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원하는 대학의 논술 문항형태 파악해야

설경. 2007. 12. 12. 22:45









김성준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연구소 연구원

‘인터페이스(interface)’란, 인간과 도구가 접촉할 때 양쪽이 공유하는 경계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도끼의 자루, 피아노의 건반, 문의 손잡이 등이 그 예이다. 인터페이스의 모양은 인간과 도구의 물리적인 성질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도구의 쓰임새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논술고사라는 전형도구에서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문항이다. 대학과 수험생 사이에 논술문항이 있으며, 문항의 형태는 입시에서의 변별도구라는 쓰임새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논술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의 문항 형태에 익숙해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문항의 형태는 실제로 논술고사장에서의 체감난이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술 문항은 출제자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를 띨 수 있다. 어떤 형태로 문항을 출제할지는 순전히 출제자의 의도에 달린 문제이다. 다만, 여러 가지 형태들 중에서도 통합논술의 취지에 비춰 출제자들이 더 선호하는 형태가 있기 마련이다. 이는 다년간의 출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아마도 논술고사의 목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형태일 것이다. 크게 세 가지 형태를 꼽을 수 있는데, 일종의 기본적인 형태라고 하겠다. 이 세 가지 형태로부터 필요에 따라 변형된 형태나 복합된 형태가 나오기도 한다.

 

1. 단(單)문항 다(多)논제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3차 모의논술) 건국대 등

 


통합교과형 논술에서 가장 많은 대학들이 취하고 있는 ‘단(單)문항 다(多)논제’ 형태는, 1개의 문항이 출제된다는 점에서는 이전의 고전논술 형태와 같지만, 2개 이상의 논제가 분할되어 출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1개의 문항에 일련의 3개의 논제가 일반적이다.

동일한 제시문 아래에 3개의 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각각의 논제는 어떤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연계열에 비해 인문계열에서 각 논제의 연결성이 뚜렷한 편이다. 즉, 각각의 논제들이 문제해결의 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심화 또는 확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해·분석능력을 평가하는 논제, 비판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논제, 창의적(종합적·대안적)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논제 순서가 일반적이다.

‘단문항 다논제’ 문항을 선호하는 대학은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해 이화여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이 있다. 다음은 최근 고려대가 2008학년도 수시2 논술고사에 출제한 문항이다.

 


이 문항은 4개의 제시문과 3개의 논제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단문항 다논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출제경향을 반영해 통계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문항에서는 무엇보다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료제시형 논술’의 특성상, 각각의 제시문들 속에 드러난 주장 혹은 입장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읽어내는 것이 모든 논제들을 해결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답안을 작성할 때,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각각의 논제들이 비교적 짧은 답안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핵심만 분명하게 언급한다는 느낌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좋다.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2. 다(多)문항 단(單)논제 서강대, 한양대(2차 모의논술) 등

 


‘다(多)문항 단(單)논제’는 각각 1개의 논제들로 이뤄진 2개 이상의 문항이 출제되는 형태이다. 문항마다 주어지는 제시문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 제시문의 수가 많다.

따라서 주어진 시간 안에 정확하게 제시문을 독해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문항마다 주제를 달리해 여러 분야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에 효과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논제의 성격은 앞서 살펴본 ‘단문항 다논제’ 형태에 비해 까다로운 편이다. 마치 이전의 고전논술에서 출제되던 것처럼 여러 가지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으며, 논제가 여러 개이기 때문에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시간 분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다문항 단논제’ 형태를 선보였던 대표적인 대학은 한양대와 서강대가 있다. 한양대가 지난 5월 실시한 2008학년도 모의 논술고사 문항을 살펴보도록 하자.



총 네 개의 문항이 출제됐는데, 문항마다 각각 1개의 논제가 주어져 있다. ‘단문항 다논제’ 형태와 비교할 때, 제시문의 수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각각의 논제에서 한 가지 요구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알 수 있다. 각각의 논제가 어렵지는 않으나 만족시켜야 할 요구가 많은 편이다. (한양대는 2008학년도 수시2-1논술고사에서 3차 모의논술과 동일한, ‘단문항 다논제’ 형태로 출제했다.)

서강대의 경우는 한양대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서강대는 논제마다 조건이 붙어 있는데, ‘제시문의 논거를 활용하라’는 조건을 기본으로 따로 부차적인 조건이 추가로 주어진다. 서강대는 다른 어느 대학들보다 외워 쓰는 답안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대학이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이러한 조건들은 외워 쓰는 답안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이지만, 창의적 다양함과 조건들을 답안에 녹여내는 논리적 구성능력까지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3. 단(單)문항 단(單)논제 서울교대, 경인교대, 경북대

 


마지막으로 이전의 고전논술에서 출제되던 문항과 유사한 ‘단문항 단논제’가 있다. 말 그대로 장문의 제시문이 포함된 1개의 문항에 1개의 논제로 이루어진 형태이다. 이러한 형태의 문항들은 대개 논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어서, 논제 분석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논제 속에 여러 가지 요구사항과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논제이고 무엇이 제한 조건인지를 학생 스스로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주로 1,000자 이상의 장문형 답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논리적인 일관성과 구성력, 문장 표현력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한다. 답안에 문제해결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포함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답안의 완성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주요 대학들 대부분이 통합교과형 논술을 표방하면서 ‘단문항 단논제’의 형태의 문항을 출제하는 대학들은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여전히 교육대와 경북대 같은 대학들은 이러한 문항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2007학년도 경인 교대 문항을 보자.

 


이 문항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논제가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표면적인 논제는 1개지만, 논제 속에 모두 4가지의 요구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제시문 ㈎와 ㈏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대 사회의 특성을 설명하고, 인간의 세계 인식 방식을 설명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특성과 인간의 세계 인식 방식이 교육에 나타나는 양상을 찾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논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제시문의 수가 많지 않고, 길이도 비교적 짧은 편이기 때문에 논제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충분히 제시문을 활용해서 논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북대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단문항 단논제’ 형태를 띠고 있지만, 교대 문항과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일종의 ‘단문항 단논제’ 형태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논제는 1개이지만, 논제를 해결하는 조건을 논제 속에 포함시키지 않고 물음1, 물음2, 물음 3 등의 방식으로 따로 제시한다. 언뜻 보면 마치 ‘단문항 다논제’와 유사하지만, 결정적으로 각각의 논제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물음들에 대한 답변을 모두 한편의 답안 속에 유기적으로 녹여내야 한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출제 방식이다.

 

4. 혼합한 형태 서울대, 동국대, 경희대

이 밖에 앞서 설명한 몇 가지의 기본 유형을 혼합한 형태의 문항을 출제하는 대학들이 있다. 서울대, 동국대, 경희대의 경우가 그렇다. 이들 대학들은 ‘단문항 다논제’ 형태와 ‘다문항 단논제’ 형태를 혼합한 ‘다문항 다논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러 개의 분할된 논제들이 포함된 문항을 여러 개 출제한다. 이들 대학들에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논술고사 준비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이 논술 문항의 형태는 대학들의 필요에 따라 이 밖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출제될 수 있다. 다만, 2008학년도 수시 2학기 논술고사 문항들을 살펴보면 올해 치러진 모의 논술고사 문항들과 거의 유사한 형태의 문항들이 출제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치러질 정시 논술고사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성준 메가스터디 통합논구술연구소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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