 사형보다 더 비인도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따라서 사형제가 있어서 살인과 같은 흉악범죄가 감소한다는 전제가 만약 옳다면, 사형제의 존재 이유가 충분이 인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형제 폐지가 합당한지의 여부는 사형제가 흉악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사형폐지론자는 사형제에는 그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독일·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사형제를 폐지했지만 흉악 범죄는 급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과연 그럴까? 이들 나라에서 흉악 범죄가 증가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치안 상태가 양호해지는 상태였기에 과감하게 사형제를 폐지할 수 있었을 뿐이다.

 영국은 치안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음에도 정치적 이유로 1966년 사형제를 폐지했는데 이후 20년 동안 살인 범죄가 60% 증가했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우발적 살인과 계획적 살인의 비율이 72:28에서 59:41로 바뀌었다. 냉정한 계산 끝에 범행에 착수하는 계획적 살인이 는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목숨이 보장된다’고 생각하는 범인이라면 살인을 하고자 하는 유혹이 더 강할 것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이재교 교수(인하대 법학·변호사)

☞생각 플러스:사형제 외에 흉악 범죄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보라.

[이래서반대] 폐지국 흉악범죄 안 늘고 재판서 오판 가능성 있어

 이탈리아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1738~1794)가 1764년 『범죄와 형벌』에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이래 지금까지 세계 형법학계는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전개해 왔다. 존치론자들은 사형이 흉악 범죄를 억제하고, 흉악범에 대한 확실한 응보며, 정의 관념에 합치된다는 여론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첫째, 사형의 범죄 예방과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 사형에 위하력(겁주는 힘)이 없음은 사형 폐지 국가에서 사형할 만한 흉악 범죄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또 사형을 응보로만 보는 존치론은 형벌의 본질을 교육으로 보는 현대의 형벌관에도 배치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둘째, 사형제는 인도적인 이유로도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존귀하다. 국가가 국민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없다면 당연히 생명을 앗을 권리도 없다. 사형이 법의 이름을 빌린 또 다른 살인행위라는 점은 사형 집행자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셋째, 사형은 오판 가능성 때문에라도 폐지돼야 한다. 사형을 구형하고 선고하는 인간이 오판할 위험은 언제나 존재한다. 오판으로 사형이 집행되면 진범이 체포돼도 이를 회복하거나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 그 사례로 한국전쟁 당시 한강 인도교를 조기 폭파한 책임을 물어 공병감, 최창식 대령을 사형한 사건을 들 수 있다.

 넷째, 사형은 악용 가능성이 크다. 사형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가 정적을 제거하거나 반대자를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지난 1959년 진보당 당수 조봉암이 대선참패에 위기 의식을 느낀 이승만 정부에 의해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상혁(변호사·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회장)

☞생각 플러스:사형제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하라.  

[역사적관점은]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에도 존재

교도소 유지비 줄이려 시작 … 현대엔 ‘정의구현’의미로 남아


 사형제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제도에 속한다. 법적 제도가 마련된 곳에선 자연스럽게 사형제가 존재했다.

 문헌으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법전에 속하는 함무라비 법전 제1조에도 사형제 항목이 있다. 이 법전에 따르면 살인·강도·강간·절도·방화·노예은닉·위증 등의 범죄를 지은 자에게 사형을 적용토록 했다. 사형의 집행 방법도 다양했다. 불로 태워 죽이는 방법, 물에 빠뜨려 죽이는 방법, 창으로 찔러 죽이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조선 시대의 법조문인 팔조법금(八條法禁)에서 살인자를 사형토록 했다.

 고대 시대의 법률은 갖가지 범법 행위에 대해 사형제도를 적용했다. 당시의 사회적 현실과 국민의 법감정 때문이다. 즉 살인자 등을 사형시키지 않으면 징역형으로 처벌해야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인적·물적 경비가 엄청나게 많이 소요됐다. 그런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국가 재정이 충분하지 않았으니 사형이 자주 이뤄졌던 것이다.

 징역형을 내려도 감옥을 탈출하기가 매우 용이했다. 범법자가 도망이라도 가면 통신이나 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범법자를 찾기도, 잡기도 힘들었다. 또한 범법자의 처벌을 요구한 자가 보복당할 가능성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의 국가들은 살인과 강도·강간·절도·미신숭배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사형제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법감정 때문이다. 잔악하고 폭력적인 범죄가 빈발하는 사회에서는 사형이라는 형벌을 그 사회가 행사할 수 있는 정의 구현의 최고 형태로 간주했다.

 근대에 접어들어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와 달리 범법자를 형사 책임에 어울리게 처벌할 수 있는 교도소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 만큼 인적·물적 재원이 충분해지고 범인이 도망가더라도 소재를 파악해 체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지만 사형제는 폐지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들의 국민 과반수 이상이 여전히 사형제도의 존치를 찬성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허일태 교수(동아대· 법학)

☞생각 플러스:사형제 존치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비판하라.

[대안은없나] 법 고쳐 사형 대상되는 범죄 대폭 축소

대법관 만장일치제 실시… 오판 막아야


 사형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쟁에서 찬반론자들은 나름대로 각각 타당성을 갖고 있다.

 사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논리를 제시한다. ‘재판에서 오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범죄의 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인도주의와 문화주의의 추세에 반한다’ 등이 그것이다.

 또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에 보장된 절대적 권리이므로 국가 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이를 박탈할 수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살인 행위를 금지하면서 국가의 살인을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등의 의견도 있다.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도 설득력이 있다. 이들은 ‘1963년 대법원 판결에서 사형은 합헌이라는 결론이 났다’ ‘흉악범 특히 살인범은 사형 같은 극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법감정이다’ ‘현실적으로 사형이 범죄 예방과 억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형 존폐 논쟁의 핵심은 존치론 또는 폐지론 가운데 어떤 견해가 논리적으로 더 타당하느냐에 있지 않다. 사형제의 존폐는 논리의 타당성이나 감정적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필요성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사형제에 대한 논리적·감정적 접근 방식은 여론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생명은 절대자인 하느님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인위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다’는 명분으로 사형 폐지론이 일시적으로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다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면 ‘이런 흉악범은 사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쪽으로 폐지론이 위축된다.

 따라서 사형제의 존폐 문제를 놓고 논리 대결에 몰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 사형제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 사형이라는 형벌이 남발될 수 있는 현행법을 정비해 사형을 대폭 축소하고 사형 대상 범죄를 형법전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오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형 판결은 대법원 전원재판부의 만장일치로만 하도록 하거나, 사형 판결이 확정돼도 3~7년 정도 집행을 미루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김민호 교수(성균관대·법학)

☞생각 플러스:범죄자를 처벌하거나 교화하기 위해 형벌이 갖춰야 할 요건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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