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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서브프라임과 외양간 고치기

설경. 2007. 9. 10. 00:25
지난 8월 13일 오전 8시. 홍콩의 모 헤지펀드 회의실. "한국 100만달러, 대만 100만달러, 중국 100만달러…." 아침 미팅에 앉은 이 펀드의 중역들이 트레이더들에게 '주식 매도 할당'을 하고 있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뒤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를 그들의 헤지펀드는 어떤 식으로든 응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많이 오른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튿날 아침 자산배분 담당 전무는 트레이더들에게 상황을 보고받았다. "한국은 어제 130만달러어치를 팔았습니다. 대만 80만달러, 중국 70만달러…." 전무는 어안이 벙벙했다. "어찌 된 일이냐?" "한국은 주식이 워낙 잘 팔려서 그랬습니다. 어차피 내일 또 팔아야 할 텐데 값이 비쌀 때 미리 파는 게 좋겠다 해서…."

홍콩에서 실제로 일어난 한 헤지펀드의 '속사정'이다. 한국에서만 많은 물량을 매도했다 하니 이 사태를 어찌 봐야 할까.

안드레아스 노이버 하나UBS자산운용 사장은 "사람들은 미국 LA의 저소득자가 집값을 못 내는 게 내 주식값 떨어지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고 푸념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이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글로벌 변수 앞에 벌거벗은 상태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위와 같은 헤지펀드 움직임을 읽는 것은 현지 애널리스트들만이 할 수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들이 한국 기관투자가들과 가깝게 지내며 그들의 움직임을 대략 읽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현지에서의 움직임을 읽고 전달해 줄 사람들이 필요한 때가 왔다. 하지만 이런 지역 전문 애널리스트가 우리에게는 없다.

해외 펀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외 펀드에서 현지 증권사로 빠져나간 주식매매 수수료만 모아도 현지 증권사 하나쯤은 금방 만들 수 있다. 우리는 글로벌 변수 앞에 한층 벌거벗었는데 증권사들 태도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증권부 = 신현규 기자 rfros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