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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고 수업현장을 가다

설경. 2008. 5. 26. 18:55
서울국제고 수업현장을 가다

"Today we will study about cubic equation.(오늘은 3차 방정식을 배울 것입니다)"

↑ 서울 국제고는 국어와 국사 이외의 과목은 모두 영어몰입 교육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지난 5월 19일 서울국제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재학생 26명이 수학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날은 3차 방정식 개념을 가르치는 수학 수업이었지만 수업 내내 영어가 계속 흘러나왔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우리말은 들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영어로 질문했고 이에 맞춰 학생들도 영어로 답했다. 선생님이 설명하고 아이들은 따라가는 방식도 아니었다. 선생님은 개념만 설명해줄 뿐 예제 풀이부터 응용까지 모두 학생들의 몫이었다. 중간에 문제풀이 과정을 놓고 학생들끼리 열띤 토론도 벌였다.

이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아래층에 있는 또 다른 강의실을 향해 몸을 바삐 움직였다. 서울국제고는 학생이 교실에 있고 교사가 교실을 찾아다니는 기존 수업방식을 깨고, 학생들이 과목별 교사의 강의를 듣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교과 교실제'를 택하고 있다. 교사가 안정된 공간에서 수업을 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강의실에는 외국인 교사로 초빙된 리건(Regan) 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업은 'writing clinic', 이른바 '영작'시간이었다. 영작 수업은 교사가 에세이 주제를 내주면 학생들이 한 주 동안 작성해 점검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일괄적으로 영작문 쓰기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실력에 따라 개별 지도해준다. 자신의 미래 계획, 자기소개, 시사 문제 등 에세이 주제는 매주 다양하게 제시된다.

국제적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올해 개교한 서울국제고는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인재에게 영어 실력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국어 교육만 중심이라면 외국어고등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국제고 관계자는 "국제·경제·사회·문화·지역·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수업 커리큘럼이나 수업방식도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서울국제고의 교육과정은 크게 '한국이해'와 '세계이해' '제2외국어 능력'으로 진행된다. 한국이해를 위해 학생들은 국어와 국사를 필수로 이수한다. 2학년 때는 전통문화 수업도 있다.

세계이해와 관련된 국제·사회 분야 수업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주로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이병호(56) 교장은 "1학년 때부터 경제 수업을 듣고 2학년은 세계사·세계지리가 필수과목이며 비교문화와 인류학 수업도 진행된다"고 말했다. 3학년 때는 지역 분쟁과 같은 국제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재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를 배운다. 중국어와 스페인어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고, 방과후에는 불어, 독어, 아랍어, 일어도 신청하면 배울 수 있다.

서울국제고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주도적으로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 교장은 "교사가 주제를 정해주면, 학생들 스스로 관련 자료를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고, 돌아가면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도 한다"고 귀띔했다. 토론 수업을 할 때도 교사가 토론을 정리하고 답을 제시해주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것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참가자인 학생들이 전담한다.

지난주 도덕 시간에 '과학 지상주의'에 대해 발표를 했다는 추휘서(15)양은 "발표를 위한 모든 것을 스스로 했다"며 "힘들었지만 발표가 끝났을 때 뿌듯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정태영(15)군도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우리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며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후 3시쯤 정규수업이 끝나면 방과후 수업이 시작된다. 방과후 수업은 크게 예체능 활동과 교과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예체능 시간에는 1인(人) 1기(技)를 장려하며 음악, 체육, 미술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교과 학습 때는 AP, 토플, 영어 회화 등 국내대학과 해외대학 진학을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다. 방과후 수업이 끝난 후에도 각종 동아리 활동이나 자율학습 등이 이루어진다. 전원 기숙사 입소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기숙사에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학생도 많다.

2주 전에 치른 중간고사도 여느 고등학교의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전교생이 대강당에 모여 똑같은 주제를 놓고 일괄적으로 무감독 시험을 봤다. 마치 조선시대 과거시험 장면과 흡사했다. 감독관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옆자리 친구의 답을 볼 수도 있다. 교무팀장은 "커닝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도 인재가 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장은 "우리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인재를 길러낼 것"이라며 "학생들의 실력이 학교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1기 신입생들의 교육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제고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

●모집정원: 150명 [특별 75명(학교장 추천자 40명, 특례입학대상자 20명, 사회적배려자 15명), 일반(75명)]

●전형일정: 원서접수(12월 2~5일), 인성·적성면접 및 외국어에세이·영어듣기·영어면접(12월 6일)

●선발지역: 부산·인천광역시,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에 소재한 중학교의 졸업예정자 또는 이에 준하는 자(검정고시 합격자는 1993년 3월 1일 이후 출생자)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bangj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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