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들의 세상사는 이야기· 한경

윌리엄 오벌린 회장 ‥ To Korean "Don`t worry, be happy"

설경. 2007. 9. 9. 15:26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의 원래 직업은 파일럿(공군 조종사)이다.

미 공군에서 20년간 전투기를 몰았다.

전투기 조종사와 최고경영자(CEO)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물었다.

조종사로서의 경험이 경영에 어떤 영향을 끼쳤냐고.

"우선은 자기 자신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죠.파일럿은 날씨,기류,스케줄 변화 등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해야 합니다.

자신이 예측할 수 없는 무수한 변수들에 둘러싸여 있죠.전투기 조종사는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다잡고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둘째로 그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다 보면 날씨를 비롯한 모든 변화들도 그만큼 속도가 붙는다는 것.그래서 인생의 모토도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

"기업 환경도 마찬가지죠.무한경쟁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기업들과 기업에 소속된 종업원들도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직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말이죠."

오벌린 회장은 그러나 기업 경영과 전투기 조종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전투기 조종사는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지만 CEO는 혼자 일하면 안된다는 것."CEO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뽑아서 팀을 꾸리는 겁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팀워크를 통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지원해주는 것이 CEO의 역할이죠."
#리더십


-CEO로서 리더십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리더십은 타고난 기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후천적으로 배우는 거죠.리더십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하(follower)가 되는 겁니다.

부하로서 리드 당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죠.어떤 게 좋은 리더십인지….가장 좋은 리더십을 발견하면 그걸 닮기위해 노력하면 되는 겁니다."

-회장님은 어떤 사람의 리더십을 닮고 싶으시죠?

“아브라함 링컨이죠.링컨 대통령은 미국이 배출한 가장 위대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오벌린 회장과 함께 나온 보잉의 김지희 상무에게) 리더로서 회장님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김 상무)“회장님은 매우 공평한 분이에요. 편견을 갖고 사람을 대하지 않죠.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 없습니다.항상 공평하고 모든 사람을 돕는 다는 점은 매우 좋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 사무실 전산 업무를 보던 한 직원이 있었는데 회장님은 그에게도 똑같은 기회를 주셨고 국제업무에서 회장님의 2인자가 됐어요."


-아마도 회장님에 대한 칭찬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우선 리더는 훌륭한 인재를 발견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리더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 사람이 영원히 당신을 위해 그 자리에서 일하도록 잡고 있는 거죠.만약 그 사람이 정말 훌륭한 인재라면 그가 승진하고 부서를 옮기며 더 많은 책임을 갖고 회사 내에서 성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회사를 위하는 길이죠.회사는 정말이지 인재가 전부입니다."
 
-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시나요?

“일을 시킬 때 그저 ‘이 일을 하라’고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죠.이유를 알고 나면 일을 하기가 훨씬 쉬워져요.

또 한가지는,특히 기업들이 글로벌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진 것인데,소속감을 심어주는 겁니다.

한국보잉에 있지만 ‘보잉팀’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해야 하죠.시애틀에 있건,세인트루이스에 있건,위싱턴 DC에 있건 다 같이 보잉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요.

마지막으로는 ‘위임(empowerment)’이 중요합니다."

- 외국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글로벌 인재가 되고 싶다면 그 회사 본사가 있는 나라에 먼저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인재가 보잉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면 우선 ‘원더풀’이라고 말하죠.그러고는 진짜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다면 미국으로 가라고 합니다.

본사에서 고용된 후 능력을 인정받고 한국에 발령을 받으라고 말이죠.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 인생의 좌우명은 뭔가요?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 뿐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항상 유연한 사고를 갖고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 믿죠.저희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런 점이에요.

오늘은 이런 방식으로 일하지만 내일은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요."


#암참 회장의 일상 생활


-건강은 어떻게 챙기십니까.

“수제비를 먹습니다(좌중 웃음).농담이고요.일주일에 다섯번 이상 운동을 합니다.

일 때문에 약속이 있는 날을 빼고는 점심을 거르고 그 시간에 조선호텔 헬스클럽에 다녀요.

일주일에 한번,토요일이나 일요일엔 골프를 칩니다."

- 주로 누구랑 골프를 치시나요.

“이웃들,친구들,지인들,암참 사람들하고도 갑니다."

- 한국인 중에는 누구랑 친하세요.

“그 친구들이 당황할지도 모르니 이름을 말하긴 뭣하지만 한국인 친구가 많습니다.

주로 일 관계로 아는 사람들이죠.일부는 고객들이고요.

우리 딸 때문에 딸 친구 학부형들하도고 친합니다."

-쇼핑은 많이 다니시나요?

"꽤 많이 하는 편이죠.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요.주로 아내와 함께 식료품점에 가죠.기억하시죠? 가족 중에 고기를 먹는 건 저 뿐이라 가끔은 제가 직접 요리를 하거든요."

- 언제 저희랑 같이 바베큐파티를 하는 게 어떨까요? 요리 솜씨를 보고 싶은데….”

"좋습니다. 조금 더 따뜻해지면 초대하도록 하죠."

- 편두통에도 불구하고 성심성의껏 대답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동동주를 두 모금 마셨더니 두통이 없어졌네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정리=유창재/정지영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



윌리엄 오벌린 회장은 1943년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서 태어나 인디애나주의 컬버라는 시골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미 공군에서 20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일했다.

군 제대 후 보잉 헬리콥터 부문의 동남아 영업 담당으로 입사했으며,1985년 한국 민간항공사업 책임자로 부임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002년 1월 한국에 첫 발을 디딘 지 17년 만에 CEO(보잉코리아 대표이사)가 됐다.

한국인 아내(이정신씨)와의 사이에 딸 마리를 두고 있다.

암참 회장은 올해가 세 번째.2003년과 2004년에는 '무언가 기여해야겠다'는 마음에 자발적으로 나섰지만 올해에는 등떠밀려 회장이 됐다고.하지만 자신의 임기 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걸 큰 업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만간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국 지정도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