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100주년인 2018년… 도시과학분야 세계 최고 되겠다"
국내 최초의 공립대학교인 서울시립대가 아흔 살이 됐다. 지금처럼 서울 시가 운영주체가 된 것은 1975년이니 종합대학 면모를 갖춘 것은 30여 년 정도다. 1970년대에는 학부 전체 정원이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 동문수도 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서울시립대는 어느 대학보다 내실있게 성장했다. 도시 관련 분야 특성화에 주력해 도시계획, 세무, 환경, 도시행정 분야에서는 국내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다. 행정부처에 '서울시립대 마피아'란 말이 회자될 정도로 맨 파워가 있다.
지난 5월 2일 서울시립대 대학본부에서 만난 이상범 총장(56·사진)은 입이 부르터 있었다. 90주년 행사를 준비하느라 무리한 탓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주립대,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중국 상해교통대 등 17개 해외 대학 총장을 모두 불러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정도다.
이상범
총장은 "100주년(2018년)을 10년 앞두고 새로운 도약과 도전을 준비한다는 데 아흔 살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은 개교 100주년을 향한 학교발전 방향인 '비전 2018'을 제시했다. "개교 100주년인 2018년까지 국내외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그때쯤이면 국내 톱5 대학, 국제적으로는 도시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립대의 톱 브랜드는 아무래도 도시 관련 분야다. 도시계획, 건축, 교통, 조경, 환경, 공간정보, 도시행정, 세무 분야에서 다른 대학과 비교우위를 지닌다. 관련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전국 상위 2~3%내에 든다.
이 총장은 "국내 최초로 '건축학교육 국제인증'을 획득했고 도시과학 국제학술지 발간 및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 도시과학 특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고 했다. 1997년에 이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최근 6년 연속 정부로부터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립대는 세무사 합격자 수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고득점자, 최연소합격자도 많이 배출했다. 공인회계사 합격률 역시 학생수 대비 전국 5위.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최근 10년간(1998~2007) 전국 14위,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 비율은 전국 7위다. 현재 서울시 사무관 이상 공무원 배출 1위 대학이 서울시립대다. 그런 명성 덕분에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따냈다.
이 총장은 "취업률 보다 취업의 질 차원에서 볼 때도 문제가 없다"며 "올 4월 1일 현재 졸업생의 취업률은 75% 수준이지만, 각종 국가고시 준비생을 제외하면 졸업 후 6개월 내에 거의 100% 취업을 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공무원·세무사 양성소'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입학정원이 2000명이 채 안 돼 비교적 소수정예라는 강점이 있지만 동문수가 적어 선배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는 "학생수준은 과거에도 우수했지만 정원이 너무 적어 대학의 인지도가 낮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하지만 공직에 진출한 졸업생이 많고 근래에는 민간 대기업, 금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도시 관련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다른 학과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다.
이 총장은 "대학특성화가 '제로 섬'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발전전략을 담고 있다"며 "도시 관련 특성화로 다른 학과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MIT는 공대 특성화로 성공한 뒤 그 명성으로 경영대학, 경제학과 위상을 높였다"면서 "도시 분야가 대학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고 있으나 관련 분야만의 특성화로 대학이 발전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 분야의 특성화에 치중하되 관련 인접 학문까지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것이 이 총장의 구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립대 인문대학의 인문학연구소. 인문학연구소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연구공모에서 '메트로폴리스의 인문학적 연구'로 선정돼 향후 10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문학과 도시과학을 융합시켜 얻어낸 성과다.
이 총장은 "서울시립대는 인문학과 이공계, 경상계에 대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올 초 개관한 정보기술관, 이공계 중심의 BK21사업 12개팀 선정, 첨단 연구장비 도입에 연간 20억원 지원, 디자인 전문대학원 신설 등 많은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립대의 재정은 어떨까. 흔히 종합대학의 교세(校勢)는 재정력으로 평가된다. 이 총장 취임 후 5년간 재정은 물론, 시설 확충과 교육 및 연구, 국제화 등 여러 분야에서 대학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학교 예산은 2배, 시설 규모는 1.7배 이상 각각 늘었다. 그는 "올해 예산 규모는 연구회계를 포함해 1500억원에 이르며 그 규모는 5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면서 "발전기금도 160억원을 모았고 외부에서 확보한 연구자금 역시 2000억원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에 공학교육 인증, 경영학 교육인증, 경영전문대학원 설립, 차제에 의학전문대학원 설립까지 내심 바라고 있다. 만약 로스쿨에 이어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갖춰 볼륨을 키우면 서울시립대의 위상은 더욱 배가될 것이 틀림없다.
그는 "1990년대 서울시립병원을 활용해 의과대학 유치를 추진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중단됐었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들을 모체로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 대도시 서울의 공공 의료 서비스 확충과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범 총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박사(경영학)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김종량 총장과 동문이다. 서울시립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6년. 미국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원 조교수로 2년간 재직하다 서울시립대로 부임했다.
