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기업 품안의 대학’ 자본논리 휘둘릴라 기업의 대학 인수 명암
중앙대 이어 대학들 기업유치 잰걸음
재정난 숨통 트고 방만경영 해소 효과
투자보다 '잿밥' 관심 자율위축 우려
지난달 14일 발표된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계기로 대기업의 대학 경영 참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삼성과 현대 등이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대와 광운대도 대기업 유치에 나서 기업의 대학 인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대학 참여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두산의 중앙대 인수를 두고서도 중앙대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두산의 인수 과정이 불투명했을 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새 이사장 취임 전까지 두산과 중앙대가 맺은 양해각서(MOU)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대학이 얻는 이익은?
대기업의 대학 인수가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1997년 삼성이 인수하기 전까지 6년여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성균관대의 경우 삼성 인수 뒤 재단 전입금이 크게 늘었다. 예산은 96년 1300억원에서 2005년 41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학생 1인당 교육비도 397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네 배가 늘었다. 이에 힘입어 성균관대는 각종 대학평가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다.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경기대와 광운대가 대기업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기업의 지원을 통해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 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철학)는 "고질적이었던 방만한 경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도 기업의 대학 인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산학연계를 통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경우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성균관대 반도체학과와 휴대폰학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 이윤 논리에 휘둘릴 수도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논리가 대학 경영에 적용됐을 때 나타날 폐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장 돈이 되는 의대·공대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은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성균관대의 재단 전입금 규모는 1천억원을 넘어섰지만 이 중 60% 이상이 의대 임상교수 인건비였다. 반면, 성균관대는 지원자 수가 적은 사회복지학과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재단의 재정 운영 방식이 장기적으로 대학의 자립기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4년제 대학 7곳 중 4곳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전국 사립대 평균인 55%에 못 미쳤다. 성균관대는 4.7%에 불과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학교의 학교 운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법인이 확보해야 하는 재산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대학에서 손을 떼면 학교의 재정 여건은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기업 소유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도 전국 사립대 평균인 6.6%를 모두 웃돌았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은 대학병원을 통해 얻는 직·간접적인 이익이나 대학에 대한 투자를 통한 면세 혜택 등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명분에 충실하려면 대학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환 교수도 "기업의 대학 인수를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의 공공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학 사회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될 뿐만 아니라 재정적 기반도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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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이어 대학들 기업유치 잰걸음
재정난 숨통 트고 방만경영 해소 효과
투자보다 '잿밥' 관심 자율위축 우려
지난달 14일 발표된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를 계기로 대기업의 대학 경영 참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삼성과 현대 등이 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대와 광운대도 대기업 유치에 나서 기업의 대학 인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 대학이 얻는 이익은?
대기업의 대학 인수가 대학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1997년 삼성이 인수하기 전까지 6년여 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성균관대의 경우 삼성 인수 뒤 재단 전입금이 크게 늘었다. 예산은 96년 1300억원에서 2005년 4151억원으로 크게 증가했고, 학생 1인당 교육비도 397만원에서 1550만원으로 네 배가 늘었다. 이에 힘입어 성균관대는 각종 대학평가에서도 순위가 급상승했다.
재정 사정이 좋지 않은 경기대와 광운대가 대기업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기업의 지원을 통해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 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박상환 성균관대 교수(철학)는 "고질적이었던 방만한 경영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도 기업의 대학 인수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산학연계를 통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할 경우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성균관대 반도체학과와 휴대폰학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 이윤 논리에 휘둘릴 수도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논리가 대학 경영에 적용됐을 때 나타날 폐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당장 돈이 되는 의대·공대에 지원이 집중되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은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성균관대의 재단 전입금 규모는 1천억원을 넘어섰지만 이 중 60% 이상이 의대 임상교수 인건비였다. 반면, 성균관대는 지원자 수가 적은 사회복지학과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재단의 재정 운영 방식이 장기적으로 대학의 자립기반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기업이 운영하는 4년제 대학 7곳 중 4곳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전국 사립대 평균인 55%에 못 미쳤다. 성균관대는 4.7%에 불과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사립학교의 학교 운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법인이 확보해야 하는 재산으로, 부동산이나 주식·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이 낮은 상황에서 기업이 대학에서 손을 떼면 학교의 재정 여건은 급속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기업 소유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도 전국 사립대 평균인 6.6%를 모두 웃돌았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은 대학병원을 통해 얻는 직·간접적인 이익이나 대학에 대한 투자를 통한 면세 혜택 등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명분에 충실하려면 대학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환 교수도 "기업의 대학 인수를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대학의 공공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학 사회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될 뿐만 아니라 재정적 기반도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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