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통계로 읽는 세상]조직개편과 1년 예산

설경. 2008. 2. 20. 00:22

최근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새삼 작은 정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기존의 통일부와 여성부, 해양수산부 등을 없앤 소형정부를 만든다는 방침이지만, 사라질 운명에 놓인 부처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작은 정부는 말 그대로 정부의 크기가 작다는 뜻이다. 본래 자본주의 경제는 경제자유의 보장이 핵심이므로 정부의 개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1920년대 대공황으로 큰 정부가 등장하기도 했지만, 반세기 만에 다시 작은 정부로 회귀해 지금까지 오고 있다.

우리의 경우를 볼 때, 조금 색다르다. 여느 선진국들처럼 시장의 자율을 근간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지 않고 강력한 정부개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군사정권이 이어지면서 큰 정부를 통해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거듭해 온 것이다. 지난 10년간은 복지제도의 도입과 정착을 위한 변화의 시기였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나 복지시스템의 틀을 갖추었다는 점에서는 의의를 찾을 수가 있다.

이처럼 우리의 경우 구호만 무성했을 뿐, 작은 정부라는 표현에 적합한 정부가 구현됐던 기억은 남아있지 않다. 당장 정부예산만 보더라도 꾸준히 증가세를 그려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참여정부 5년간의 예산증가는 상당했다. 그래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당장 올해의 예산만도 지난해에 비해 8%가량이 늘었다. 절대 액수만도 25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새롭게 등장할 이명박정부에서는 현 추세가 상당히 꺾일 전망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은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공무원 중 7000명가량이 직장을 떠나야 할 판이다. 공무원을 일컬어 ‘철 밥그릇’이라 부르던 일들은 이제 옛 이야기로만 남을는지도 모른다. 정년이 보장된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불철주야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이른바 ‘공시생’들도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정부가 무조건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세금 내는 국민들 입장에서야 돈을 조금씩만 걷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미국의 금융위기가 결국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맹주라 할 미국에서 또다시 이러한 분석이 나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작은 정부와 큰 정부가 갖고 있는 장점과 단점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행처럼 이랬다저랬다 휩쓸릴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객관적 현실을 들여다보고 우리만의 정부형태를 고민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우 서구 선진국들처럼 지나친 복지의 실현으로 타격을 입어보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서구의 작은 정부 지향을 무조건 쫓아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복지의 실현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더 높은 세율을 책정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경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음에도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게 우리의 현재 상황이지 않은가.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지적으로 대불산업단지에 흉물스레 서있던 전봇대가 뽑혔다. 대형 트레일러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했던 이 전봇대는 무려 5년 동안이나 민원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다가 대통령 당선인의 말 한마디에 해결되는 모습은 씁쓸하다. 이것이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 어쩔 도리가 없겠으나, 정부의 역할을 적정하게 조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면 더 나은 정부의 모델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도움말 : 1318하이(www.1318hi.com) 이종학 사탐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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