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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영역별로 짚어 보는 학력 중시 사회

설경. 2007. 9. 20. 00:29

[중앙일보 김형일]  우리 사회 저명인사들의 허위 학력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이 사건은 학력에 지나치게 무게 비중을 두는 사회 풍토 때문에 빚어졌다. 학력 중시 풍조는 근대화 과정에서 인재를 배출하는 긍정적 역할을 했지만 학벌주의나 교육 과잉 등 사회적 부작용도 낳았다. 가짜 학력 사태를 역사·행정·사회·교육 등 영역에서 다각도로 조명한다.

교과서의 실마리

 교과서는 첨단 지식을 갖춘 능력 있는 사람이 21세기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학력보다는 새로운 것을 익혀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학력 위조’ 사건으로 시끄러운 우리 사회가 귀담아들을 얘기다.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 학력사회에서 학력은 인재를 가리는 잣대 역할을 했다고 교과서는 설명한다. 그 바람에 소수 고학력자가 사회 요직을 독점하면서 부작용도 생겨났다고 지적한다.

 『사회』(교학사)의 ‘사회 변동과 미래 사회’ 단원은 21세기에 최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에 없던 다양한 분야가 등장해 이에 따른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래 사회가 학력보다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 근·현대사』(대한교과서) 교과서의 ‘다양하고 풍부해진 문화’는 우리나라에 자원과 자본이 부족했기 때문에 광복 후 인적 자원 개발에 힘을 쏟게 됐고 그 바람에 교육 분야가 급성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빠른 교육 성장은 사교육비 증가나 학벌주의 등 다양한 사회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지적한다.

 『정치』(대한교과서)의 ‘정치발전의 과제’ 단원은 우리나라 권력층에 고학력자가 많기 때문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높은 학력을 선호한다고 설명한다. 학력이 이처럼 신분 상승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사교육 열풍과 ‘고학력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 교과서의 분석이다.

 『경제』(교학사) 교과서의 ‘미래 경제와 우리의 대응’은 국가 간 무한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각 나라는 생존을 위해 21세기 인재, 즉 지식기반형 인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한다.

 

김형일 기자

<행정> 인재 선발때 학력 무시 어려워 … 잠재력 평가할 다양한 잣대 필요

학력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학력(學歷)과 학력(學力)이 그것이다. 전자는 ‘학업에 관한 경력(다닌 학교 등)’을 의미하고 후자는 ‘학습에 의해 얻어진 능력’을 의미한다. 요즘 유명인사들의 학력 파동은 전자인 학력(學歷)과 관련이 있다.

 학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은 연예계에서조차 학력 위조가 잦은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학력을 중시한다는 증거다. 학부모들이 허리를 졸라매면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학력을 중시하는 것이 비판받을 일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학력이 사회에 기여하는 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학력은 학생들에게 성취 동기를 제공한다. 좋은 학력을 얻기 위해 학생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는데 그것은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학력을 가진 사람은 출신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의식으로 업무에 높은 성취도를 보인다.

 학력은 또 인재를 선발할 때 자질·능력·전문성 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좋은 학력의 소유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 전문 지식과 기술이 많거나 사고가 풍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되는 학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학력의 기능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교육 효과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과 같다. 다만 경계할 것은 좋은 학력을 갖지 않은 사람 가운데서도 역량이 뛰어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는 다양한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도 다르다. 인간 역시 다양한 적성과 능력을 지닌 존재다. 그러므로 학력뿐 아니라 현재의 능력과 품성, 그동안 쌓아 온 성취도, 잠재 능력과 미래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김홍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 본부장)

☞생각 플러스: 능력 검증 기준에서 학력을 제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하고 그것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라.

<역사> 근대화되며 신분제도 무너져 … 학교가 '세습 구조' 대체 역할

유명인들의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지면서 ‘학력사회’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개인의 비도덕성뿐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학력사회란 학력이 개인의 지위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회를 일컫는다. 흔히들 학력주의를 능력주의의 실현을 가로막는 사회악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역사에서 학력사회는 능력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기능을 해 왔다. 근대 시민사회로 넘어오면서 신분제도가 무너졌고, 그러한 세습 구조를 대체할 사회적 선발 장치 역할을 학교가 담당했다. 18세기 말 형성된 공교육 제도인 학교는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했고 그 과정에서 학력은 개인의 능력을 보증해 왔다.

  우리나라의 양상은 다소 다르게 진행됐다. 조선시대의 신분사회가 붕괴한 뒤 사회적 지위 상승 욕구는 학교에서의 성적 경쟁으로 집중됐다. 학력 경쟁 외에 지위 향상을 꾀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못살고 천대받은 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자녀 교육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취업·결혼 등에 학력 차별이 심화돼 왔다. 유교문화의 영향에 따른 숭문주의와 부존자원 부족 등도 이러한 사태를 부추겨 왔다.

