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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대학은 지금] 프린스턴대학교

설경. 2008. 4. 10. 17:03
3학년부터 준비하는 논문 놀랄 만큼 높은 수준

창문 밖으로 어느새 목련 꽃 봉우리가 하나 둘씩 피어나는 봄이다. 프린스턴대 캠퍼스는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봄은 더욱 특별하다. 다양한 꽃과 나무들이 석조 캠퍼스 건물과 어우러져 마치 남유럽의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이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봄날, 나는 여러 책을 쌓아두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금 프린스턴대는 졸업논문 제출일이 다가오면서 논문 제출 공포에 휩싸여 있다. 룸메이트는 벌써 몇 주일째 방안에서 세끼를 논문과 함께 하고 있고, 다른 친구는 생물 전공이라 실험실에서 실험용 쥐를 괴롭히면서 밤마다 넋두리를 털어 놓는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프린스턴대도 졸업논문에서 글쓰기(writing) 실력에 중점을 많이 둔다. 신입생으로 들어오면 '글쓰기 세미나'라는 작문 집중 향상 코스를 필수로 들어야 한다. 미국 학생들에게조차 악명 높은 수업이다. 그 중 '생각과 기억'이라는 세미나를 들었는데, 한 학기 동안 네 개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 거의 매일 도서관에서 밤을 샜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외고를 나왔지만 고등학교 영어수업에서는 문법과 독해 중심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작문 세미나를 준비하느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세미나 프로그램 중 파트너와 서로 리포트를 바꿔 읽는 날이 있다. 그 날만 되면 긴장을 심하게 해서 배가 살살 아팠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있듯 3학년이 되자 작문 공포증은 누그러졌다. 프린스턴대의 글쓰기 커리큘럼 중 또다른 특별한 점은 3학년 때부터 논문을 쓴다는 것이다. 4학년 때 쓰는 졸업논문보다 조금 짧은 소(小)논문 형식이다. 개인 지도 교수까지 배정 받아 본격적으로 심화전공 공부를 시작한다. 졸업 전에 부랴부랴 논문을 써서, 기한 내에 제출하기에 급급한 한국에서의 모습은 여기서는 찾을 수 없다.

차근차근 준비를 시켜서인지 졸업논문 수준은 놀랄 정도로 높다. 인터뷰 혹은 현장 리서치를 위해 방학 동안 외국에 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나 역시 일본의 경제원조 실상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본 교수님들과 인터뷰를 했는지 모른다. 논문리서치의 양과 질도 아주 방대하다. 이렇게 양질의 노력을 들여 그런지 일년에 몇 권씩 책으로까지 출판된다.

드디어 이번 주에 논문을 제출한다. 제출 시일이 가까워질수록 도서관은 더욱 북적거리고 4학년 친구들은 수면부족에 시달릴 것이다. 벌써 4학년 학생회에서는 도서관에서 밤샐 학생들을 위해 농담반 진담반으로 '호텔 프린스턴(프린스턴 메인 도서관 이름)'이라는 티셔츠까지 만들었다. 친구 소냐는 "애 낳는 기분"이라고까지 말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아홉 달 동안 정성을 쏟아 준비해온 것을 제출하는 날이 다가왔으니 그렇게 표현할 만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아직은 도서관 컴퓨터 앞에 있지만, 논문 제출 후 얻어질 자유와 프린스턴의 아름다운 캠퍼스를 생각하며 마지막 힘을 내 본다.

[이나경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4학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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