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우리대학 비전을 말한다] 내년 3월 개교하는 울산과기대 조무제 총장

설경. 2008. 5. 22. 13:45
"포스텍 능가하는 최고의 과학영재 뽑겠다"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등록금 전액 지원 국내외 석학교수 초빙… 손색없는 교수진

↑ 사진=김승완기자 wanfoto@chosun.com

카이스트 (KAIST), 포스텍(POSTECH)과 함께 이공계 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는 울산과학기술대(UNIST)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내년 3월 첫 신입생을 '상위 5% 이내' 인재를 선발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첫 신입생 수준이 울산과기대 향후 입지를 가늠할 것이란 생각에서다. 첫 해엔 신입생 500명을 뽑을 생각이지만 기대치에 미흡하다 싶으면 100명, 200명도 연연하지 않을 각오다. 기숙사 사정도 있겠지만 좋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각오가 대단하다.

조무제
총장(64)은 조만간 '전국 과학고' 투어에 들어간다. 얼마 전 한국과학영재학교 권장혁 교장을 만났고 서울 지역 고교 입시담당자와 만나 울산과기대를 '세일즈'했다. 조 총장은 "울산과기대는 미래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학교"라며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울산과 UNIST의 잠재력

조 총장은 울산의 잠재력을 극찬한다. 포스텍 뒤에 포스코 가 있다면 울산은 현대중공업 , 현대자동차 , SK 가 거대한 클러스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은 지난해 1인당 지역 총생산이 4만2000달러에 이르고, 수출액이 560억 달러로 국내 총 수출액의 18%를 차지하고 있어요. 일본 의 도요타와 도쿄 , 중국 의 상하이와 함께 아시아의 4대 산업도시인 만큼 공과대학이 위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입니다."

울산과기대의 지향점도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 육성을 위한 '신(新) 산학협력' 모델 대학이다. 조 총장은 "포스텍이 미국 칼텍을 지향하는 기초분야에, 카이스트가 MIT를 벤치마킹한 응용분야에 중점을 뒀다면, 울산과기대는 MIT의 연구중심, 올린(Olin)공대의 학부교육, 조지아텍의 산학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실용'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국립대 유치에 수십 년간 목말랐던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울산시가 캠퍼스 조성에 1000억원을 내놓았고, 향후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1500억원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기업인 경동도시가스가 50억원의 장학금을 내놓았고 울산시민 모임인 '국사모(국립대 사랑모임)'가 10만 명 회원을 모집, 대학을 돕겠다고 나섰다.


무전공 입학제 지향, 100% 영어강의
울산과기대는 내년 신입생을 500명만 뽑는다. 교육부에서 인가 받은 정원은 2000명이지만, 수시 350명, 정시 150명을 합쳐 500명만 추려낸다는 게 조 총장의 구상이다. 그는 "신입생 선발 1차 목표는 포스텍 수준 이상의 학생을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학생을 무전공으로 뽑는다. '무전공 입학제'는 학문간 교류와 융합이 쉽게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다. 입학 후 적성에 따라 전공을 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학과 구분 없이 수업을 해 연구 주제별로 그룹화 시킬 계획이다.

조 총장은 "적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도록 권장해 인접 학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신입생 전원에게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매 학기마다 생활비 10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100% 영어 강의, 복수학위 프로그램, 해외 탐방 프로그램, 국내외 인턴십 운영, 입학성적 상위 10% 학생들에게는 방학 중 해외 자매대학 연수경비까지 댈 생각이다. 계열별 입학성적 최우수자에게는 세계 100대 명문대학 유학시 연간 최대 3만 달러의 학비를 지원하고, 본교 석·박사 재학시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최고 교수 데려오겠다"
조 총장은 "대학 경쟁력이란 학생 못지않게 교수의 경쟁력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유능한 교수를 데려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버클리대, 칼텍, MIT, 조지아텍 등 7개 명문 공대를 찾아 교수채용 설명회를 가졌다. 조 총장은 "외국인 11명을 포함, 586명이 지원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현재 1단계 심사 후 41명을 선발한 상태. 이들 중 25명을 최종 발탁할 생각이다. 조 총장은 "41명 후보자 가운데 26명이 스탠포드, 시카고, 코넬 등 세계최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국내 박사학위자 15명 역시 하버드, MIT, 예일 등지에서 포닥(박사후과정) 경험이 있는 인재"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말 첫 교수 요원으로 국내외 대학의 석학교수 3명을 특별 초빙했었다. 정무영(59·현 포스텍·산업공학), 양덕주(61·현 미국 UT-달러스대 자연과학부 부학장·화학), 임진혁(56·현 미국 새크레드 허트대·경영학) 교수 등 3명을 뽑았다. 울산과기대측은 "이들 모두 해당 대학에서 종신교수 자격(Tenure)을 받은 석학들"이라고 설명했다.

조 총장은 "내년 초 첫 출발은 30대 중후반의 패기 가득한 젊은 교수와 석학교수 3명을 포함, 30명으로 시작하지만 어떤 우수 대학 교수진과 비교해 손색없는 교수로 채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무제 총장은 누구?
경상대 총장으로 재직하다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지난해 9월 울산과기대 총장에 취임했다. 경상대 응용생명과학부 교수시절, 제자를 세계적 학자로 키워내 '스타 제조기'란 별명을 얻었다. 세계적 학술지 '셀'의 표지논문이 소개된 카이스트 허원도 교수, 국내 최초로 '네이처'에 제1저자로 실린 김민철 박사도 그가 가르쳤다. 그에게 배운 제자 가운데 20여명이 카이스트, 전북대, 동아대, 순천대 등에서 현직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태완 맛있는공부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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