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보수와 진보의 기준

설경. 2008. 1. 8. 15:25
새해는 여느 해보다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98년 50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10년 만에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는 사실 자체가 우선적인 의미다. 신생독립국가에서 대립하는 두 정치 진영이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게 번갈아 정권교체를 이룬 예는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다고 한다. 정권교체의 동기와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두 번에 걸쳐서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사실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정착과 내실화를 반영한 것으로써 우리 국민의 자부심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각자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상반되거나 혹은 적어도 밑그림이 다른 이상을 추구하는 두 정치세력이 선후를 달리하여 정권을 주거니받거니 한 현실은 민주주의의 본 궤도에 진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새해는 국민 각자가 민주주의 이후의 진보와 보수의 의미를 재음미하고 재규정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질서와 복지에 대한 시각이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두고 특히 지난 10년 동안 논란이 많았고, 이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갈렸는데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몇십 년 동안 남북한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관계에 있다가 불과 얼마 전부터 평화적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과정에 이르렀을 정도로 그 관계가 급변한 상태다. 냉전시대의 가치관에 익숙한 국민이 아직도 많고 현실적으로 구원(舊怨)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변화에는 혼란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 문제가 단순히 민족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고, 평화공존이라는 흐름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대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남북관계에 일시적인 엇박자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어느 한 방향으로 귀일될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북한에 대한 시각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것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기준은 시장질서와 복지에 대한 시각이다. 우리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내외라고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으로는 50위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몇백 달러 수준의 절대 빈곤 수준에서 복지의 강조는 무의미할 것이다. 복지를 위한 능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세계 50위권인 우리의 현 상태에서 복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복지를 강조한 지난 10년간의 정권은 이제 복지에 신경 쓸 때라고 보았다면 시장질서를 강조하는 세력들은 복지를 우선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경제력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시장질서를 우선하여 성장을 먼저 달성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시장과 복지는 상충하는 가치인가. 흔히 복지를 평등 혹은 평등주의적 가치라고 하는데, 이런 점에만 주목하면 시장과 복지는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시장 혹은 시장주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할 뿐 복지와 항상 결합해왔다. 어느 때는 복지를 포용하고 확대하는 흐름으로 나아갔는가 하면 어느 때는 복지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기도 했다. 80년대 미국과 영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당시에 과도했다고 판단된 복지 부담을 줄이고자 한 시장주의의 한 가지 모습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시장주의냐 아니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나눌 것이 아니라 복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 시장주의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선택함에 있어서 기준 아닌 기준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가 지역주의다. 지난 10년의 정권이나 새로운 정권이나 지역주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나 복지에 대한 관점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지역주의를 떠나 복지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이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새 정권의 출발은 우리 국민에게는 역사적 교육이자 실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1. 정권교체를 민주주의의 발전과 연관지어 논의해보라.

2.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을 논의해보라.

3. 시장과 복지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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