2003년 제5대 총장직을 맡은 뒤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대학 보직교수로 오래 근무, 대학행정 전반을 꿰뚫고 있으며 경영학 교수답게 숫자나 통계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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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공립대학교인 서울시립대가 아흔 살이 됐다. 지금처럼 서울 시가 운영주체가 된 것은 1975년이니 종합대학 면모를 갖춘 것은 30여 년 정도다. 1970년대에는 학부 전체 정원이 2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 동문수도 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 서울시립대 이상범 총장은“도시관련 분야를 특성화해 대학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구희 객원기자
지난 5월 2일 서울시립대 대학본부에서 만난 이상범 총장(56·사진)은 입이 부르터 있었다. 90주년 행사를 준비하느라 무리한 탓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텍사스주립대, 일본 요코하마국립대, 중국 상해교통대 등 17개 해외 대학 총장을 모두 불러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을 정도다.
이상범
총장은 "100주년(2018년)을 10년 앞두고 새로운 도약과 도전을 준비한다는 데 아흔 살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장은 개교 100주년을 향한 학교발전 방향인 '비전 2018'을 제시했다. "개교 100주년인 2018년까지 국내외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그때쯤이면 국내 톱5 대학, 국제적으로는 도시과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서울시립대의 톱 브랜드는 아무래도 도시 관련 분야다. 도시계획, 건축, 교통, 조경, 환경, 공간정보, 도시행정, 세무 분야에서 다른 대학과 비교우위를 지닌다. 관련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전국 상위 2~3%내에 든다.
이 총장은 "국내 최초로 '건축학교육 국제인증'을 획득했고 도시과학 국제학술지 발간 및 국제학술대회 개최 등 도시과학 특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고 했다. 1997년에 이어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최근 6년 연속 정부로부터 특성화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립대는 세무사 합격자 수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최고득점자, 최연소합격자도 많이 배출했다. 공인회계사 합격률 역시 학생수 대비 전국 5위.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최근 10년간(1998~2007) 전국 14위, 입학정원 대비 합격자 비율은 전국 7위다. 현재 서울시 사무관 이상 공무원 배출 1위 대학이 서울시립대다. 그런 명성 덕분에 올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따냈다.
이 총장은 "취업률 보다 취업의 질 차원에서 볼 때도 문제가 없다"며 "올 4월 1일 현재 졸업생의 취업률은 75% 수준이지만, 각종 국가고시 준비생을 제외하면 졸업 후 6개월 내에 거의 100% 취업을 한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공무원·세무사 양성소'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사실이다. 입학정원이 2000명이 채 안 돼 비교적 소수정예라는 강점이 있지만 동문수가 적어 선배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그는 "학생수준은 과거에도 우수했지만 정원이 너무 적어 대학의 인지도가 낮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하지만 공직에 진출한 졸업생이 많고 근래에는 민간 대기업, 금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도시 관련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다른 학과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다.
이 총장은 "대학특성화가 '제로 섬'이 아니라 '포지티브 섬' 발전전략을 담고 있다"며 "도시 관련 특성화로 다른 학과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 MIT는 공대 특성화로 성공한 뒤 그 명성으로 경영대학, 경제학과 위상을 높였다"면서 "도시 분야가 대학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고 있으나 관련 분야만의 특성화로 대학이 발전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 분야의 특성화에 치중하되 관련 인접 학문까지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것이 이 총장의 구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시립대 인문대학의 인문학연구소. 인문학연구소는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연구공모에서 '메트로폴리스의 인문학적 연구'로 선정돼 향후 10년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문학과 도시과학을 융합시켜 얻어낸 성과다.
이 총장은 "서울시립대는 인문학과 이공계, 경상계에 대해서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며 "올 초 개관한 정보기술관, 이공계 중심의 BK21사업 12개팀 선정, 첨단 연구장비 도입에 연간 20억원 지원, 디자인 전문대학원 신설 등 많은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립대의 재정은 어떨까. 흔히 종합대학의 교세(校勢)는 재정력으로 평가된다. 이 총장 취임 후 5년간 재정은 물론, 시설 확충과 교육 및 연구, 국제화 등 여러 분야에서 대학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다. 학교 예산은 2배, 시설 규모는 1.7배 이상 각각 늘었다. 그는 "올해 예산 규모는 연구회계를 포함해 1500억원에 이르며 그 규모는 5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면서 "발전기금도 160억원을 모았고 외부에서 확보한 연구자금 역시 2000억원을 넘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에 공학교육 인증, 경영학 교육인증, 경영전문대학원 설립, 차제에 의학전문대학원 설립까지 내심 바라고 있다. 만약 로스쿨에 이어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갖춰 볼륨을 키우면 서울시립대의 위상은 더욱 배가될 것이 틀림없다.
그는 "1990년대 서울시립병원을 활용해 의과대학 유치를 추진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중단됐었다"며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병원들을 모체로 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 대도시 서울의 공공 의료 서비스 확충과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범 총장은
경남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박사(경영학)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김종량 총장과 동문이다. 서울시립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6년. 미국 뉴욕시립대 경영대학원 조교수로 2년간 재직하다 서울시립대로 부임했다.
2003년 제5대 총장직을 맡은 뒤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했다. 대학 보직교수로 오래 근무, 대학행정 전반을 꿰뚫고 있으며 경영학 교수답게 숫자나 통계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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