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숭례문 화재’와 속물근성

설경. 2008. 2. 20. 00:20
성 프란시스 대학이라는 곳이 있다. 대한성공회가 운영하는 다시서기지원센터가 노숙인들을 주 대상으로 그들에게 밥 대신 희망을 주기 위해 설립했다고 한다. 미국의 극작가 얼 쇼리스가 1995년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인문학 과정인 클레멘트 코스를 벤치마킹하여 만든 것이다. 이미 2006년에 1기를 배출했고 지난 13일에 3기 13명을 배출했다. 교육의 취지는 ‘노숙인들을 위한 경제·물질적인 지원보다 더욱 절실한 것, 즉 그들 스스로 아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은 약 1년 동안 철학과 문학 등 인문학을 배운다.

노숙인 하면 흔히 경제적·물질적 빈곤과 몰락을 연상하고, ‘사지가 멀쩡한데도 놀면서 구걸이나 일삼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어림잡아버린다. 그 처지에 공감하고 연민하는 사람들조차도 대부분은 단순한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 외에는 달리 구조할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노숙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삶의 동기로서 인간적 자존감, 실존적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는 데에는 인문학만한 것이 없다. ‘학(學)’이란 말이 붙었다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할 수 있는 계기만 주어지면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숭례문이라는 유형적(물질적) 문화유산이 하룻밤 사이에 불에 타 사라져버렸다. 600년 역사를 지닌 보물이 처참한 꼴로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모두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무너져내린 것은 유형적 건조물만이 아니라 그것이 품고 왔던 역사적·정신적 가치다.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우리 마음에 심어져 있던 자존감도 함께 무너져버렸다. 200억원에 3년의 기간이면 숭례문은 외형적으로 복원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무형적이고 정신적인 가치는 복원될 수 없다.

범죄 심리학자들의 소견대로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품은 어느 노인의 반사회적 범죄 행위로 숭례문 방화 사건은 정리되겠지만, 좀더 깊이 성찰해보면 우리 사회와 우리 자신 속에 만연되어 있는 물질주의적 속물근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화범의 개인적 범죄동기도 그러려니와 숭례문의 개방과 관리 전반에 드러난 실태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한 쪽은 눈에 보이는 것(개방과 과시)의 결과는 향유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관리와 보존)에는 소홀히 하였고, 다른 한 쪽은 바로 그런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처지와 불만을 ‘눈에 보이게’ 표출한 것이다.

물질주의적 속물근성에 몰입되어 있는 한 아무리 멋진 옷차림새를 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노숙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 속물근성이란 무언가.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경제적 가치 기준에 따라 재단하는 것이 바로 속물근성이다. 한 필지의 땅을 보면서 거기에 나무를 심고 꽃을 피우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지으면 얼마를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 속물근성을 가졌다고 하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이 또한 속물근성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사회적 분위기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양하는 상황이다. 경제성이나 실용이라는 이름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육체적 안락함을 줄 수 있지만 반드시 정신적 평온까지 가져다준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몇십년 전을 회고하면서 그때가 지금보다 더 좋았다고 할 때, 이는 대체로 물질적으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더 좋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질적으로 더 나은 지금 자존감과 실존적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1 숭례문 방화사건의 사회적 의미를 논의해보라.

2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중요성을 예를 들어 논의해보라.

3 물질주의적 사회 분위기의 위험성을 예를 들어 논의해보라.

〈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 ·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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