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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편법적 학교 매매' 두산, 전이사장쪽과 편법매매 의혹

설경. 2008. 6. 5. 08:46
[한겨레] 대학 아닌 전이사장 재단에 출연금 건네

중앙대쪽 "수익금, 학교에 쓸 것…문제없어"

학교와 관련 없는 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받고, 학교 이사회를 내준 중앙대와 두산의 거래를 두고 '편법적 학교 매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부채를 탕감해 주거나 출연 약속을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사장이 출연금을 고스란히 회수하는 방식으로 이사회가 교체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 중앙대와 두산 그룹은 "두산은 수림장학연구재단(수림재단)에 1200억원을 출연하고, 두산이 지명하는 사람들로 중앙대 법인 이사진을 교체한다"는 내용의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실제 이사진 교체가 이뤄졌고,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승인했다.

중앙대 법인은 김희수 전 중앙대 이사장이 1987년 취임 이래 1116억원의 개인 재산을 출연했다고 밝히고 있다. 두산의 출연금 1200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 한겨레 > 와 한 통화에서 "김 이사장이 두산에 1200억원을 수림재단에 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출연금을 받기로 한 수림재단은 김희수 전 이사장이 1990년 세운 비영리 법인으로 중앙대와 전혀 관련이 없다. 지난해 사업 실적은 450만원에 지나지 않고, 감독기관인 동작교육청 직원도 "사업 실적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사업 능력이 의심되는, 전 이사장이 세운 재단에 두산이 1200억원이나 출연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송병춘 변호사는 "학교를 위해 사용할 돈이 전 이사장이 세운 다른 법인에 갔다. 두산이나 학교 입장에서나 참 이상한 결정"이라며 "전 이사장이 지금껏 학교에 투자한 돈을 권리금까지 붙여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대 쪽은 "양해각서에 '수림재단은 출연금의 수익금을 중앙대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비영리 법인의 운영 자료는 법적인 정보공개 대상이 되지 않는 등 법인 회계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기 어렵다. 박 총장도 "출연금 이익의 사용처는 전적으로 김 이사장에게 달렸다"고 밝힌 바 있다.

박병섭 상지대 부총장(법학과)은 "지금껏 학교 부채를 갚거나 출연 약속을 하는 식으로 이사진 교체가 이뤄졌다"며 "이번 사례는 이사장 개인이 세운 재단에 거액이 가는 것으로 매우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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