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TODAY] Good bye(?) 힐러리

설경. 2008. 5. 21. 12:50
오리건주 패색짙어 대선 중도하차 유력…여성 첫 대통령 꿈 사실상 무산

힐러리의 꿈이 저물고 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어서 딸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대권 도전 행진이 경선 완주 다짐에도 불구하고 종착역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미 민주당 오리건 주 경선에서 승리하면 경선 대의원 숫자에서 과반수를 넘게 돼 자신의 경선 승리를 선언할 전망이다. 힐러리는 같은날 경선을 실시하는 켄터키 주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선 판도를 뒤엎을 만한 변수는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1월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주에서 충격의 3위로 주저앉으며 불안한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던 힐러리는 사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대형주에서 백인 서민층의 지지표로 기사회생하면서 5개월가량 힘겨운 싸움을 이끌어왔다.

오바마에게 우호적이었던 미국 언론들의 집중 포화에 시달리면서 2000만달러라는 엄청난 빚더미에 앉게 됐고 선거캠프의 사기도 저하됐지만 힐러리는 6월까지 경선 완주를 다짐하면서 결코 포기하지 않는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미국 언론들은 마지막 승리가 될지도 모를 켄터키 주 유세에 안간힘을 쓰는 힐러리의 모습을 '불쌍한 힐러리(Poor Hillary)'라는 표현으로 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11월 대선에서 오바마 대신 공화당의 존 매케인을 선택하면 안 된다면서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의연함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힐러리 지지자들에게는 국가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는 자질로 호평받고 있지만 반대파들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승부욕에 혐오감을 표시하고 있다.

힐러리는 이번 대권 도전이 물거품이 되더라도 정치인으로서 많은 것을 얻게 될 전망이다.
백인 서민층과 여성층의 확고한 지지기반 덕분에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부통령 자리를 선택하지 않아도 차기 상원 원내총무 자리를 예약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당내 위상이 높아졌다.

적어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미국 최초의 대권 도전 여성 정치인으로서 자기 발로 우뚝 서게 됐다.

미국 여성계는 그녀의 도전에 아쉽지만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오바마 지지에 앞장섰던 애리조나 주의 여성 주지사인 재닛 나폴리타노도 "힐러리 덕분에 세상이 변했고 정치권이 크게 달라졌다"면서 그녀가 정치권의 여성 차별의 벽을 허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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