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잘 나갈 때 리모델링 하라

설경. 2007. 9. 15. 00:46

요즘 내가 가장 잘 쓰는 말 중 하나는 '배운 게 도둑질'이란 말이다. 내가 이 말을 쓰게 되는 것은 주로 나이에 대한 한계를 체감하고 전직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 앞에서다.

어느 분야나 나이에 대한 한계는 존재한다.

일정 단계의 경력자는 환영받지만 그 선 이상을 넘어서는 높은 경력자는 많은 회사가 회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30대 중반을 넘어선 경력자들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정년'에 가까운 벽으로 느껴지는 그런 경우를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개인 사업자로 방향을 돌리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여성 창업이니, 마케팅이니 하는 책들이 붐을 이루는 이유도 이 같은 속사정을 누구나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속에서도 미련하게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한 분야만을 고집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에 미리 준비한다면 이 말은 독이 되기보다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어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경력관리 노하우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예전에 함께 일했던 한 지인으로부터 일자리를 부탁받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유명 패션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던 그녀는 나보다 훨씬 더 화려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재원이었다. 회사에 근무하다 프리랜서로 전업한 그녀는 그 후에도 몇몇 작품을 인정받아 여러 회사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이 35세가 넘어서면서 그녀의 인생에도 먹구름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프리랜서 생활을 그만두고 직장에 취직하려 하자, 그녀의 화려한 경력이 회사가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녀의 일은 분명 그녀 혼자만의 일은 아니다. 현재 일하고 있고 앞으로도 일을 해나갈 대다수의 많은 여성들이 겪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 계속 그것만 하겠다는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속에 업그레이드라는 단어 하나만 첨가한다면 말이다.

화려했던 그녀의 몰락은 한 분야만 고집하면서도 자신의 업무 영역을 넓히거나 더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업그레이드는 필요하다. 세상이 변화되는데 언제까지나 등짐을 메고 무작정 담을 넘어 유리창을 깰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마찬가지로 경력 관리 역시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 수없이 세분화된 다양한 업무 속에서 자신의 영역을 좀더 넓혀갈 수 있는 다른 분야를 개척하고 익히는 일은 미래의 당신이 계속 훌륭한 경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밑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제공 ㅣ 대교베텔스만

※글쓴이 김정연은 잡지사 편집장으로 근무하다가 현재 기업과 사회 단체의 사보 및 사사 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향후 여성창업과 마케팅 분야와 관련된 저서를 집필할 계획이다. 저서로 '29동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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