  사회가 졸업장의 상징적인 효과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높은 학력을 향한 경쟁은 약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계속되는 진학률 상승은 학력 인플레이션을 낳음으로써 사회적인 낭비 요소가 되고 있다. 더구나 학력이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상당 부분 결정된다는 점 때문에 학교가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 또는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귀속주의를 극복하고 능력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견인차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학교가, 학력 경쟁을 둘러싼 맹목적인 몰두와 집착으로 인해 오히려 능력주의의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양미경 교수(서강대·교육학)

 ☞생각 플러스: 우리 사회가 학력주의 폐단을 딛고 능력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도입한 제도의 사례를 들고 평가해보라.

<교육> 지식보다 창의력 키우는 교육돼야

산업혁명 이전에는 지식을 갖춘 교양인과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의 삶이 분리돼 있었다. 그러다 점차 지식이 도구로서 생산 과정에 활용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됐다. 이처럼 근대 들어 지식이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되면서 지식 전수를 담당하는 학교교육도 발달했다. 그 바람에 학력 위주의 선발체제는 사회적 지위 획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학력은 지위 경쟁의 수단이 됐으며 교육 경쟁이 강화되고 고학력화 현상이 발생했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도 학력 중심의 압축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렇지만 지식기반시대에 들어선 지금 학력이란 틀로 굳어진 사회 선발체제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경제체제에서는 평생직장 개념이 아니라 평생고용 능력이 요구되며 창의적 지식, 문제 해결력, 정보 창출 능력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도 입신출세를 위해 여전히 학력과 학위에 집착하는 것은 개인적·사회적 과소비며 일종의 병리현상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지역 중심 공간에서 정보 중심 네트워크 공간으로, 학력 중심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전환하는 시기에 교육은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한국이 고학력사회지만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학력사회를 넘어 각자가 평생 동안 개성적으로 공부하는 능력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가 더 이상 획일적· 경제 효율적 대량학습이나 무한경쟁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학생이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다른 사람과 협동하며 삶을 배워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학습여건이 필요하다.

 개인이 학력사회를 능력사회로 바꿀 수는 없다. 국민적 노력과 국가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학력주의 교육관이 불식돼야 한다. 정책·제도 개혁의 차원에서 학력 대신 능력에 따른 평가·선발·승진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영근 교수(상명대·교육학·교육철학회 회장)

☞생각 플러스: 학력사회가 근대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이유를 밝히고, 지식기반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교육 상(象)을 말해 보라.

<사회> 잇단 가짜 학위 … 도덕성 땅에 떨어져

우리 사회는 능력보다 학력을 중시한다는 평가가 있다. 능력이 있어도 학력이 좋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학력이 좋은 사람에게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현실이다.

 사회 풍토가 이렇다 보니 학업 과정을 어렵게 이수하기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학력을 얻으려 하거나 위조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개인의 도덕성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회적 손실도 발생한다.

  우리 사회에서 학력주의와 학벌주의는 맞물려 돌아간다. 학력주의는 학력 차이 즉 상위 학교를 나왔느냐 그렇지 않았느냐를 따지는 과정에서 생긴다. 그래서 공교육은 입시 위주로 바뀌었고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 입학을 위해 사교육에 목을 멘다. 학력주의가 심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를 넘는다. 어떻게 보면 고학력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제 대학 학력은 사회 생활을 하는 데 절실하게 필요한 도구처럼 됐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참다운 교육과 자기개발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학벌주의의 폐해는 학력주의 폐해보다 더 크다. 특정 학교 출신끼리 끌어주고 밀어주는 게 학벌주의다.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주요 대학의 학벌이 그런 사례다. 성공의 조건이 되다 보니 주요 대학의 입학은 초·중등 교육의 현실적인 목적처럼 됐고 가정에서도 자녀 교육의 목표로 여긴다.  학벌주의 문제는 인간의 가치나 능력을 학벌로 평가하려 한다는 데 있다. 특정 학교들이 소수의 고득점자를 독점하는 것도 부작용을 낳는다. 특정 상품이 시장을 독점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특정 대학이 인재를 독점할 때도 사회적으로 손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정 학교 선호로 교육의 방향이 뒤틀릴 뿐 아니라 인재가 골고루 분산 배치되지 않는다. 대학의 균형적 발전이나 경쟁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학벌주의는 고쳐야 한다.

정영섭(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생각 플러스:학벌주의의 폐해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고 해결 방안을 말해보라.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