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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9월 학기제 시행 해외의 우수학생 선점

설경. 2008. 5. 22. 13:32
[김철영의 글로벌 진학 칼럼]

지난해 말 대학진학 상담을 위해 만난 승민이(가명)는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의 아메리칸 스쿨에 재학 중으로, 미국 UC버클리와 스탠포드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승민이는 고교 재학 중 다양한 특별활동과 올림피아드 국제대회에 참여하면서 과학에 흥미를 느끼게 돼 이공계 분야 진학을 결정했다. 국내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연·고대 이공계열 진학도 관심이 있었으나 학제간 차이로 한 학기간(6개월) 공백이 있어 진학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국내 대학에서 유일하게 외국대학 학제인 9월 입학이 가능한 카이스트 (KAIST·한국과학기술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문의해왔다.

국내 이공계 대학의 한 축인 카이스트는 고교 과정 2년 이상을 외국의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2월 서류를 접수, 그 해 9월부터 학교를 다닐 신입생을 선발해오고 있다. 학과 구분 없이 모집해 입학 후 1년 뒤에 학과를 선택하도록 한다.

최근 카이스트는 100% 영어강의 도입과 학사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고 과학과 기술을 융합시킨 새로운 기술혁신형 조직으로 국제시대에 걸맞는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명과학기술대학과 정보과학기술대학 등 2개의 단과대학 및 나노과학기술학과와 해양시스템공학과, 지적서비스공학과 등 3개 학과를 신설하고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금융, 의료, 법률, 교육, 엔지니어링 등 지적 서비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사결정의 체계화, 과학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번에 신설되는 '지적서비스공학' 분야는 앞으로 중요한 첨단 분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적서비스공학과는 이들 지식 서비스 산업의 지능형 의사결정 기술과 지적 서비스의 설계, 생산, 공유, 거래를 위한 기술 및 관리기법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게 된다.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미국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 및 석좌교수, 미국 과학재단 부총재 등을 역임했을 만큼 저명한 과학자다. 서 총장은 최근 연세대에서 열린 리더십 특강에서 "카이스트 교육의 목적은 미래 지도자 양성"이라며 "영어교육, 이중전공 제도, 장학금, 인턴십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학생들에게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07학번 학생부터 영어로 수업을 받고, B학점 미만이면 등록금도 내야 한다. 학업성적 외에 창의성, 리더십, 인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시 제도도 바꿨다.

2월에 전형하는 9월 학기제의 신입생 선발은 영어성적을 포함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제출 서류로는 고교소개서(School Profile), 고교내신, 공인영어성적, SATI 등이 필수요건이다. 그러나 지원하는 학생들의 점수 편차를 보면 불과 몇 점 차이에 불과하므로 성적에 얽매이기 보다는 '과학 기술을 이끌어 나갈 리더로서의 자질'을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 주요한 평가요소이다.

한편, 정부의 대학자율화 방침에 따라 2010년부터는 9월 학기제 도입 및 대학 규제가 완화된다. 이에 따라 해외유학생 및 해외동포 자녀, 주재원 자녀들의 국내대학 진학에 용이해질 전망이다. 또 외국인 학교의 국내 대학 허용과 맞물려 9월 학기제는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학기제 적용이 가능한 전형은 국제학부, 글로벌, 재외국민전형 등이 우선 예상된다. 세계화 시대에 발맞춰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플레이어'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다른 명문대학들도 9월 학기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철영 세한아카데미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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