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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기 칼럼] 100만대 서버와 구글의 경쟁력

설경. 2007. 8. 30. 01:18

박서기 통신콘텐츠부장


인터넷 업계의 절대강자인 구글의 IT투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구글은 1000억달러(약 940조원) 매출을 거두는 데 필요한 수준의 IT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구글은 매 분기마다 약 2억∼2억5000만달러를 IT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보유한 IT인프라 내역은 오리무중이다. 수십만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구글이 보유한 서버 대수가 약 100만대에 달한다는 흥미로운 예상치를 내놨다. 현재 구글이 분기당 약 11만대에서 13만대의 서버를 도입한다고 하니, 100만대라는 수치가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닌 듯 싶다.

상상을 초월하는 서버대수도 놀랍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구글이 이런 엄청난 양의 서버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걸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렴하게 서버를 늘리면서도 기하급수적인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한 구글은 정평이 나 있다. 누군가 수조원을 투자하면, 구글과 비슷한 규모의 IT인프라를 확보하겠지만, 구글 수준의 서비스 운용능력을 갖출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용어로 이를 `테라 아키텍처'라고 부른다. 이는 하드웨어나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사람의 추가적 개입 없이도 원하는 만큼 IT인프라를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아키텍처를 의미한다. 테라 아키텍처 환경에서는 IT자원에 대한 소유비용이 노동력에서 자본 위주로 바뀌게 된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구글은 SW 시장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구글 앱스 프리미어 에디션(Google Apps Premier Edition)'이 대표적인 예다. 떠오르는 SW 시장 중 하나인 SaaS(Software as a Service) 분야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받는 서비스다. 오는 2010년이면 구글의 e메일 서비스가 기업사용자의 3%를 점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2년경이면 무려 1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구글의 이런 원천경쟁력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회사는 바로 MS다. 지난해 스티브 발머 CEO는 2007년말까지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16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MS가 보유한 서버 대수는 구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어쨌든 MS가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바야흐로 디지털서비스 업계에 `군비확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00만대의 서버가 상징하는 구글의 경쟁력은 디지털서비스 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지금의 구글을 탄생시켜 준 비즈니스모델 혁신의 힘이 이처럼 거대한 서버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ㆍ운용할 수 있는 IT혁신 능력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구글이 이런 IT혁신 능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IT혁신이 구글의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시장지배력이 다시 IT혁신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과연 MS조차 두려워하는 구글을 넘어설 기업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인터넷ㆍ웹2.0ㆍ디지털콘텐츠 등 우리나라 디지털서비스 회사들의 최근 화두는 글로벌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글과 같은 IT혁신의 베스트프랙티스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나라 디지털서비스 회사들은 구글에 견줄만한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의 IT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좀 더 철저하게 구글을 연구하고, 경쟁우위를 키워나갈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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